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따라

시계

해군52 2020. 1. 6. 11:05

한밤중 시계를 본다 - 이문희

 

해넘이 긴 그림자 노을 베고 눕는다

서녘으로 달려온 바람의 쉼없는 시간

마음 먼저 달려온 안타까운 흔들림

 

하나 둘 꿈 찾아 은하 건너는 밤

추억으로 몹시 슬프다가 기쁘다가

서둘러 꼬리 감추는 긴 그림자

검은 바다 속으로 깊이 침몰한다

 

한밤중 문득 손목시계를 본다

내 인생의 시계는 지금

어느 별자리를 항해하고 있는가?

 

공직에서 은퇴한 후 시인으로 등단한 지인이

가끔 이메일로 자작시를 몇 편씩 보내주는데

나에게 시를 평할만한 안목은 없기는 하지만

일단 읽기 편하고 이해하기 쉬워서 아주 좋다

아마도 1960년대 이후 비슷한 경험을 하면서

살아온 같은 세대이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이 시를 읽으면서 바로 나훈아가 부른 노래

<고장난 벽시계>라는 트로트곡이 떠올랐다

내 노래방 애창곡에 들어가는 노래이기도 한데

나이 들어갈수록 가사가 마음에 쏙 들어온다

 

세월아 너는 어찌 돌아도 보지 않느냐

나를 버린 사람보다 니가 더욱 야속하더라

한두번 사랑 땜에 울고났더니

저만큼 가버린 세월

고장난 벽시계는 멈추었는데

저 세월은 고장도 없네

 

해가 바뀔 때면 절실하게 느끼는 사실이지만

정말 세월은 잘도 흘러간다, 고장도 없이!

 

==> 나훈아 <고장난 벽시계> 노래 듣기

https://www.youtube.com/watch?v=R58Gxtj29z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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