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음악 5월 29일(수)✱
▲새들의 노래②
◾종달새 보고 싶다.
◀동창이 밝았느냐?
◼김병오
◀The Lark(하이든)
◼Lark Quartet
◀종달새의 비상(본 월리엄스)
(The Lark Ascending)
◼Nicola Benedetti
◀Song of Birds(카잘스)
(새들의 노래)
◼Micha Maisky✕백혜선
◀Nightingale Serenade
(나이팅게일 세레나데)
◼Andre Rieu
◀La Golondrina(제비)
◼Nat King Cole
◉보릿고개를 넘어
보리와 밀을 거두어들일
5월 하순입니다.
보리와 밀은
어렵던 시절 춘궁기를
떠올리게 하는
맘이 짠한 곡물입니다.
하지만 보릿고개가
사라진 지금 수확기의
보리밭과 밀밭은
낭만 추억을 만드는
좋은 축제 자리가 됩니다.
◉‘밀과 보리가 춤춘다!’
다음 주 사는 곳 양평의
청운면 비룡리와
지평면 지평역 근처에서
열릴 ‘밀 축제’가
내세운 구호입니다.
어제 집에서 6-7 Km 떨어진
축제 현장을 가봤더니
말 그대로 수확을 앞둔
밀과 보리가 바람에
춤추고 있었습니다.
우선 가족과 함께
보리와 밀 수확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밀밭과 보리밭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추억을
남길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다양한 밀과 보리
품종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보리밭, 밀밭에서
만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종다리라고도 부르는
옛 이름 노고지리인
종달새입니다.
◉산새는 산에서 살지만
종달새는 들판에서 삽니다.
들판에서 새끼를 낳고
가정을 일구며
멋지게 노래하며 삽니다.
서식지는 대부분
보리밭 또는 밀밭입니다.
보리밭은 종달새에게
건강한 삶의 환경을
제공하는 장소입니다.
4월 들어 보리가
넘실대기 시작하면
종달새는 보리밭 사이를
쉴 새 없이 돌아다닙니다,
하늘 높이 날아
정지 비행으로 잠시 울다
갑자기 보리밭을 향해
쏜살같이 내려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농부에게 가장
친한 새가 종달새입니다.
보리밭에서 농부와 만나
친구가 되기 때문입니다.
종달새를 참새처럼 쫓아내는
농부는 없습니다.
참새목 종다리과의 이 새는
4월 중순이면 보리밭에
둥지를 틀고 3-5개 정도의
알을 낳습니다.
열흘에서 보름 정도
포란(抱卵)합니다.
새끼는 부화 후
열흘쯤 지나면 둥지를 나와
보리밭을 나다닙니다.
보리를 수확하게 되면
종달새는 보리밭을 떠납니다,
연 2회에 걸쳐 번식하는
말 그대로 흔한 텃새였습니다.
◉그런데 그 종달새가
사라진 지가 한참 됐습니다.
흔한 텃새라는 설명이
이제는 무색해졌습니다.
왜 사라졌을까?
어디로 갔을까?
환경과 수질오염,
농약사용 등을
이유로 들기도 합니다.
그래도 쉽게 수긍이
가지 않습니다.
전통의 보리밭 그림에서
주인공 한자리가 빠지면서
허전해졌습니다.
◉노고지리는 종달새,
종다리의 옛 이름입니다.
이 노고지리는 바로
조선시대 유명한 시조
‘동창이 밝았느냐?’를
떠올리게 합니다.
숙종 때 영의정을 지낸
약천(藥泉) 남구만(南九萬)의
시조에 등장하는 새입니다.
교과서에도 실려서
많은 사람에게 익숙합니다.
더불어 노고지리도
친근한 새가 됐습니다.
◉이 시조는 그냥 보면
권농가(勸農歌) 같습니다.
시절가조(時節歌調)의 준말이
시조(時調)입니다.
시대적 환경과 상황 등이
작품에 반영된 시입니다.
약천의 이 시도 마찬가지로
해석됩니다.
이 시는 약천이 동해 망상에
유배돼 있을 때 농촌 상황을
빗대어 남긴 애국시입니다.
나라와 임금을 걱정하고
신하의 바른 자세를
촉구하는 시조입니다.
동해 망상의 약천사에 가면
그런 설명이 새겨진 비석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여기에 등장하는
노고지리의 이미지는
부정적입니다.
부지런한 새가 아니라
쓸데없이 우지져서
임금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간신배들을 이야기합니다.
그래도 이 시조 덕분에
노고지리는 사람들에게
친숙한 새가 됐습니다.
◉정가(正歌)의 시조창으로
이 시조를 만나봅니다.
정가는 정대한 노래라는
의미로 시조와 가곡 가사를
부르는 국악 장르입니다.
국립국악원 정악단 악장인
소리꾼 김병오의 창으로
만나봅니다.
https://youtu.be/S5RdWifPcfg?si=sJ_hUIS9BwYgxk92
◉하늘을 나는 종달새
‘Skylark’은 서양인에게도
친숙한 새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나는 모습이 아름답고
우는 소리가 아름다운
이 새는 작곡가들에게
좋은 소재가 됐습니다.
하이든의 현악 4중주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유명한 곡이 바로
‘종달새’(The Lark)입니다.
1악장의 선율이
종달새가 지저귀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서
‘종달새’라는 부제를
붙여주었습니다.
귀에 익은 1악장
알레그로 모데라토를
만나봅니다.
이 곡을 전문적으로 연주해서
아예 팀 이름을
Lark Quartet로 지은
현악 4중주단입니다.
https://youtu.be/wJpHHAutlS4?si=rfeN7ZO7eL0rKlwg
◉‘종달새의 비상’
(The Lark Ascending)도
우리에게 익숙한 곡입니다.
열여섯 살의 김연아가 2006년
러시아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우승했을 때 등장했던
배경음악이기 때문입니다.
이 대화의 우승으로
김연아는 세계로 비상하기
시작합니다.
영국의 작곡가 렐프 본 윌리엄스
(Ralph Vaughan Williams)가
전원생활을 동경하는
자유로운 모습을
종달새를 통해 그려낸
1900년대 곡입니다.
그는 이 곡을 비롯한
여러 곡으로 영국음악을
세계 무대에 올려놓는데
공헌했습니다.
15분 전후의 다소 긴 곡으로
후반부가 돋보입니다.
영국 바이올리니스트
Nicola Benedetti의 연주로
4분 남짓을 만나봅니다.
https://youtu.be/yO39J6sq6OU?si=kxidg17BaKvx9Wz4
◉스페인의 이름난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Pablo Casals)는
세계 어디서나
공연 마지막 곡으로
‘새의 노래’(Song of the Birds)를
연주했습니다.
그의 고향은 카탈루니아입니다.
‘카랄루냐의 새들은
푸른 하늘로 날아오르며
Peace, Peace하고 노래합니다.’
아흔다섯 살에 연주한
1971년 유엔의 날 공연 때도
케네디 대통령 초청
백악관 연주에서도
그가 이 곡을 연주하며
남긴 말입니다.
UN은 1971년 그에게
유엔 평화상을 수여했습니다.
◉카잘스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비롯한
고전 낭만파의 첼로 명곡을
부활시키는 큰 공적을 남겼습니다.
음악은 다른 목표를 위해
봉사해야 하며 그에게
그 목표는 카탈루니아의
독립과 평화라고 말해왔습니다.
그래서 카탈루니아의 민요이자
크리스마스 캐럴 같은
이 곡을 연주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프랑코 정권에 항거하며
프랑코 정권을 승인하는
나라에서는 연주를 절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그 곡의 연주를 들어봅니다.
내한한 세계적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
(Micha Maisky)가
피아니스트 백혜선과 합주한
2년 전 부산 공연입니다.
라트비아 출신 유대계 첼리스트인
마이스키는 첼리스트 장한나를
세계 무대에 올려놓는데
기여한 친한파입니다.
https://youtu.be/giW0CnGdBCw?si=Ho2-7SNIB4K33S9r
◉차이코프스키와 글린카의
‘종달새’ 등 음악 속에서
종달새는 여전히 살아있습니다.
참새목의 또 다른 새의
노래를 들어봅니다.
참새목의 이 작은 새는
특히 우는 소리가 아름답습니다.
낮에는 물론 밤에도 잘 울어
밤꾀꼬리로 불리기도 하는
나이팅게일입니다.
잡목들이 자라는 숲에서
서식하는 몸길이 15-16 Cm로
참새보다 조금 큽니다.
◉‘토셀리의 세레나데 6번’은
우리에게 친근한 음악입니다.
‘기쁜 우리 젊은 날’이란
제목으로 음악 교과서에도
실렸던 귀에 익은 곡입니다.
여기에 나이팅게일의
울음소리가 들어간 음악에는
‘나이팅게일 세레나데’라는
제목이 붙었습니다.
앙드레 류와 그의
요한 스트라우스 오케스트라
연주로 만나보는
나이팅게일입니다.
https://youtu.be/dXApBvgUNBQ
◉종달새와 함께 사라지거나
줄어든 새는 또 있습니다.
봄에 우리나라에 와서
여름을 나고 가을에 떠나는
제비는 사람과 함께 사는
대표적인 새입니다.
그 많던 제비가 요즈음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아파트가 늘어나면서
제비가 집 지을 처마가
사라지거나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히고 있습니다.
◉흥부가 가장
섭섭해할 일입니다.
조영남이 불러 익숙한
‘제비’는 멕시코의 노래입니다.
이 ‘제비’를 마지막 노래로
듣습니다.
멕시코 민요 성격의 노래
‘La Golondrina’입니다.
1970년대 후반
조영남의 번안가요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원곡은 고향을 그리워하는
멕시코인의 뜨거운
조국애를 담고 있습니다.
◉1862년 프랑스가 멕시코를
침공했을 때 포로로 잡혀갔던
멕시코의 나르시소라는 이름의
한 의사가 제비를 등장시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만든 노래입니다.
1906년 세뇨르 프란시스코가
처음 녹음한 이후 많은 가수가
불렀습니다.
그 가운데 1962년 냇킹콜이
부른 버전을 번역 가사와
함께 만나봅니다.
https://youtu.be/Gzq8AapVZHU?si=8pU5f_jTfyLdhWA1
◉종달새와 제비뿐 아니라
사라지거나 줄어들고 있는
새들이 꽤 있습니다.
크낙새도 따오기도
안 보인 지 오래됐습니다.
멸종 위기에 있는 새가
우리나라만 수십 종에
이른다고 합니다.
조용히 제 역할을 하는
새들이 사라지면
사람의 삶도 그만큼
삭막해지고 어려워집니다.
◉숲과 먹는 곡식,
걸리는 질병 모두
새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곤충을 방제하고
식물의 성장을 돕고
열매를 먹고 씨를 뿌려
숲의 생태계를 풍성하게
만드는 일 모두
새들이 하는 일입니다.
사나운 맹금류조차
전염병 예방에
큰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새들이 함께
살 수 있는 환경을
지켜가는 일이 그만큼
중요해집니다.
◉여름이 눈앞입니다.
텃새들이야 계절과
크게 상관이 없겠지만
고단한 날갯짓으로
수천 Km 이상 날아서
찾아온 여름 철새들에게
이 땅이 한 계절 편하게
쉬었다 가는 새들의
낙원이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사람도
그만큼 이롭고
마음도 편해집니다. (배석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