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음악 6월 24일(월)✱
▲수녀 시인 이해인
◾‘소중한 보물들’①
◀아침의 향기
◼송기창(바리톤)
◀가득하게 하소서
◼강혜정✕송기창
◀내 마음의 사계절
◼시 낭송:고은하
◀친구야 너는 아니
◼정동하(부활)
◀풀꽃의 노래
◼잔꽃송이 수녀 4중창단
◉주말에 단비가
내렸습니다.
원래 주말에 비 예보가
없었던 터라
더욱 반가운 비였습니다.
전례 없는 6월 폭염을
식혀주는 것이
우선 고마웠습니다.
더욱 고마워하는 것은
목타던 초목과
농작물일 겁니다.
생각보다 많은 비에
흠뻑 젖은 그들이
훨씬 여유로워지고
풍성해졌습니다.
◉바쁘지만 일손을 놓고
비 덕분에 농심도
잠시 쉬어갑니다.
이제 막 캔 하지감자를
쪄서 먹으면서
내리는 비를 지켜보는 것도
6월 하지 즈음의
여유입니다.
얇은 껍질 속에
포슬포슬한 감자 속이
농사지은 보람을
느끼게 해줍니다.
비 그치면 할 일이
태산 같아도
그런 보람과 기쁨으로
살아가는 게
보통 사람들입니다.
◉보통 사람의 그런
평범한 일상(日常)에는
기쁨이 들어 있습니다.
그들이 주변에서 만나는
사물 속에도
기쁨이 있습니다.
수녀 시인 이해인은
60년 동안 그런 기쁨을
그려내고 노래해 왔습니다.
기분 좋은 설렘을 갖고
그녀와 그녀의 시를 노래로,
시 낭송으로 만나봅니다.
◉이해인 수녀는 스스로
‘기쁨 발견 연구원’이라고
부릅니다.
자신이 자신에게
붙여준 별명입니다.
살아가는 주변에서
기쁨을 찾아내고
그 기쁨을 사람들에게 전해서
더 기쁘게 만드는 일,
그것이 수도자이자 시인
이해인이 한 갑자 동안
쉬지 않고 궁리하며
해온 일입니다.
◉최근 그녀는 지난 60년
살아오면서 만난
소중한 것들을 담은
산문집을 냈습니다.
1964년 열아홉 살에
성 베네딕도 수녀원의
문을 열고 들어가
본명 이명숙을 덮어두고
클라우디아 수녀가 된 뒤
수도자로, 시인 이해인으로
살아온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소중한 보물들’이
이 책의 제목입니다,
◉아직 읽어보지 못했지만
‘소중한 보물들’이
무엇을 말하는지는
그녀의 설명과
그동안 그녀의 글에서
쉽게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그녀가 만난 세상의
모든 사람이 바로
소중한 보물들입니다.
살아가면서 만난
꽃과 나무는 물론
솔방울에서 조가비에
이르는 모든 사물 역시
소중한 보물들입니다.
180여 권의 일기장에 담겼던
‘소중한 보물들’ 가운데
상당수는 그동안 그녀의
글을 통해서 이미
만났던 것들입니다.
◉시인 이해인이 오랜 세월
독자들로부터 사랑받아 온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쉽고 진솔한 언어로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써왔기 때문일 겁니다.
그 속에는
삶의 기쁨과 행복,
주변에 감사하는 마음,
신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담겼습니다.
항상 접할 수 있는
쉽고 간결한 언어로
전해지는 그녀의 글은
누구나 쉽게 다가설 수 있는
공감의 이야기였습니다.
◉그 바탕에는 ‘사랑’이
깔려 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시에서
‘누구의 아내도 아니면서,
누구의 엄마도 아니면서,
사랑하는 일에
목숨을 건 여인’으로
자신을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사랑에 목숨 건
맑고 깨끗한 그녀의 시가
많은 사람의 지친 마음을
포근하게 어루만져 줬습니다.
◉2008년 이해인은
직장암 진단을 받고
‘내게 내일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간절함을 담아
시를 썼다고 했습니다.
사람을 기쁘게 하는
시는 수도자의 소임이자
신에게 가는 길로
생각했습니다.
‘신발 하나를 신어도
희망을 신는 마음으로 살자!’
이제 우리 나이 여든 살입니다.
곳곳이 고장나고
백발이 성성합니다.
그것도 시간이 준 소중한
선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여생을 더 행복하고
명랑하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고 말합니다.
◉소나무는 이해인이
60년 수도 생활을 이끌어 준
지표목(指標木) 입니다.
늘 평정심을 가지고
살아가도록 알려준 보물이
바로 늘 푸른 소나무입니다.
그래서 그녀가 소나무를 보면서
자주 묵상하는 방 이름에
‘솔숲 흰 구름 방’이란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온유함의 덕목이 필요한 데
물에 순하게 잘 풀리는
비누가 그런 것 같아
보였습니다.
물에 풀리는 비누의 향기를
사랑하게 되고 시 속에 담은
이유입니다.
◉이 시는 2008년 펴낸 시집
’작은 위로‘에 담겼습니다.
이 해는 시인이 직장암
진단을 받은 해이기도 합니다.
이해 ’아침의 향기‘로
거듭난 것도
평정심과 안정감을
잃지 않도록 만들어 준
늘 푸른 소나무 덕분으로
여겼습니다.
이 시에 진동주가 곡을 붙여
절친 성악가 바리톤 송기창이
부른 노래로 만나봅니다.
국립오페라단 전문음악코치
피아니스트 박원후의 연주가
함께 합니다.
https://youtu.be/QBdziwWLs7I?si=i_AVvXte3W7Q81Tn
◉2012년 이해인 수녀는
연가곡집 ‘편지’를 출판했습니다.
작곡가 박경규, 바리톤 송기창과
호흡을 맞춰 낸 가을 분위기의
연가곡집이었습니다.
‘이해인 수녀가 시로 쓴
삶에 대한 감사와 그리움’
이라는 부제가 붙었습니다.
아직은 여름 초입이지만
가을 분위기의 시와 노래를
앞당겨 만나보는 기분도
그런대로 괜찮습니다.
인상적인 해금 연주로
국악 분위기 속에 출발합니다.
소프라노 강혜정과
바리톤 송기창이 이 노래를
듀엣으로 부릅니다.
쓸쓸하지도 서운하지도
않은 가을날에 역시
기쁨이 익어 있습니다.
https://youtu.be/qB_emodk3KY?si=PEMya4DlI6IPQlx2
◉계절을 사계절로 펼쳐서
한번 만나볼까요?
이해인의 시에는
사계절이 자주 등장합니다.
‘사랑의 사계절’,
‘사계절의 기도’,
‘내 마음의 사계절’
같은 시입니다.
여기에 공통으로 흐르는
정서도 사랑입니다.
이해인은 사계절 모두가
사랑의 계절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즉 사랑이란 우리생을
이끌어 가는 견인차라는
말과 통합니다.
◉작은 기쁨과 작은 위안,
작은 휴식 같은 것을
얻을 수 있으면
시는 그 자체로 역할을
다하는 셈입니다.
사랑이 흐르는 사계절을
시 낭송으로 만나봅니다.
낭송에는 고은하입니다.
흐르는 배경음악은
루마니아 출신 작곡가이자
연주가인 개오르그 잠피르
(Gheorghe Zamfir)의
‘라임라잇’(Limelight),
‘각광’(脚光)이라는 곡입니다.
‘봄과 같은 가벼움으로
여름과 같은 뜨거움으로
가을 같은 서늘함으로
겨울 같은 눈부심으로
당신께 가는 이 마음
받아주십시오’
https://youtu.be/AUSPLyC84zI?si=MjiDmyWRzZ02iy07
◉꽃과 나무를 보는 시선,
숲을 바라보는 이해인의
눈길에는 생명에 대한
소중함이 담겨 있습니다.
그들과 눈을 맞추고
함께 대화하고
그들을 이해하려는
낮은 자세도 보입니다.
여기에도 사랑과 위로가
물론 담겨있습니다.
꽃 한 송이, 풀 한 포기
예사롭게 보지 않습니다.
새를 비롯한 생명을 보는
시각도 마찬가지입니다.
항상 그들을 존중하며
친해지려는 자세를 가집니다.
◉이해인의 시에는
이름 모를 꽃, 이름 모를 풀,
이름 모를 새 같은 표현이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런 언어는 이들을 무시하는
성의 없는 글이라는 게
시인 이해인의 생각입니다.
사람은 물론 모든 생명체
나아가 구조물에 이르기까지
모르면 끝까지 찾아내고
연구하는 공부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그것이 바로 글쓰기의
기본 조건이라는 그녀의 말에
금방 공감이 갑니다.
하나의 팩트를 확인하기 위해
몇 시간을 지식의 숲을
헤매고 다닌 경험이 잦고
많아서 더 그렇습니다.
◉이해인의 시에
부활의 김태원이 곡을 붙이고
정동하가 노래로 부른
‘친구여 너는 아니?’라는
시도 아마 그렇게 만들어진
시로 이해됩니다.
꽃을 세밀히 들여다보면서
꽃의 세상이나 사람이 사는
세상이나 별로 다를 것이
없다는 시선이 시로
만들어졌습니다.
부활의 김태원은 필리핀에서
이해인 수녀를 만났던 인연으로
노래로 만들 시를 부탁합니다.
이해인 시인이 보내준
몇 편의 시 가운데 김태원이
곡을 붙여 만든 노래가 바로
‘친구야 너는 아니?’입니다.
부활은 이 노래를 2006년
11집에 실었습니다.
이 노래는 격정적인
부활의 음악을 부드러운
방향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부활의 9대 보컬 정동하가
부릅니다.
영상 속 모데미 꽃은
깊은 산속의 귀한 봄꽃입니다.
https://youtu.be/rqkhMutckZw?si=dP59KIP3-EHvimju
◉오늘 마지막으로 만날
이해인의 시 노래는
‘풀꽃의 노래’입니다.
2005년 ‘해바라기 연가’라는
제목의 시집에 담았던
노래입니다.
이름을 잘 알지 못하는
풀들이 피운 꽃이
풀꽃입니다.
이해인은 풀꽃이라는
말로 대접해 불렀지만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잡초가 피운 꽃이 바로
풀꽃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잡초를
‘이름 없는 풀’이라며
멸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세상에 이름 없는
풀은 없습니다.
다만 사람들이 모를 뿐입니다.
잡초는 모두 자기만의
이름과 아름다움과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돌봐주는 사람 없이
살아가야 합니다.
대부분 있는 자리에서
자신의 삶을 마쳐야 합니다.
그렇지만 강인한 삶을 삽니다.
◉그런데 이 시 속의
풀꽃, 즉 잡초는
바람 덕분에 자리를 옮겨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늘 떠나면서
산다고 했습니다.
이름을 몰라줘도
서운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잊혀지는 것조차
두렵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 이유는 푸름에 물든 삶을
살기 때문에 그렇다고
했습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풀꽃 얘기가 아니라
사람 얘기처럼 들립니다.
삶에 대한 성찰과
깨달음을 풀꽃을 통해
시로 그려낸 듯합니다.
그 속에 절제와 겸손이 있고
기쁨도 빠지지 않습니다.
성가(聖歌)가 되기에도
충분한 시입니다.
가톨릭평화방송(cpbc)
창작생활성가제에서 대상과
인기상을 받은 노래로
만나봅니다.
‘잔꽃송이’란 이름의
네 명의 수녀 중창단이
부르는 무대입니다.
그 가운데 테레즈 수녀가
이 곡을 만들었습니다.
https://youtu.be/t1oKrkXcz28?si=TIAWp0Jhi2JPneRa
◉이해인 수녀는
2천년대 들어 ‘해인 글방’
운영하는 데 공을 들였습니다.
이 글방을 운영하면서
인생의 여정을 경험하며
더 깊어지고
더 넓어지고
더 성숙할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이 글방을 오고 간
사람이 참 많았다고 합니다.
모두 풀꽃같이 소중한
보물들이었습니다.
특히 삶을 포기하거나
절망에 빠진 사람들이
많았다고 회고합니다.
그들이 희망을 품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게
만든 것이 자신의
소명이었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도 혹시 그들을
진심으로 대하는 것에
소홀하지나 않았는지
서운한 말로 마음 상하게
하지나 않았는지 항상
다시 돌아보게 된다는
이해인입니다. (배석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