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따라

무덤

해군52 2020. 2. 27. 12:34

묘비명(墓碑銘) - 이호우

 

여기 한 사람이

이제야 잠들었도다

 

뼈에 저리도록

인생(人生)을 울었나니

 

누구도 이러니 저러니

아예 말하지 말라.

 

2004년이니까 벌써 16년 전의 일이다

러시아 여행길에 톨스토이의 생가를 방문했다

그가 살았던 흰색의 2층 목조건물을 둘러보고

안내자를 따라서 산책하듯이 숲길을 걷다보니

아무런 표지도 없는 작은 무덤이 보였다

 

큰 비석은커녕 조그만 장식도 없는 무덤 앞에는

찾아온 사람들이 두고갔을 꽃다발만 놓여 있었다

세계적인 대문호의 무덤치고는 너무 소박해서

아직도 그 장면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해인사에서 성철 스님의 사리탑을 처음 봤을 때

생각했던 것보다는 규모가 훨씬 커서 놀라웠다

성철 스님을 잘 모르지만 이렇게 만든 제자들을

칭찬하시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선 왕조의 태조,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또는 어느 한 나라를 다스렸던 왕이나 대통령,

종교나 세속의 큰 지도자는 물론이고

평범한 장삼이사로 살았던 분이라도

이 세상에서 먼저 살다가신 분들 앞에 서면

자연스럽게 잠시 고개를 숙이게 된다

물론 무덤이 크다고 고개를 크게 숙이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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