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석규의아침음악

2024.0219

해군52 2024. 2. 23. 08:28

✱아침을 여는 음악 2월 19일(월)✱
▲우수(雨水)에 내리는 비 
◾봄을 부르는 
  다양한 ‘봄비’

        ◀봄비① 
         ✱신중현 작사 작곡  
           ◼강성희 
           ◼박혜신 
           ◼하현우(복면가왕) 
           ◼김주리 
           ◼알리 
           ◼장사익 
        ◀봄비② 
          ✱김희갑 작곡 이희우 작사 
           ◼이은하 
           ◼이병헌(영화 ‘내부자’)

◉우수(雨水)를 그대로 
옮기면 ‘빗물’입니다.
절기인 우수의 뜻을 
조금 더 풀어놓으면 
‘눈, 얼음, 서리가 녹아 
비가 된다’는 의미로 
쓰입니다. 
우수인 오늘 
때맞춰 비가 내립니다.
어제 저녁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오늘 저녁까지 
만 하루를  채워  내릴 모양입니다.

◉우수에 내리는 비는 
겨울비일까? 
봄비일까?
겨울 한파와 냉기가 사라지고 
봄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
새싹이 나려고 꿈틀거릴 때
오는 비니까 아무래도 
봄비 쪽에 가깝습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겨울의 끝자락에서 
봄을 부르는 비’라고 
얘기하면 적당할 것 같습니다. 
   
◉낮 기온이 10도가 넘는
주말 동안 봄기운이 
여기저기서 번져났습니다.
주말 산행 중에 반가운  
봄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경칩(驚蟄)이 한참 남았는데 
벌써 겨울잠에서 깬 
다람쥐가 날렵하게 
이리저리 다니면서 
인사를 건넵니다.
포근했던 날씨 탓에 
일찍 자리를 털고 
나온 모양입니다.

◉마른 풀숲에 숨어 있던 
까투리도 제풀에 놀라 
푸드덕거리며 날아오릅니다.
원래 조바심 많은 꿩입니다. 
특히 봄 꿩은 스스로 울어
화를 자초한다는  
춘치자명(春雉自鳴)이란 
말까지 만들어 냈습니다. 
요즘은 봄철 꿩사냥 나서는 
사람들이 없지만 
최근 집 근처 나무에 
매가 자주 앉았다가 
가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봄 꿩들이 조심해야
될 것 같습니다.

◉날이 풀리면서 
새들의 등장도 잦아졌습니다.
박새, 곤줄박이 같은 
참새류들은 물론이고 
까마귀와 까치에 여치까지 
몰려다니는 모습이 
자주 눈에 들어옵니다.
여기에 딱따구리가 
집을 짓는 소리까지 
자주 들리니 
아직은 황량해 보이는 
겨울 숲이 생명의 움직임과 
소리로 활기를 채워가고 
있습니다. 

◉생강나무 산수유 보리수 등
일찍 꽃을 피울 나무들의
겨울눈은 잔뜩 부풀어 있습니다.
앞마당의 복수초도 
동그란 꽃봉오리가 머리를 
내밀었습니다.
오늘 우수 비가 내리고 나면
얼마 있지 않아 
봄의 전령사로 가장 먼저 
노란 꽃을 보여줄 것 같아 
기다려집니다. 

◉봄비는 봄에 일어서야 하는 
생명들에게는 반갑고 귀한 
손님입니다. 
물기 없는 마른 땅을 흠뻑 적셔
땅속에 주춤거리고 있는 
생명들이 훨씬 쉽게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이미 모습을 드러낸 
냉이와 쑥은 이번 비에  
더욱 쑥쑥 올라와 봄나물로 
인기를 얻을 것 같습니다.
봄을 기다리는 여러 생명을 
깨워서 봄이 널리 퍼지게 
만드는 데는 그래서 
봄비가 일등 공신입니다.

◉봄비가 내리면 
듣고 지나가게 되는 
익숙한 노래 ‘봄비’를 
올해도 만나보고 갑니다.
아날로그 감성을 가진 
추억의 대중가요가 된 ‘봄비’는  
해마다 주는 느낌이 다르고 
부르는 사람에 따라 
감성이 달리 전해집니다, 
가장 많은 가수들이
커버했던 노래가운데 
하나로 꼽힙니다, 

◉이 노래가 처음 나온 것은 
1967년입니다.
록의 대부로 불리던 신중현이 
작사 작곡해 이정화가 
처음 불렀지만 
큰 반응을 얻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1970년 박인수가 
리메이크해 불러 히트하면서 
불후의 대중가요로 자리를 
굳히게 됩니다.
이후 김추자를 시작으로 
수많은 가수가 커버하면서 
여러 색깔의 같은 노래가 
탄생했습니다. 

◉가장 최근에 등장한 
‘봄비’ 커버 곡부터 들어봅니다. 
지난달 끝난 ‘싱어게인 3’에서 
신촌 블루스 보컬로 
경연에 나섰던 강성희가 
Top 6 결정전에서 
이 노래를 들고나왔습니다.
박인수의 ‘봄비’는
신촌 블루스의 대표곡으로도 
꼽힙니다.
1978년 신촌 블루스는 
박인수를 객원보컬로 초대해 
이 노래를 불렀습니다.

◉강성희는 10년 전인 
2014년부터 신촌 블루스의 
보컬로 활동해 왔습니다. 
그래서 ‘봄비’는 그녀의 주요 
레퍼토리가 아니지만 
불러볼 것으로 권유하는 
주위 사람이 많았다고 합니다. 
20년 이상 무명으로 활동했던 
강성희가 긴 겨울을 끝내고 
이름을 얻어 봄을 맞는 때에
어울리는 선곡이었습니다.
당시 심사위원들이 
‘경악’, ‘전율’ 등의 말로 
칭찬했던 무대입니다.
https://youtu.be/2HbAdVw1Vw8?si=EmClMzUN0g1D7zNL

◉지난주에 끝난 ‘현역 가왕’에서 
Top 5에 오르면서 
새롭게 존재감을 인정받은 
박혜신도 오랜 무명 시절을 
견뎌온 트롯 가수입니다. 
경연에서 가창력을 인정받아 
항상 3위안에 있었지만 
결승전 문자 투표에서 밀려 
5위를 차지했던 박혜신입니다.
독특한 허스키 보이스로 부르는 
그녀의 봄비는 어떤 느낌인지 
만나봅니다.
https://youtu.be/oNwbupDPWs8?si=tMi1h2YxPjYDtMIv

◉8년 전 미스테리 음악쇼 
‘복면가왕’에서 9연승 한 
하현우의 최다 연승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습니다.
2016년 3월 봄,
하현우가 분한 
‘우리 동네 음악대장’은 
‘봄비’를 불러 5번째로 
가왕 자리를 지켜냈습니다.
고음이 아닌 특유의 
몽환적인 느낌으로 
가왕 도전자 ‘우주요원 No7’을 
트리플 스코어로 압도했던 
무대였습니다. 
복면을 쓴 하현우의 ‘봄비’입니다. 
https://youtu.be/gjHiI6bxAao

◉소리꾼이 부르는 
‘봄비’는 어떤 다른 느낌인지
들어봅니다.
아홉 살 때 판소리를 완창하고 
열 살 때 9시간 반 동안 
판소리를 완창해 기네스북에 
오른 소리꾼 김주리입니다. 
그 판소리로 다져진 내공으로 
부른 김주리의 ‘봄비’는 
한국적 소울로 승화시킨 
노래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반주 없이 구음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며 
잔잔하게 시작한 ‘봄비’는
마지막에 다시 잔잔하고 
나지막한 구음으로 
마무리됩니다.
그 사이에는 폭발적인 
성량으로 끌어가는 
단단하고 안정적인 고음이 
소리꾼다운 시원함과 함께 
처연한 느낌도 안겨줍니다. 
3년 전 국악과 대중음악의 
크로스오버 프로그램 
‘힙한 소리꾼들의 전쟁
-풍류대장’의 무대에 올려졌던 
김주리의 ‘봄비’입니다.
https://youtu.be/dgc_uaA_t6Y

◉‘봄비’의 레전드무대로 
남아 있는 알리의 버전도 
국악적인 요소를 섞어 
애처러운 느낌으로 펼쳐집니다.
국악기 연주에 이어 
소리꾼 이봉근의 구음을 받아 
맑은 소리로 시작하는 
알리의 ‘봄비’입니다.
파워풀한 가창력과 
맨발 투혼으로 완성한 
알리의 무대는 
편곡 능력도 춤사위도 돋보여 
뮤지컬 한 편을 보는 듯한 
느낌입니다.
가야금 연주와 소리꾼의 
백 코러스를 받아 내리게 하는
슬픈 느낌의 ‘봄비’입니다.
https://youtu.be/88TB-M2lt5s?si=5CqUpHfgJFtXdbKM

◉또 하나의 레전드 무대
‘봄비’는 장사익 버전입니다. 
한복 두루마기 차림의  
70대 할아버지 장사익이
이야기를 들려주듯
툭툭 던지는 창법으로 
‘봄비’가 사람들의 마음에 
스며들게 만듭니다.
불후의 명곡이 2년 전 2월 
‘장사익 봄날 특집 쇼’에 올린 
무대입니다. 

◉장사익은 젊은 시절부터
좋아했다는 ‘봄비’를 
공들여 무대에 올렸습니다. 
겨울 동안 얼어붙었던
마음과 근심 걱정들이 
따스한 봄비에 녹아 
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노래를 부른다고 했습니다. 
힘들고 어렵지만
꽃피는 날처럼 늘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8분이 넘는 긴 길이의 
무대입니다.
https://youtu.be/FKRwxJRl0S4?si=zNeD3MSHduDOVCek

◉또 하나의 ‘봄비’는 
이은하의 ‘봄비’입니다.
1979년 이은하가 
만 열여덟 살 때 부른 
노래입니다. 
‘밤차’와 ‘아리송해’에 
이어 ‘봄비까지 히트하면서 
이때는 이은하의 
전성시대였습니다. 
이은하의 허스키한 목소리는 
어디에서나 인기였습니다. 
’봄비 속에 떠난 사람 
봄비 맞으며 돌아왔네’
40대 중반의 김희갑이
만들고 10대 이은하가 부른 
또 하나의 가요 명곡입니다.
https://youtu.be/GGSZdNAA1S0?si=1Zel1bG7-t7ZtaEJ

◉이은하의 ‘봄비’는 2015년 
영화 속에 등장해 
다시 관심을 끌기도 했습니다. 
영화 ‘내부자’ 속에서 
정치깡패 역을 맡았던 
이병헌이 불렀습니다. 
‘미생’의 작가 운테호의 
미완성 웹툰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이병헌이 비 오는 날 
유흥업소 여자들을 차에 태우고 
파티장으로 데려가면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봄비’를 따라 부릅니다.
영화감독 우민호는 
정치깡패 이병헌의 캐릭터와 
‘봄비’가 잘 맞아떨어져 
이 노래를 등장시켰다고 합니다. 
영화 속 장면을 짧게 만나봅니다. 
https://youtu.be/htBw8qmIg4Y?si=rx-_foModHve0t44

◉봄비와 함께 봄의 기운이 
퍼지고 있지만 
본격적인 봄이 오고 
잎 나고 꽃 필 때까지
시간이 좀 더 많이 필요합니다.
꽃샘추위도 몇 차례 
다녀가야 합니다. 
그래서 나무에 감싸 놓은 
짚과 미니 비닐하우스는 
아직 치울 때가 아닌 것 같아 
그냥 뒀습니다.
땅이 완전히 녹지는 않아 
농사 준비도 아직은 이릅니다.
그래서 마음으로 봄을 담으며 
아직은 좀 더 기다려야 할 
겨울 끝자락입니다. (배석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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