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란 익숙한 것을 버리고 떠나는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이고
여행하는 동안만큼은 바람처럼 자유로워야 한다는게 내 생각입니다
집안 형편상 그럴 수밖에 없기도 했지만 내가 부부동반 여행을
고집하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자주 여행을 함께 하던 유네스코팀의 여행지가 동유럽으로 결정되자
나는 이것저것 따져보지 않고 처음부터 무조건 참가하기로 했는데
집사람은 내년 봄 결혼 30주년 행사를 미리 앞당겨 한다는 명분으로
우여곡절 끝에 뒤늦게 함께 가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번 여행에서는 뭘 버린다거나 자유로움을 즐기기보다는
단 며칠동안이라도 어부인에게 충성을 해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평소와는 달리 착한 남편인척 하다가 돌아왔습니다^^
이것저것 벌어진 일을 생각하면 훌쩍 떠나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떠난 다음에는 전화 한번, 메일 확인 한번 하지 않고 돌아다녔습니다
마음대로 오고가는 자유로운 여행이 아니라 가이드 딸린 단체여행이었지만
체코를 중심으로 동유럽 5개국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눈요기는 했습니다
여행 준비를 하면서 12배 광학줌이 가능한 디카를 새로 장만해서
카메라 두대에 메모리스틱 용량을 2기가까지 준비하고 갔는데
정신없이 사진을 찍다보니 현지에서 1기가를 추가 구입해야 했고
찍은 사진 중에서 일부를 지워버렸는데도 디카 두대로 찍은 사진이
이천오백장쯤 되니 전부 정리하려면 시간이 꽤나 오래 걸릴 듯합니다
알프스도 아니면서 집들이 왜 그리 예쁜지,
웅장한 유적들은 왜 그리 많은지,
자연 풍광은 왜 그리 고운지,
그림엽서 오백장쯤은 실히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하튼 이번 여행기도 방문지별 사진 중심으로 정리해 보려고 하는데
그러다 보면 아마 이번 가을이 다 지나가지 싶습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전날,
아들 녀석이 불쑥 뭔가를 내밀기에 받아보니
여행자수표 한장과 달러화 지폐 여러장이었습니다
아니 월급도 받는 녀석이 여행 경비를 다 댄다면 모를까
겨우 오백불짜리 여행자수표라니...^^
일단 받았다가 그건 돌러주고 달러화 지폐만 가지고 갔습니다
액수는 비밀입니다
오늘 집에 돌아와 보니 집이 몰라볼 정도로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고
빨래걸이에 빨래가 한가득 널려 있습니다
수험생 딸이 부모가 없다고 공부는 안 하고 청소에 빨래나 하고 있으니...^^
두 녀석 다 늦게나 집에 들어온다는데 아무래도 야단 좀 쳐야겠습니다
나쁜 녀석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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