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따라

깃발을 들고

해군52 2020. 1. 17. 21:37

깃발 - 유치환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텔쟈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고운 이념의 푯대 끝에

애수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아 누구던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가을이면 만국기가 휘날리는 학교 운동장에서

청군과 백군으로 나뉜 아이들은 경기하는 동안

젖먹던 힘까지 다해서 응원의 함성을 지르지만

경기가 끝나면 양팀 모두에게 박수를 보낸다

 

경기 하나마다에는 승자와 패자가 있겠지만

운동회가 끝날 때에는 양팀 모두 하나가 된다

 

무수한 깃발과 현수막이 난무하는 광장에서

좌팀과 우팀으로 나뉜 어른들은 등을 돌리고

있는 힘을 다해서 자기 팀의 구호를 외친다

 

자기 팀과 생각이 조금만 다르면 바로 적이고

두 팀이 손잡고 공존할 공간은 보이지 않으니

잠시라도 상대방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는다

 

증오와 분열이 아닌 화합과 공존의 깃발은

얼마나 더 싸운 후에나 휘날릴 수 있을까?

그저 부질없는 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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