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석규의아침음악

2024.0617

해군52 2024. 6. 22. 18:43

✱아침을 여는 음악 6월 17일(월)✱
▲백야(白夜)의 계절①
◾잠들지 않는 밤의 축제    
 
    ◀백야의 상트페테르부르크 
    ◀‘붉은 돛배’ 축제 
    ◀뻐꾸기(Кукушка:꾸꾸쉬까)  
       ◼폴리나 가가리아 
       ✱2020 백야 축제 
        -빅토르 초이 유작(遺作)곡
       ◼끼노(Кино)
     ◀뒷걸음치는 말
       (Кони привередливые
        :꼬니 쁘리베레드리브이)
       ◼블라디미르 비소츠키 
     ◀Say You, Say Me
       ✱1986년 아카데미 주제가상 
       ◼라이오넬 리치 
     ◀백야
       (Белые ночи:벨르의예 노치)
       ✱차이코프스키 5월
       ◼임윤찬    

◉해가 길어졌습니다.
새벽 4시가 넘으면 
어둠이 걷히기 시작합니다. 
저녁 8시가 지나도 
어둠이 깔리지 않습니다.
그만큼 낮이 길어지고 
밤이 짧아졌습니다.
이번 주 금요일이면 
낮이 가장 길고 
밤이 가장 짧은 
하지(夏至)입니다.

◉낮이 길어진 만큼 
농촌은 이때가 
가장 바쁜 때입니다.
할 일이 많습니다. 
감자 수확과 고추밭 매기, 
보리 수확과 모내기 등이 
몰려 있습니다. 
흙냄새 풀냄새 맡으며 
땅과 가장 친하게 
지내야 할 때입니다. 
게다가 여름 장마와 
가뭄에도 대비해야 합니다. 
곧 다가올 장마는 
저만치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낮이 길어졌지만 
북구의 나라들에 비하면 
턱없이 짧은 편입니다. 
러시아와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같은 
나라들은 하루가 온통 
낮으로 채워지는 
계절에 와 있습니다.
밤 11시 12시가 지나도
하늘이 밝습니다.
물론 대낮처럼 환한 것은
아니지만 짙은 어둠의 밤은 
쥐꼬리만큼 짧게 
줄어들었습니다. 
모두 백야(白夜)의 땅입니다. 

◉위도 48.5° 이상인 
지역에서 여름 동안 
밤하늘이 밝아지는 현상이 
바로 백야입니다.
태양이 지평선 아래로 
내려가지 않아 
밤이 어두워지지 않는
현상입니다. 
가장 긴 곳은 6개월 동안 
이 같은 현상이
이어지기도 합니다. 

◉러시아에서는 ‘Белые ночи’
(벨르이예 노치:하얀 밤)이란 
말을 씁니다. 
‘White Night’란 영어도 
여기에서 나왔습니다. 
그대로 옮기니 
백야(白夜)가 됐습니다.
스웨덴 등 북구 지역에서는 
‘Midnight Sun’, 
즉 ‘한밤중의 태양’이란 
말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한밤중에도 태양이 
사라지지 않는다 의미입니다.
백야에 맞춰 이 지역에서는 
각자 특성에 맞게 여러 형태의 
백야 축제가 펼쳐집니다. 

◉백야 축제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축제가 
비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백야 축제입니다.
러시아의 베네치아로 불리는 
이 도시는 인구 5백만이 넘는 
대도시 가운데 
가장 북쪽에 있습니다. 
이 도시는 세 사람의 이름을
떠올리게 합니다.
우선 18세기 초에 
유럽으로 창을 낸다며 
엄청난 희생을 치르면서 
인공의 대도시를 건설한 
뽀뜨르 대제, 즉 피터대제로
불리는 인물입니다.
상트페테르부르그는 바로 
그의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소련 시대에는 레닌의 
이름을 따서 레닌그라드로 
불렀습니다.
소련이 무너지면서 이 도시는 
옛 이름을 되찾았습니다. 
지금은 직업이 대통령이라 
할만한 장기집권자 푸틴의 
고향으로 주목받는 
도시가 됐습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백야 축제는 1968년 졸업생을 
축하하는 행사로 시작됐지만 
1979년에 중단됐습니다.
소련이 사람이 모이는 것을 
경계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소련이 무너진 뒤 
1993년에 부활했습니다. 
1989년 소련이 무너지기 
직전 여름에 이곳을 
방문한 적이 있지만 그때는 
아쉽게도 백야 축제가 
없었습니다. 
이 백야 축제는 2005년
이곳이 고향인 푸틴이 
행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시의회가 나서 부활을 위한 
여러 조치를 취했습니다.
그때부터 더욱 활기를 띠는 
축제가 됐습니다. 

◉이 백야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붉은 돛배 수상 쇼’입니다. 
‘Алые Паруса’,(알르이예 빠루사),  
영어로는 ‘Scarlet Sails’
(붉은 항해)입니다. 
붉은 돛배 행사는 
졸업생들에게는 
미래로 나아갈 희망을 
학부모들에게는 
다음 세대에 대한 기대를
심어준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우선 2018년의 드론 영상으로 
백야의 상트페테르부르크와 
새벽 여명의 시간에 
도개교 아래를 지나는 
붉은 돛배를 만나봅니다. 
https://youtu.be/eMEH6LG9_iQ?si=FkAPSvQB1PCKVdZF

◉붉은 돛배 행사는 
1922년 출판된 러시아 작가 
알렉산드르 그린의 
동화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간추리면 이렇습니다.
어린 시절 아쏠은 
붉은 돛을 단 배를 타고 
멋진 왕자님이 자신을 
데리러 올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래서 매일 바닷가에서  
붉은 돛을 단 배를 
기다립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녀가 
제정신이 아니라고 여겼습니다. 
아쏠이 열여덟 살 성년이 되자  
이 지역에 온 배의 젊은 선장이 
그녀를 보고 사랑에 빠집니다.
그는 아쏠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배에 붉은 돛을 
달기로 합니다.
어느 날 마을 사람들은 
붉은 돛을 단 아름다운 배가 
마을로 들어오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잘생긴 젊은이가 
배에서 나와 아쏠을 데리고 
떠납니다.

◉동화가 원래 그렇듯이 
허황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 희망과 기대와 
인내의 메시지가 있습니다.
붉은 돛배 행사는 통상 
하지가 2-3일 지난 
6월 24일 전후에 열립니다.
어둠과 여명이 교차하는 
새벽 2-3시 쯤 네바강 위에 
붉은 돛배가 띄워집니다. 
도개교가 열리면서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집니다. 
그 속에서 붉은 돛배는 
경적을 울리면서 열린 다리 
아래를 지나갑니다.
몰려든 사람은 적어도 백만 명, 
많을 때는 3백만 명에 이릅니다.
https://youtu.be/_HLnmiT6eDA?si=isVX98wFpJSxPLks

◉러시아의 백야 축제는 
5월 말에서 7월 말까지 통상 
석 달에 걸쳐 진행됩니다.
그 가운데 ‘백야의 별’
(Звезды Белых Ночей:
즈베즈드이 벨르이흐 노체이)
라고 불리는 페스티벌은 
다양한 음악과 발레 공연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만듭니다.
여기에는 클래식과 
발레 공연은 물론  
인기 있는 대중가수의 
무대까지 계속 이어집니다. 

◉백야 축제 무대에 등장한 
의미 있는 노래를 
한 곡 만나봅니다.
러시아 최고의 여가수 
폴리나 가가리나
(Полина Гагарина)가 
부르는 ‘뻐꾸기’입니다, 
이 노래 ‘뻐꾸기’
(Кукушка:꾸꾸쉬까)는 
바로 고려인 출신 가수 
빅토르 초이(Ви́ктор Цой)의 
유작곡(遺作曲)입니다. 
바로 원주 최씨 가문의 
러시아 고려인입니다. 
소련 시절 록밴드 끼노(Кино)의 
리더이자 프런트맨인 그는
1990년 라트비아에서 
교통사고로 숨졌습니다.
그의 차에서 발견된 유작곡이 
바로 이 ‘뻐꾸기’입니다.

◉그의 록 밴드 끼노가 
새롭게 녹음했던 이 노래를 
가가리나가 2015년 
영화 세바스토폴 전투
(Битва за Севастополь)의 
OST로 리메이크해 불렀습니다.
가가리나는 2015년 그 해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서  
준우승하면서 주목받습니다. 
그래서 그녀의 리메이크곡 
‘뻐꾸기’도 자연스럽게 
널리 알려졌습니다. 
고음이 안정적이고 
특히 라이브 공연에서 
진한 감정이 무게감 있게 
다가온다는 평을 듣는 
그녀의 ‘뻐꾸기’를 2020년 
상트페테르부르크 백야 축제 
무대로 만나봅니다. 
‘얼마나 많은 노래가 
만들어졌을까? 얼마나,
대답해 줘 뻐꾸기야!
돌처럼 누워서 
혹은 별처럼 빛나면서 
나의 태양아! 나를 봐주렴’ 
https://youtu.be/iOLG40jDU_c?si=L7-JDOaZo4dWFCdP

◉폴리나 가가리나는 2019년 
중국판 ‘나는 가수다’에서 
이 노래로 1위를 차지합니다. 
거기까지는 좋았습니다. 
그런데 2년 전인 2022년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지지 공연 무대에서 
‘이 노래를 불렀습니다.
빅토르 최를 모욕했다며 
끼노의 팬들과 
일부 언론이 그녀를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반전주의자 빅토르 초이의 노래를 
전쟁 독려 행사에서 불렀으니 
그럴만했습니다.
‘Цои Жив’(초이 지프)
-‘빅토로 최는 살아 있다.’
세상을 떠난 지 34년이 됐지만
그의 팬들은 아직도 그렇게 
이야기합니다.
1991년 아르바트 거리의 
‘초이의 추모 벽’Стена Цои)
다녀온 기억을 떠올리며 
그의 록밴드 끼노가 
리더를 추모하며 부르는 
‘뻐꾸기’를 들어봅니다. 
https://youtu.be/vM2O-weQuEA

◉러시아의 백야 축제는 
소련이 무너진 후에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의 ‘백야’에서 
서방세계는 공산 소련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되는 
모양입니다. 
컬럼비아 픽쳐스가 만든 
1985년의 영화 
‘White Night’(백야)를 
보면 그렇습니다.
망명한 소련 발레리노가
해외 공연을 가던 중 
비행기 고장으로 
소련영토에 불시착합니다. 
다시 붙잡힌 그는 소련을 위해 
억지 공연을 하게 됩니다.
여기서 베트남 전쟁에 반대해 
소련으로 망명한 
미국 흑인 댄서와 
함께 탈출한다는 내용입니다. 
실제 미국으로 망명한 
발레리노 미하일 바실리코프가 
주인공 역을 맡았습니다.

◉여기에도 빅토르 최와
결을 같이 하는 소련의 
반체제 가수이자 시인인 
블라디미르 비소츠키
(Владимир Высоцкий)의 
노래가 등장합니다. 
그는 소련 정부의 억압으로 
고통받고 분노한 사람들의 ‘
정서를 시로, 노래로 나타낸 
음유시인입니다.

◉그의 1976년의 노래 
’뒷걸음치는 말‘ 
(Кони привередливые)이
영화 ’백야‘ 속에 등장합니다. 
그의 노래는 소련 당국의
눈을 피해 카세트 테잎으로 
만들어져 몰래 유포됐기 때문에 
음질이 좋은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절규하는 듯한 
그의 노래는 당시 상황을 
우회적으로 나타내고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는 소련이 
주인공의 옛 애인을 보내 
무대에 설 것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나온 노래와 춤입니다.
‘야생마’라는 제목으로 
많이 알려진 이 노래는 ‘
영화 속 주인공의 상황과 
맞아떨어져 더욱 인상적입니다. 

◉비소츠키는 마흔두 살인 
1980년 세상을 향해 
삭히지 못한 분노를 술로 
달래다 세상을 떠납니다. 
수십곡의 그의 노래는 
1980년 후반 개혁 개방 
바람을 타고 비로소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천천히 달려 다오. 내 말들아!
평화롭고 차분히 달려 다오.
나의 여정이 마지막까지
이룰 수 있게 해 다오.
속도를 늦춰라. 이 놈의 말들아!
하지만 이놈들은 
시키는 대로 하지 않는구나
그러니 내게는 살아갈 시간도 
노래 부를 시간도 없구나’
영화속 춤과 노래를 만납니다.
https://youtu.be/b8bwkug-Wk0

◉영화 내용보다는
음악과 춤이 더 인상적이었던
이 영화는 두 곡의 주제가가 
동시에 아카데미 주제가상 
후보에 올라 화제가 됐습니다.
‘Say You, Say Me’와 
‘Seperate Lives’가 그 두곡으로 
라이오렐 리치가 부른 
전자가 상을 받았습니다. 
너와 내가 함께 얘기한다는 
의미의 제목으로 보입니다. 
간추린 영화 장면과 함께 
만나보는 이 노래입니다.
https://youtu.be/PxIF9e0465E

◉영화 ‘백야’는 
백야의 이야기가 아니라 
백야를 상징했던 과거의 나라 
공산 소련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러시아인들에게 
백야는 오랜 세월
그들의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온 
자연 현상입니다.
차이코프스키는 5월 말부터 
시작되는 이 백야를 
5월의 노래로 감싸 안았습니다.
율리우스력을 감안하면
러시아의 5월은 
6월에 걸쳐있습니다.
‘굉장한 밤이로다. 
세상천지에 축복을!
내 고향 북극의 나라여 
5월이 얼마나 산뜻하고 
상쾌하게 날아 드는가?’
아파나시 페트의 시에 
곡을 붙인 차이코프스키의
백야로 마무리합니다.
지난달 30일 임윤찬이 
자기 색깔로 표현한 
피아노 연주입니다.
https://youtu.be/4SQZ2UrW11I?si=8zqWM037nOc_XzMG

◉하지를 즈음한 때 
우리의 낮과 
백야 지역의 낮은  
같은 성격의 낮은 아닙니다.
백야 지역에 높이 떠 있는
태양은 농사에도, 
생활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낮이 길지만 기온이 
그리 높은 것도 아닙니다.

◉땅이 넓은 러시아는 
좀 다르지만
대부분 백야의 나라들은
경작 일수가 적으니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극히 낮을 수 
밖에 없습니다.  
대신 제조업으로 부를 
만들어 온 나라들입니다.
그들이 백야의 날들을 
먹고 마시고 즐기는 
축제의 날로 삼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꼭 좋아서 그런 것만은 
아닌 듯합니다. (배석규)

'배석규의아침음악'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4.0621  (0) 2024.06.22
2024.0619  (0) 2024.06.22
2024.0614  (0) 2024.06.17
2024.0612  (2) 2024.06.17
2024.0610  (0) 2024.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