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 김영월
텅 빈 겨울 숲
나도 한 그루 나무로 서서
가만히 기도하고 싶다.
관악산이나 청계산처럼 가까운 산에만 올라가도
군사용으로 사용하던 시설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버려진 탓에 철조망은 녹슬고 표지판은 지워졌지만
이 땅의 젊은이들이 청춘의 긴 세월을 보내면서
흘렸을 땀방울을 생각하면 괜스레 가슴이 짠해진다
동해안 해파랑길에는 비어있는 초소들이 많은데
그 중에는 아예 ‘쉼터’ 간판을 걸어놓은 곳도 있다
이집트를 비롯해 문명이 시작된 이래 3,400년 동안
인류가 전쟁 없이 지낸 기간은 겨우 268년이고,
1945~1978 33년 동안 지구상에 전쟁이 없던 날은
겨우 26일뿐이었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김재명 저, <오늘의 세계분쟁>에서 발췌)
동족상잔의 전쟁으로 상상하기 어려운 피해를 본지
거의 70년이 지났지만 한반도는 아직 170만 명의
병력이 대치하고 있는 휴화산과도 같은 상태이다
전쟁과 평화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을 때
평화 아닌 전쟁을 택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남북이 기나긴 적대상황을 끝내고 ‘창칼을 녹여서
보습과 쟁기를 만드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라지만
힘의 뒷받침이 없으면서 말로만 외치는 평화는
신기루와 같다는 사실만은 잊어서는 안 되겠다
그런데, 이런 거 내가 걱정할 일 맞나?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