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정(情/My Heart)
제작년도 1999년
제작국가 한국
상영시간 114분
감독 배창호
출연 김유미, 김명곤, 윤유선, 남정희, 김종구...
1910년부터 1960년대까지 격동의 반세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한 여인의 파란만장한 인생 역정을 진솔하게 그린 멜로물로
작가주의 감독 배창호가 연출하면서 <러브 스토리>(1996)에
이어 그의 부인인 김유미를 주연으로 출연시킨 영화입니다
영화는 개나리가 피어있는 화사한 어느 봄날, 한적한 마을
어귀 신작로에 앉아서 버스를 타고 올 누군가를 기다리는
한 할머니가 흘러간 옛일을 회상하는 장면으로 시작해서
봄, 여름, 겨울이라는 3부작 형태로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요즘은 보기 어려운 전통 결혼식, 술 빚는 풍경, 옹기장수,
한약방 등 잊혀져가는 우리 옛것들을 아름다운 시선으로
그렸고,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도록 하는 한국의 사계절을
담은 수려한 화면과 한국인 특유의 정이 가득한 이야기가
조화를 이루어 개봉 전부터 매스컴에서 호평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스타급 배우의 출연 같은 흥행 요소가 없어서인지
배감독이 제작과 배급까지 직접 맡아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아쉽게도 실제 흥행에서는 대참패를 기록하고 말았습니다
1999년 우디네영화제 관객상, 베노데영화제 심사위원대상,
관객상, 2000년 부산영화평론가협회 감독상을 받았습니다
'결혼식이 열리는 시골 마을은 축제 분위기에 들떠 있고,
칠보단장을 한 열여섯 살 어여쁜 순이(강기화 분)는 긴장한
모습으로 신랑에 대한 아련한 꿈을 갖고 초례청에 나간다
그러나 겨우 열 살이 지났을까 싶은 어린 아이가 신랑으로
등장하자 새색시가 가졌던 아련한 꿈은 산산이 깨져버리고,
순이는 어린 신랑의 철없는 어리광과 시어머니(남정희 분)의
매서운 시집살이로 서럽고 힘들기만 한 10여 년을 보낸다
세월이 흐른 후 경성으로 유학을 갔던 남편(김종구 분)이
신여성을 데리고 오자 순이(김유미 분)는 배신감을 느낀다
바람이 불던 날, 두 사람의 격렬한 밀회를 목격한 순이는
억장이 무너지면서도 그들의 사랑이 애틋하게 느껴진다
남편이 이혼을 요구하자 아무 원망도 없이 떠나려 하는데
자신을 미워하는 줄 알았던 시어머니는 뜻밖의 말을 한다
“아무 걱정할 것 없다. 아가, 이 집의 며느리는 너 하나여”
순이는 시어머니의 따뜻한 마음을 간직한 채 집을 떠난다
몇 년이 지난 어느 여름날, 옹기를 팔러 순이의 외딴 집에
들린 덕순(김명곤 분)은 순이의 단아한 모습에 반해 혼자
애간장을 태우다가 술기운을 빌어 그녀를 보쌈해 버린다
덕순이 만든 옹기에 자신의 얼굴이 그려진 것을 본 순이는
마침내 그의 구애를 받아들이면서 생전 처음으로 남녀간의
사랑을 알게 되고, 산속 옹기터에서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읍내 장터에서 옹기를 팔고 술에 거나하게
취한 채 집으로 돌아오던 덕순은 소낙비로 불어난 개울물에
휩쓸려 다음날 아침 싸늘한 주검이 되어 순이 앞에 나타난다
순이에게 주려고 산 박가분을 손마디가 꺾일만큼 꼭 쥐고...
<꼬방동네 사람들><적도의 꽃><깊고 푸른 밤> 등 작품으로
1980년대 초 최고의 흥행감독으로 손꼽히던 배창호 감독은
그의 열다섯 번째 작품인 이 영화에서는 기구한 인생을 산
한 여인의 삶의 모습을 통해 한국인의 '정'을 이야기합니다
격동의 세월을 살아가는 주인공 순이의 일생은 ‘사연 많은
여인의 수난사‘이지만 '한 많은 여인의 청승맞은 한풀이'가
아니라 스스로 주체가 되어 고난을 헤쳐나가는 모습입니다
가부장적 권위나 흉내내는 철없는 꼬마신랑을 제압하거나
남편이 사랑하는 다른 여자를 데려오자 스스로 떠나거나
자신을 보쌈한 새 남편을 리드하는 것이 모두 그렇습니다
이런 이야기 속에 '지금은 사라져버린, 그래서 더욱 그리운'
것들이 많이 담겨져 있어서 더 아름다운 영화이기도 합니다
떠들썩한 전통 혼례식, 시어머니의 고된 시집살이와 속정,
마음을 담아 정성껏 옹기를 빚어내는 장인의 모습,
'보쌈'이라는 풍습이 만들어낸 관용의 정서,
아름다운 풍광과 구수한 우리 가락...
이런 것들이 어우러져 잘 정제된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요즈음 수백만 관객을 쉽게 동원하는 헐리우드 영화들처럼
현란한 CG화면이나 아슬아슬함을 넘어선 섹스와 폭력 등
관객을 유혹하는 요소들이 전혀 없어서 밋밋하기는 하지만
배감독의 절제된 미학을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
영화 중 아름다운 영상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R28PSDj7LIM
* 배창호 감독의 다른 작품들
꼬방동네 사람들 (1982)
적도의 꽃 (1983)
고래 사냥 (1984)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1984)
깊고 푸른 밤 (1984)
황진이 (1986)
기쁜 우리 젊은 날 (1987)
꿈 (1990)
흑수선 (2001)
길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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