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세상

파이란 (08)

해군52 2004. 9. 15. 23:19

 

제작년도 2001

제작국가 한국

상영시간 116

감독 송해성

출연 최민식, 장백지, 손병호, 공형진, 김지영, 민경진

 

뒷골목에서조차 호구라 불리며 무시당하는 삼류 건달과

불법체류하면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중국 여인의

엇갈린, 그래서 보는 이의 가슴을 더 저리게 하는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 신예 송해성 감독의 멜로 영화입니다

 

영화 <철도원>(1999)의 원작 소설을 쓴 작가 아사다 지로

(淺田次口)의 단편소설 '러브레터'에서 깊은 인상을 받은

송감독은 1년 이상 공을 들여가며 이 소설을 각색했는데

제목 '파이란'은 중국 배우 장백지가 연기하는 여주인공

이름 백란(白蘭)의 중국 발음을 한글로 표기한 것입니다

 

로케이션은 인천과 강원도 동해 두 곳에서 이루어졌는데

인공적인 세트를 전혀 사용하지 않으면서 사실성을 살린

인천 뒷골목의 스산한 모습과 동해안 바닷가의 풍광들이

영화의 서정성을 한층 더 풍부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빼어난 연기를 보여준 최민식과 장백지 두 주연 외에도

공형진, 김지영 등 조연들의 감초같은 연기가 일품입니다

 

이 영화는 제작 단계에 이미 아시아 5개국과 사전 판권

계약을 성사시켜 한국 영화로는 최초의 기록을 세웠고,

개봉하기 전부터 인터넷을 통한 투자자 공모 방식으로

1분 만에 25천만원이라는 투자금을 모집하였으며

'파이란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파사모)이 결성되는

등 마케팅과 흥행에서도 이야기거리가 많이 있었습니다

 

 

배포도 약하고 일처리도 시원치 않은 강재(최민식 분)

뒷골목 동기이자 조직 보스인 용식(손병호 분)의 밑에서

보잘 것 없이 구박받고 지내는 인천항의 삼류 건달이다

 

불법 비디오테입을 유통시키다가 걸려서 구류를 살거나

오락실을 돌아다니면서 인형뽑기 오락이나 하며 지내고

빚 받으러 갔다가 아줌마에게 멱살 잡혀서 망신당하고,

뒷골목 새파란 후배들에게 인사도 받지 못 할 형편이다

 

고향으로 돌아갈 때 배 한 척 살만큼 돈을 모으겠다는

소박하고 부질없는 꿈을 꾸며 모든 수모를 견뎌내지만

강재의 삶은 고단하기만 하고 별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

 

어느 날 밤 술자리에 그를 불러낸 보스 용식이 고향에

가지고 갈 배 한 척과 남은 인생을 맞바꾸자고 제안하자

고민하던 강재는 결국 엄청난 사건에 휘말려 들게 된다

 

소용돌이에 휘말린 강재에게 파이란’(장백지 분)이라는

이름의 낯선 중국 여인으로부터 편지 한 통이 배달된다

 

강재씨, 고맙습니다

강재씨 덕분에 한국에서 계속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여기 사람들 모두 친절합니다

그치만 가장 친절한 건 당신입니다

왜냐하면 나와 결혼해 주셨으니까요...‘

 

결혼... 아내... 파이란...?

형편없는 삼류 건달 강재에게도 아내가 있었다?

돈 몇 푼을 받고 위장 결혼을 한 기억이 떠오르는 강재

 

낯선 편지 한 통에서 전해지는 알 수 없는 따스함은 기댈

곳이 없던 강재를 낯선 인연의 자락과 마주하게 하는데...

 

 

지저분한 항구의 어두운 골목길,

빨래가 가득 널린 세탁소,

에로 비디오가 들어찬 비디오 가게,

불어터진 라면이 구석에 처박힌 낡은 방,

'파이란'의 사랑은 이런 초라한 곳에서 시작됩니다

 

고향을 떠나 꿈조차 잃어버린 뒷골목의 삼류 건달,

혈육 하나 없이 낯선 땅에 내팽개쳐진 중국 여인,

이런 주인공들이기에 '파이란'의 사랑은 더 진실합니다

 

한쪽에서는 생의 전부를 건 한결같은 눈길을 보내지만

다른 쪽에서는 알지도 못한 채 삶의 파국으로 흘러가고,

마주 보면서도 엇갈리고 모든 것이 끝난 후에야 깨닫고,

그래서 '파이란'의 사랑은 더욱 간절할 수밖에 없습니다

 

<넘버 3>(1997)<해피엔드>(1999)<쉬리>(1999) 등 이전

여러 작품에서 카리스마 있는 연기로 여러 영화제에서

수많은 상을 받았던 최민식이 이 영화에서도 스탭들의

감탄을 자아내는 신기에 가까운 멋진 연기를 펼칩니다

 

파이란이 남긴 편지를 읽다가 오열하는 바닷가 장면은

감독의 지시 없이 최민식 혼자 펼친 연기였다고 하는데

사내가 우는 장면도 감동적일 수 있음을 느끼게 합니다

 

청초하고 가냘픈 중국 여인 파이란을 연기한 장백지는

영화에서 직접 노래를 부르며 매력을 십분 발휘합니다

 

'세상은 날 삼류라 하고, 이 여자는 날 사랑이라 한다'

홍보 문구는 영화의 포스터와 함께 고등학교 국어 문법

교과서(서울대 국어교육연구소 편)에도 실렸다고 합니다 

 

 

바닷가 명장면 영상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6ZUfpoPJHuo

 

 

송해성 감독의 다른 작품들

 

 

카라 (1999)

역도산 (2004)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2006)

무적자 (2010)

고령화 가족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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