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산 - 황지우
너도 견디고 있구나
어차피 우리도 이 세상에 세 들어 살고 있으므로
고통은 말하자면 월세 같은 것인데
사실은 이 세상에 기회주의자들이 더 많이 괴로워하지
사색이 많으니까
빨리 집으로 가야겠다.
태풍 정도에는 꿈쩍도 하지 않을 만큼 묵직하고,
이 세상 괴로움 같은 것은 아예 초월한 듯하고,
어떤 이야기를 해도 받아들일 만큼 가슴이 넓고,
언제나 말이 없으면서도 믿음직스러운 존재!
이런 사람이라면 물론 찾아보기 어렵겠지만
이런 산이라면 그리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머리가 복잡하거나 마음이 어지러울 때면
산을 찾아가곤 하는데, 산의 품안에 있다 보면
머리와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산은 신비한 존재이다
시인은 그런 산이 고통을 견디고 있다고 말한다
나는 산에게 고통 따위가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는데 시인의 생각은 다른가보다
저 겨울산에게도 견뎌야 할 고통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