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록

줄서서 보는 ‘인적없는 집’ (러시아 여행기-12)

해군52 2004. 9. 28. 09:28



네바강변의 페트라 파블로브스크 요새 건너편 광장에는

천사가 고개를 숙여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높은 탑이 있는데

이곳이 바로 1905년 러시아 황제와 노동자계급 사이의 무력충돌로

하루동안 천여명이 죽고 삼천여명이 부상을 당하는 <피의 일요일>,

러시아 혁명의 발단이 되는 그 사건의 현장입니다




광장에 접한 초록과 흰색의 환상적인 로코코풍 건물은

200년동안 러시아 황실의 궁전이었던 겨울 궁전을 중심으로

5개 건물로 이루어진 에르미타쥐 박물관입니다

루브르, 대영 박물관과 더불어 세계3대 박물관으로 손꼽히며

개장시간 이전부터 관람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곳입니다



* 자료 사진

 

독일 시골 출신으로 표트르대제의 손자인 표트르 3세와 결혼했다가

남편을 쿠데타로 몰아내고 황제의 자리에 오른 예카테리나 2세가

독일에서 구입한 225점의 네델란드 그림을 소장하기 위해

겨울 궁전에 별관을 세운 것이 이 박물관의 시작이었습니다


러시아에 서구문화를 접목하려는 강한 의지를 품고 있었던 그녀는

광적인 미술품 수집가이기도 했는데 귀한 미술품을 사들여

에르미타쥐(프랑스어로 ‘인적없는 집’)라고 이름지은 이 건물에

감춰 두고 남몰래 혼자 감상하며 즐겼다고 합니다




이후의 여러 황제들도 미술품의 수집과 건물 증축을 계속하였고

러시아 혁명 이후인 1922년부터 국립박물관이 되었습니다


1917년 이곳을 점령한 혁명군 일부가 보물들을 약탈하려고 하자

군중들이 인민의 재산이라고 하면서 이를 지켰다고 하고

2차대전중 많은 미술품을 우랄산맥의 소도시로 소개했었지만

그 와중에 잃어버린 미술품은 단 한개뿐이었다고 하니

러시아 민중이 보여준 미술품 보존 노력은 놀랍기만 합니다



* 일행이 찍은 사진

 

전시실 전체 면적 46,000평방미터, 전체 길이 27킬로미터,

100여개의 전시실에 250만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으니,

전시품 당 1분씩 쉬지 않고 본다고 해도 5년이 걸린다는데

그냥 대충 보려고 해도 적어도 1주일은 걸릴 것 같습니다


* 자료 사진


* 이상 일행이 찍은 사진

 

화려하기 그지없는 집무실, 침실, 마차, 옥좌 등을 보면서

지배층의 화려함을 위해 죽어갔을 민초들을 상상해 봅니다 

 

  

 

녹색의 공작석이나 금으로 만든 장식품들도 하나같이 화려하고

창가에 서 있는 조각의 중요부분이 적나라하게 보입니다


 

* 이상 일행이 찍은 사진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파엘로, 세잔느, 고갱, 고호, 드가, 모네,

르노아르, 렘브란트, 피카소, 마티스 등 유명화가들의 작품들이

바로 눈앞에 보호장치도 없이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몇달전 서울에서 열렸던 렘브란트전시회에 힘들게 들어가서

조그만 작품 몇점만을 보았던 것에 비하면 천국에 온 것 같습니다

 

 

이곳에 소장된 한국 작품은 김흥수 화백의 ‘승무’가 유일합니다

 


여기에 이런 곳도 있는데 성능은 확인하지 못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