여행기록

영실 코스 (제주-2)

해군52 2013. 3. 1. 22:31

 

한라산 등산을 간다고 하면

대부분 ‘성판악-백록담-관음사’ 코스를 택하지만

나는 ‘영실-윗세오름-어리목’ 코스를 좋아한다

 

오래 전 등산모임 회원 10여명이 인천에서 배를 타고

제주를 다녀왔는데, 내가 영실 코스를 제안했지만

다들 백록담을 올라가겠다고 해서

나 혼자 영실코스를 걸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가 10월이었던가?

넓은 벌판에 가을이 가득하던 그 곳이 얼마나 좋았던지

영실을 꼭 다시 만나고 싶었다

 

 

그런데 이번에 유교수의 책을 보니

‘영실을 안 본 사람은 제주도를 안 간 거나 마찬가지’라는

글이 있어서 얼마나 반가웠던지!

 

한라산을 가면 반드시 백록담으로 올라가야 한다면서

내 말을 귀담아 듣지 않던 용감무쌍한 후배님들,

새벽까지 술 마시고는 결국 영실로 갈 수밖에 없었으니,

어쨌든 내가 원한대로 된 셈이다

 

영실-윗세오름-어리목 코스를 유교수의 안내대로 따라가 보자

 

서막, 계곡의 짙은 숲 

 

 

 

이곳에 들어서면 솔밭 사이로 시원한 계곡물이 흐른다는데

겨울이라 눈만 쌓여 있다

 

 

 

제1막, 오백장군봉

 

 

기암과 괴석들이 쪼아 새기고 갈고 깎은듯이 삐죽삐죽 솟아 있기도 하고, 떨어져 있기도 하고, 어기어 서 있기도 하고, 기울게 서 있기도 하고, 짝지어 서 있기도 한데, 마치 속삭이는 것 같기도 하고, 대화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서로 돌아보면 줄지어 따라가는 것 같기도 하다. 이는 조물주가 정성들여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이형상 목사의 한라산 등반기)

 

 

제2막, 진달래능선

 

 

높으나 높은 산에 흙도 아닌 조약돌을

실오라기 틈을 지어 외로이 피는 꽃이

정답고 애처로워라 불같은 사랑이 쏟아지네

 

한 송이 꺾고 잘라 품음직도 하건마는

내게 와 저게 도로 불행할 줄 아옵기로

이대로 서로 나뉘어 그리면서 사오리다

(이은상의 한라산 등반기)

 

 

제3막, 구상나무 자생군락

 

 

구상나무는 소나무과 전나무속으로, 원래 지구 북반구 한대지방이 고향인 고산식물이다. 빙하기 때 빙하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왔다가 빙하기가 끝나자 고지대에 서식하던 전나무속 수종이 미처 물러가지 못하고 고지대에 고립되어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란다.(...) 구상나무는 한라산 해발 1,500미터부터 1,800미터 사이에서 집중적으로 자라고 있다, 열실의 키 큰 구상나무들은 곧잘 바람과 폭설 때문에 많이 쓰러져 있다. 그렇게 고사목이 된 구상나무는 그 죽음조차 아름답게 비칠 때가 많다, 그러나 그 고사목은 단순히 기후나 병으로 고사한 게 아니라 멸종의 과정이란다.

 

어니스트 헨리 윌슨이라는 영국인 식물학자가 제주도의 구상나무를

한국의 토종으로 명명했고 크리스마스 트리 용으로 개발했다고 한다

 

 

 

제4막, 윗세오름

 

 

1,100고지에서 위쪽으로 있는 세 오름이라 해서 ‘윗‘자가

붙었다는 붉은 오름, 누운 오름, 새끼 오름 삼형제

 

 

늦봄, 진달래꽃 진분홍 바다의 넘실거림에 묻혀 앉으면

그만 미쳐버리고 싶어진다

(김종철의 오름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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