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시계를 본다 - 이문희
해넘이 긴 그림자 노을 베고 눕는다
서녘으로 달려온 바람의 쉼없는 시간
마음 먼저 달려온 안타까운 흔들림
하나 둘 꿈 찾아 은하 건너는 밤
추억으로 몹시 슬프다가 기쁘다가
서둘러 꼬리 감추는 긴 그림자
검은 바다 속으로 깊이 침몰한다
한밤중 문득 손목시계를 본다
내 인생의 시계는 지금
어느 별자리를 항해하고 있는가?
공직에서 은퇴한 후 시인으로 등단한 지인이
가끔 이메일로 자작시를 몇 편씩 보내주는데
나에게 시를 평할만한 안목은 없기는 하지만
일단 읽기 편하고 이해하기 쉬워서 아주 좋다
아마도 1960년대 이후 비슷한 경험을 하면서
살아온 같은 세대이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이 시를 읽으면서 바로 나훈아가 부른 노래
<고장난 벽시계>라는 트로트곡이 떠올랐다
내 노래방 애창곡에 들어가는 노래이기도 한데
나이 들어갈수록 가사가 마음에 쏙 들어온다
세월아 너는 어찌 돌아도 보지 않느냐
나를 버린 사람보다 니가 더욱 야속하더라
한두번 사랑 땜에 울고났더니
저만큼 가버린 세월
고장난 벽시계는 멈추었는데
저 세월은 고장도 없네
해가 바뀔 때면 절실하게 느끼는 사실이지만
정말 세월은 잘도 흘러간다, 고장도 없이!
==> 나훈아 <고장난 벽시계> 노래 듣기
https://www.youtube.com/watch?v=R58Gxtj29z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