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록

앙코르와트 속편 (유네스코 여행기-8)

해군52 2004. 3. 28. 09:07

 

 

앙코르와트의 이미지를 살려서 만든 영화가 있는데

그중 하나는 왕가위 감독의 멜로드라마 <화양연화>


남다른 감정을 가지고 있지만 이를 키워가지 못하던 두 남녀는

우연히 앙코르와트에서 스치듯이 잠시 만났다 헤어지고

남자는 여자에 대한 사랑의 비밀과 잊지 못할 추억들을

앙코르와트 석벽의 작은 구멍에 넣고 진흙으로 봉인합니다


영화 속 그 장면의 그곳이 어딘지 궁금했었는데

그럴만한 석벽이 너무도 많아서 확인할 수는 없었습니다




또 하나는 안젤리나 졸리의 매력이 돋보이는 <툼 레이더>


판타지 액션어드벤쳐인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 부분에 등장하는

앙코르와트 사원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해주고

100명의 현지 승려들이 영화에 직접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석조물을 움켜쥐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거대한 나무뿌리들은

큰 것은 거대공룡의 발, 아주 작은 것은 굵은 구렁이 같은데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처럼 보여서 소름이 돋게 합니다


이 나무들이 수백년에 걸쳐 석조물을 서서히 파괴시키고 있는데

밖으로 드러난 뿌리를 잘라내면 보이지 않는 부분이 더 빨리 자라면서

유적 파괴가 더 심하게 되기 때문에 잘라낼 수도 없다고 합니다




화장실 안에 이런 표시가 붙어있는데 설명이 필요없겠죠?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그 넓은 사원 안에 화장실이 7개밖에 없는데

유적지 안에서는 마음대로 땅을 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한번 들어가본 화장실 입구에는 여직원 한명이 지키고 있는데

화장실 사용료를 받는 것도 아니고

드나드는 사람의 숫자를 세고 있는 건지 의아합니다


화장실이 없는 곳에서 커다란 수건 같은 것을 들고

으슥한 곳으로 들어가는 여인들을 여러번 보았는데

아마도 적당히 가리고 처리하는가 봅니다


 

앙코르와트를 만들었던 강력한 앙코르왕국의 역사는

사원 벽화에 새겨진 산스크리트어로 짐작할 뿐이라고 하는데

전성기인 12세기에 로스앤젤레스 만한 면적에 백만명이 거주했다가

갑자기 멸망하고 나서 그 많은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렸다니

외계인이 다녀간 것은 아닌지 불가사의한 일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경복궁 정도의 작은(?) 궁 하나를 짓기 위해서

수많은 백성들이 피땀을 흘리고 재산을 빼앗기고 목숨도 잃고 했는데

이런 엄청난 건축물을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희생이 있었을까를 생각하니

유적지를 돌아보는 내내 당시 왕에 대한 비난을 그칠 수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건립의 목적도 국가 방위와 같은 공적인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업적을 과시한다거나

죽은 누구를 기린다거나 하는 극히 사적인 것이었다고 하니

왕에게는 수많은 희생자들이 한낱 도구에 불과했었겠지요


그래도 역사는 흘러가고 유적은 남아서

후손들의 관광 자원이 되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