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석규의아침음악

2024.0717

해군52 2024. 7. 20. 09:40

✱아침을 여는 음악 7월 17일(수)✱
▲비발디의 ‘폭풍’(Vivaldi-Storm)
◾파괴의 여름, 생명의 음악  
   
      ▣비발디 ‘여름’ 
        3악장 Presto-Storm 
       ◀Thunderstorm(뇌우:雷雨) 
         ◼피나 카르미렐리 & 이무지치 
           (Pina Carmirelli, I Musici)
       ◀Storm 
         ◼Asturia Quartet
           (우크라이나 전자 현악 4중주단)  
         ◼Ditto 
         ◼Yanni Live
      ▣ 영화 속 Storm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Men in Black 
      ▣기타 연주-Estate(Storm)
         ◼40 Fingers    

◉비를 품은 정체전선이
북쪽으로 올라왔습니다.
어제부터 중부지방에 
비를 뿌리기 시작했습니다.
밤새  빗소리가  요란했습니다.
앞으로 한참 동안 
빗속에 젖어 지내도록 
만들 모양입니다. 
예보를 펼쳐보면 
나와있는 26일까지 
비를 내리는  표식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하루도 비 없는  날이  없습니다
약간의 예보 변화야 있겠지만 
이달 말 장마가 끝날 때까지
물 잔치를 톡톡히하고 
물러갈 것이라는
신호입니다.

◉얌전하게 비만 내리면 
그나마 다행이고 괜찮습니다.
하지만 곳곳에 
집중호우로. 천둥 번개로 
푸닥거리하고 지나는 곳이 
적지 않습니다. 
이미 찾아온 집중호우로 
피해가 꽤 됩니다.
이제는 추가 피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 
장마가 끝날 때까지 계속 
살피고 조심해야 되기때문에
맘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장마와 태풍이 다녀가는 
여름은 어차피 비바람이 
거칠게 몰아치는 
계절이기는 합니다.
바이올린의 표현력으로 
사계절을 그려 놓은 
비발디(Vivaldi)도 
여름을 그렇게 
그려 놓았습니다.
비발디의 사계(四季) 
즉 봄, 여름, 가을, 겨울은
한국인들에게 가장 친숙한 
클래식 음악입니다. 
그래서 1년 내내 사랑받는 
음악입니다. 

◉비발디는 봄과 가을은 
편안함을 주는 계절로, 
더위와 추위를 가져오는 
여름과 겨울은
공격적이고 위협적인 
계절로 그려 놓았습니다. 
그 가운데 여름 3악장 
프레스토(Presto)는 
특히 가장 거칠고 과격하게
그려 놓았습니다.
그래서 ‘Storm’, 
즉 ‘폭풍’이라는 별도의 
제목까지 붙어 
여러 악기로 연주됩니다. 
‘빠르고 급하게’, 
즉 프레스토(Presto)라는 
지시어에 맞게 가장 
격렬하고 화끈한 음악입니다. 
여러 악기 연주자가
자신의 색깔에 맞게 
연주를 시도해 보고 싶은 
욕심이 생길 법합니다. 
강약과 빠르기와 함께 
악기 차이에서 오는 연주가 
조금씩 다른 느낌의 
Storm을 만들어 냅니다. 

◉흔히 비발디의 ‘사계’는 
표제음악의 출발점이라고들
얘기합니다.
짧은 시(詩)인 소네트와 지시어가 
음악에 대한 이해를 도와줍니다. 
오늘 만나보려는 
‘여름 3악장 프레스토’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소네트부터 만나봅니다. 
‘아 그의 두려움이 
얼마나 얼마나 옳았던가? 
하늘은 천둥을 울리고 
번개를 비치고 
우박을 내리게 한다. 
익은 열매나 곡식을 
모두 쓸어 버린다.’
땅 위의 여러 가지를 파괴하고 
쓸어가는 여름의 잔인성이 
소네트에서부터 묻어 나옵니다.

◉하늘과 땅만 보이는 
몽골의 초원에 서면 
변화무쌍한 여름의 본모습을 
실감하게 됩니다.
지난주 몽골을 다녀왔을 때는
비교적 날씨가 좋은 편이라 
그런 모습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과거 초원에서 
보낼 때는 몰려오는 먹구름과 
잦은 비에 끝 없이 이어지는 
연쇄 번개까지 수시로 만났습니다.
비발디의 여름 3악장 
프레스토에 잘 맞는 
여름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런 모습을 만들어 내는 
하늘을 ‘텡그리’라고 부르며 
최상의 신으로 숭배하는 
몽골인들의 정서를 
이해할 만합니다.

◉몰려오는 먹구름과 
이어지는 연쇄 번개,
뇌우(雷雨) 속 자연 모습을   
비발디의 ‘Storm’으로 
담아봅니다. 
바이올린 연주에는 
이탈리아 이 무지치
(I Musici) 앙상블의 
바이올린 솔리스트 
피나 카르미넬리
(Pina Carmirelli)입니다. 
https://youtu.be/IGPP9UxIXbw?si=MyCFSwZ_aIt_a5wY

◉전자악기 연주로 들어보는 
‘Storm’입니다. 
우크라이나는 지금 
전쟁의 폭풍 속에 
휩싸여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일렉트릭 
현악 여성 4중주단 Asturia는 
전쟁이 빨리 끝나서  
다시 조국에서 활동을 
재개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비발디의 ‘Storm’을 연주합니다. 
우크라이나 차이코프스키 
국립 음악 아카데미에서 
공부한 재원들입니다.
바이올리니스트와 첼리스트는 
국가 콩쿠르 우승자입니다. 
팀이름 Asturia는 
스페인 작곡가가 만든 
그들의 데뷔곡 제목에서 
가져왔습니다.

◉전자악기로 연주되는
음악은 좀 더 격정적입니다. 
두 대의 바이올린과
첼로, 비올라로 엮어 내는  
전자악기의 독특한 음색에
연주자들의 정열적인 몸짓, 
여기에 격정적인 춤까지 
곁들여지면서 화려한 
무대가 만들어집니다. 
전자악기를 들고 클래식을 
새롭게 해석해 내는 그녀들의 
공연은 유럽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한국에도 다녀갔습니다.
이 팀이 조국에서 활발히 
활동할 수 있는 날이
당겨지기를 바라면서 
힘 있고 신나는 그녀들의 
연주를 들어 봅니다.
https://youtu.be/Riub5ycByCY?si=wfZKUSTxrCitT_YJ

◉Ditto는 2007년에 만들어진 
클래식 아이돌 앙상블입니다.
리처드 용재 오닐, 대니 구,
다니엘 정 등 익숙한 이름을 
만날 수 있는 그룹입니다. 
12년 동안 활동하며
팀의 이름 그대로 젊은 층에 
클래식 연주에 대한 ‘공감’을 
블러왔습니다.
다만 그들이 지난 2019뇬
활동을 마감해 
아쉽기는 합니다.
지금은 개인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2017년 10주년을 맞아 
‘디토 파라디소’란 이름으로 
기념공연을 열면서 ‘Storm’을 
무대에 올렸습니다.
젊은 유능한 클래식 
연주자들이 만들어 내는 
팝스타 콘서트장 같은 
파격적인 무대입니다.  
전통의 클래식 앙상블 
무대와는 다른 분위기를 
안겨주면서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젊은 연주자들이 
만들어 내는 
열정적인 여름입니다.
https://youtu.be/25zBoPn_XOo

◉이번에는 전문 연주그룹이 
그려내는 ‘Storm’입니다. 
그리스의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야니(Aanni)가 
이끄는 연주그룹입니다.
연주를 위해 새롭게 편곡한 
‘Storm’을 무대에 올립니다, 
색다른 전주곡을 깔고 
시작하는 연주입니다.
남녀 바이올리니스트 두 명이 
파워풀한 연주로 
관객들을 흔들어 놓습니다. 
이어 라틴풍의 하프 연주가 
등장하고 트럼펫까지 
가세하면서 제목 그대로 
‘폭풍’ 같은 연주가 
펼쳐집니다. 
https://youtu.be/BNi9fOjXx-Y

◉빠르고 급하면서도 
격정적인 멜로디는 자주 
영화관계자들의 구미를 당깁니다. 
그래서 ‘Storm’은 영화속에 
들어가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대표적인 영화가 2019년 
칸영화제에서 각본상과 
‘퀴어 종려상’을 받은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입니다. 
이 영화는 여성만 등장하는 
프랑스 퀴어 로맨스 영화입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 탓인지
한국 상영에서는 별 재미를 
못 봤습니다. 

◉이 영화 속에서 
잔인한 여름을 불러온 
‘Storm’은 죽음 직전의 
영혼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파괴의 음악이 아니라 
생명의 음악이 됩니다. 
세상을 비관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던 
귀족 아가씨 엘로이즈에게 
화가 마리안느가 들려준 
음악이 바로 비발디의 
‘Storm’이었습니다.
성당 미사곡이 전부였던 
그녀의 마음속에 이 음악이 
각인되면서 엘로이즈는 
삶의 희망을 얻습니다.

◉사랑하는 사이가 되는 
두 여인의 모습은 인간적인 
사랑으로 이해하면
보고 넘길 만합니다.
두 여인은 헤어진 뒤 
다시 만나는 일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음악은 지난 기억을 
살려주는 버팀목이 됩니다.
엔딩 장면에 이 음악이 
등장합니다.
엘로이즈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과 기억의 전율을 
드러냅니다. 
마리안느가 멀리서 그것을 
지켜봅니다. 
엘로이즈는 아마 
이 음악의 기억 속에서
남은 생을 살아갈 겁니다. 
https://youtu.be/gbBCKogDF2s?si=gABoi7X_D9Ghr7Dr

◉빠른 템포의 음악은 
액션 영화나 SF 영화에도
잘 어울립니다.
‘Men in Black2’에 들어간 
‘Storm’를 들어 보면 
실감 납니다.
지구를 보호하는 비밀 기관인
블랙 에이전시 대장 
토미 리 존슨과 신참 요원
월 스미스의 활약을 그린 
영화입니다.
이 영화 간추린 장면에
들어간 음악입니다. 
팝과 클래식을 넘나드는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 
싱가포르 출신 
바네사 메이(Vanessa Mae)의 
연주입니다. 
https://youtu.be/1hMfYov4iqo?si=Noza-X2CgQVb2f8d

◉이밖에 2010년 
심리 스릴러 영화 
‘Black Swan’과 
2020년 영국 영화 
‘Emma’에 이 음악이
삽입되는 등 영화 속에서 
심심찮게 이 음악을 
만날 수 있습니다.

◉잔잔한 연주에 어울리는
어쿠스틱 기타로 엮어 내는 
‘Storm’(Estate)를 
마무리 곡으로 듣습니다. 
이탈리아의 어쿠스틱 
기타리스트 네 명이 만든 
콰르텟(Quartet)
‘40 Fingers’의 연주입니다. 
바이올린의 격렬한 연주와 달리 
색다른 느낌을 줍니다. 
여름 산 넓은 평원에서 
번져가는 ‘Storm’입니다.
https://youtu.be/M8guTjUoOuo?si=XcKrjG_HBIX8k-SJ

◉비발디가 파괴적인 여름, 
잔인한 여름을 그려 낸 
‘여름 3악장’이지만 
많은 사람이 그 음악 속에서
활력을 느끼고 생기를 
찾기도 합니다.
그것이 바로 잘 만들어진 
음악이 주는 힘이기도 합니다. 
다만 현실에서는 
잔인한 여름, 
파괴적인 여름이 
살짝  비켜 갔으면 
좋겠습니다. (배석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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