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음악 6월 26일(수)✱
▲수녀 시인 이해인 ②
◾꽃들의 소중한 이야기
◀코스모스
◀6월의 장미
◀제비꽃 연가
◀사랑한다는 말은
◼송기창(바리톤)
◼하늘바라기
◀꽃잎 한 장처럼
◉코스모스는 가을을
상징하는 꽃입니다.
통상 8월 말, 9월 초에
피기 시작하는 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초여름인 6월에
코스모스가 피었습니다.
그 꽃을 보고
어리둥절해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철모르는 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듯합니다.
그런데 사실은 코스모스는
철을 모르는 게 아닙니다.
원래 초여름부터
피기 시작합니다.
꽃의 이름이 담은 뜻대로
‘질서’를 어기지 않습니다.
◉열흘 전부터
집안 곳곳에 코스모스가
피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떨어진 씨가
싹을 틔워 일찌감치
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거친 땅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답게
자갈밭 사이에도 등장해
이채로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살살이 꽃’이라는
순수 우리말 이름에도
잘 어울립니다.
◉멕시코가 고향인 이 꽃은
1910년대 배를 타고
고향을 떠나 유럽을 거쳐
우리 땅에 왔습니다.
그리고 마치 이 땅이
고향인 것처럼 빠르게
사람들과 친해졌습니다.
그래서 ‘살살이 꽃’이란
순수 우리말 이름까지
얻었습니다.
그리고 가을을 상징하는
대표 꽃이 됐습니다.
◉우선 수녀 시인
이해인이 그려놓은
‘코스모스’부터 만나봅니다.
이해인은 수도자 생활
60년 동안 수없이 많은
꽃 시를 남겼습니다.
바람에 흔들려도
기분 좋게 살아가는
꽃처럼 되라는 의미를
꽃 시에 담았습니다.
힘들어도 힘들지 않게
누구하고도 사이좋게
정을 나누며 살아가라는
이야기가 이해인에게
들려준 꽃의 소중한
메시지였다고 합니다.
◉그 가운데 코스모스가
그런 의미를 잘 전해주는
꽃이었던 모양입니다.
같은 제목으로 다른 내용의
‘코스모스’ 시를
두 편이나 쓴 것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 가운데 한편을 만나봅니다.
코스모스는 여러 색깔이 있지만
연분홍색이 가장 많습니다.
지금 피어 있는 친구들도
거의 연분홍색입니다.
‘눈물로 무늬 진
연분홍 옷고름’이라는
감성이 돋보이는 ‘코스모스’를
자막 시로 만나봅니다.
Sir Cubworth라는 작곡자이자
다중 악기 연주자의 힐링 음악
‘Simple Sonata’가
배경음악으로 흐릅니다. https://youtu.be/jiEnYFkkT3M?si=cmZ7Gknv3hiDMX3l
◉최근에 펴낸 이해인의
산문집 ‘소중한 보물들’ 가운데
꽃이 차지하는 자리가 큽니다.
많은 꽃이 이해인의
시어를 통해 새 생명으로
거듭났습니다.
그 꽃 시들을 통해
사람들은 위로받고
기쁨과 희망을 얻었습니다.
부산 광안리 베네딕도
수녀원 꽃밭에는
철철이 많은 꽃이 피고 집니다.
그 꽃들을 시로 담은 88 편이
2006년 시집으로 나왔습니다.
‘꽃은 흩어지고
그리움은 모이고’가
시집의 제목이었습니다.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지고 친숙한 꽃 장미는
5월과 6월이 한창 때입니다.
가시가 있는
이 아름다운 꽃은
고대 그리스시대부터
지금까지 숱한 전설과
역사를 만들어 냈습니다.
현존하는 장미의 종류만
6천 종이 넘을 정도로
다양합니다.
◉이해인 바라본 장미는
밝음과 맑음의 상징입니다.
이 꽃을 통해서
작은 것들에서 기쁨을 찾고
사랑과 용서의 중요성을
일깨워 줍니다.
가시에 찔려도
가시로 대응하지 않아서
아름다운 꽃잎을
피워낼 수 있다는
용서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눈물 속에서 피워낸
기쁨의 장미 한 송이를
선물하는 배려도
잊지 않습니다.
이해인은 나중에
천국에 가서도 장미꽃잎을
뿌리겠다고 말합니다.
◉귀에 익은 배경음악은
이해인과 동갑내기
베트 미들러(Bette Midler)의
‘The Rose’입니다.
이 노래로 그녀는
그래미상을 받았습니다.
같은 제목의 영화 주제가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영화 ‘The Rose’는
스물일곱 살에 세상을 떠난
위대한 록 보컬리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 제니스 조플린
(Janis Joplin)의
생을 담았습니다.
고된 삶의 가시에 찔려
일찍 떠났지만
그녀와 그녀의 노래는
아직도 많은 사람의
기억 속에 남아 있습니다.
https://youtu.be/RF70wYA7_hg?si=743zqCFktQfKBFO0
◉제비꽃은 흔히
봄의 전령‘이라고 부릅니다.
이른 봄에 어디서나
쉽게 자주 만날 수 있는
꽃입니다.
작고 여리지만 이른 봄에
먹이가 귀한 터라
벌들에게 인기 있습니다.
봄이 지나고 여름이 와서
화려한 꽃들이 등장하면
제비꽃에는 더 이상
벌이나 나비가
찾아오지 않습니다.
그래도 제비꽃은
그냥 있지 않습니다.
◉꽃을 피우지 않고
수술이 암술에 직접 닿게 하는
방법으로 가루받이합니다.
이런 꽃을 폐쇄화라고
부릅니다.
그렇게 늦여름과 가을까지
씨앗을 만드는 일을
멈추지 않고 계속합니다.
연약하지만 지혜롭고
강인한 제비꽃을 이해인은
자세히 들여다보고
지켜본 듯합니다.
이 시의 마지막 구절에서
그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어둠 밑으로 뿌리내린 나
비 오는 날에도
노래를 멈추지 않는
작은 시인이 되겠습니다.
나를 받아 주십시오’
역시 2006년 시집
‘꽃은 흩어지고
그리움은 모이고’에 담긴
’제비꽃 연가‘입니다.
감동적인 제비꽃의
사랑 이야기 낭송은
’Emotional Love Theme’란
피아노 연주곡이 받쳐줍니다.
https://youtu.be/Ml25FVsr49Q?si=sAIfivID98upDszg
◉이해인의 그 많은 시에
공통으로 흐르는 것이
사랑과 기쁨입니다.
주변 사람에 대한 사랑,
꽃을 포함한 자연과
주변 사물에 대한
사랑과 애정의 시가
그들에게 ‘사랑의 편지’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자신이 세상을 떠났을 때
사람들이 이해인은
한 통의 러브레터처럼
살다 갔다고 말해주면
좋겠다는 것이
소박한 그녀의 바람입니다.
남긴 시들이 바로
그 러브레터라고
그녀는 설명합니다.
◉노년의 삶을 사는 지금도
세상 사람을 안고 싶은
넓은 사랑이 자리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시(詩)라는 매개체를 통해
더욱 진실한 사랑의 삶을
살게 된 것을 고마워합니다.
예수나 성모를 들먹이는
신앙의 말이 아니라
그냥 평범한 따뜻한 말 속에
사랑이 들어 있다는
말도 덧붙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사랑한다는
말은 놀랍고도 황홀한 고백’
이라고 강조합니다.
이해인의 시
‘사랑한다는 말은’은
이화여대 김효근 교수가
곡을 붙여 가곡이 됐습니다.
이번에도 노래에는
가톨릭 성악가 바리톤
송기창 미카엘입니다.
https://youtu.be/3mHiiNfwWKg?si=A_1j7MePdtkx2EY9
◉같은 시에 다른 곡을 붙여
성가로 부르는 노래도
만나봅니다.
가톨릭 성가 밴드
하늘바라기가 대중적인
멜로디의 곡을 붙여 부르는
무대입니다,
https://youtu.be/X8Tckj3dNF0
◉지난해 이해인은
제26회 한국 가톨릭문학상
본상을 받았습니다.
‘꽃잎 한 장처럼’이라는
수상 시는 이해인 수녀가
코로나 팬데믹 시대
우리 삶의 모습과
그 속에서 희망을
찾고자 하는 마음을 담은
에세이집 속에
들어 있습니다.
‘작지만 아름다운 사랑의
메시지를 전함으로써
얼어붙고 혹독한 계절을 지나
마침내 봄을 알리는
꽃과 같은 작품’이라는 것이
심사위원단의 평가입니다.
◉이해인의 설명입니다.
‘노을빛 영성을 사는
노년의 시기와
삶을 마무리하는 단계에서
나온 유언(遺言) 같은
향기를 담은 시입니다.’
‘오랫동안 알고 지내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그들의 이름을
꽃잎으로 포개어
나는 들고 가리라
천국에까지’
성바오로수도회
심재영 수사의 낭송으로
만나보는 ‘꽃잎 한 장으로’
입니다.
나의 선물(My Gift)이란
음악이 함께 합니다.
https://youtu.be/GTJuFO08GlA?si=MPhyWQqNWwJRWO5A
◉시인 이해인은 그동안
50여 권의 책을 냈습니다.
적어도 3백만 부 이상이
팔렸습니다.
출판사와 수녀회는 주머니가
쏠쏠해졌지만 이해인과는
상관없는 일이었습니다.
수도자는 사유재산을
가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저작권을 친족에게
상속하지 않겠다는
공증을 매 3년 마다
해야 합니다.
다만 인세가 얼마였는지
알려주기는 한다고 합니다.
◉비우고 사는 삶에서
이해인이 가진 카드는
달랑 두 장뿐입니다.
하나는 경로우대 교통카드,
하나는 주민등록증입니다.
물론 마음은 부자입니다.
사랑하는 많은 사람이 있고
사랑해 주는 사람이 많습니다.
게다가 얼마가 될지 모르지만
남은 세월 동안
사랑해야 할 사람과
사랑해야 할 꽃과
새 등 여러 상대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모두 소중한 보물들이어서
값으로 따지면
수녀 시인 이해인은 엄청난
부자인 셈입니다. (배석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