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지아 북서부 스바네티(Svaneti)는 조지아에서 산이 가장 많은 지역 중 하나로 해발 4,500미터가 넘는 코카서스 산맥의 고봉 4개가 이곳에 모여 있다. 3,000미터 이상의 고지대는 만년설과 빙하로 덮여 있고, 1,800미터에서 3,000미터에 이르는 지역은 고산 초원과 목초지로 이루어져 있다.

해발 2,100m로 유럽에서 사람이 사는 가장 높은 곳인 우쉬구리(Ushguli) 마을에는 독자적인 언어와 문화를 가진 스반(Svan)족 주민들이 삶을 이어가고 있다. 이곳에는 돌로 지어진 거대한 굴뚝처럼 보이는 구조물들이 많이 서 있는데 외세의 침략이나 마을 간의 갈등으로부터 가족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용 요새이자 주거 공간으로 사용되었던 스반 탑(Svan towers)이다.

보통 3~5층 높이에 위로 갈수록 폭이 좁아지는 형태인데 1층은 생활공간이나 가축의 축사이고, 위층은 방어 및 식량 비축 공간이다. 주로 9~13세기에 만들어져 중세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서 우쉬구리를 비롯한 상부 스바네티 지역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곳은 얼핏 외부와 단절된 것처럼 보이지만 현재 러시아 영토인 북부 코카서스와 남부 조지아 평원 지대를 잇는 전략적 통로이자 고대 무역로와 맞닿아 있어서 몽골, 페르시아, 오스만 등 외세의 침입이 계속되었고, 왕국의 보물과 성물을 가장 안전한 이 깊은 산속으로 숨겨야 했다. 또한 오랜 세월 '리트브리(Litrvi)'라고 불리는 피의 복수 관습으로 인해 마을 내부, 혹은 이웃 마을 간의 잔혹한 부족 전쟁이 벌어지면 온 가족이 집 바로 옆에 세운 단단한 돌탑 위로 대피해 몇 주씩 버텨야 했다.

겉보기에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낙원처럼 보이는 곳이지만 중세 스반족 사람들은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처절하게 싸워야 했고, 그들의 치열한 생존 투쟁이 남긴 흔적이 오늘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되었다. 오랜 세월을 견뎌낸 스반 탑이 있는 풍경은 그림으로 그려져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 미술관에도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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