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세상

피카소 (40)

해군52 2005. 8. 20. 23:52

 

Surviving Picasso/1996/미국/123

감독 James Ivory

출연 Anthony Hopkins, Natascha McElhone, Joss Ackland,

       Julianne Moore, Jane Lapotaire, Susannah Harker

 

스페인 출신 천재 화가 파블로 피카소의 마지막 10년을 다룬

애리애너 허핑턴의 <피카소, 창조자이자 파괴자>를 원작으로

<전망 좋은 방><하워즈 엔드><남아있는 나날> 등 품격 있는

예술영화를 만들던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과 이스마일 머천트

(아이보리 머천트 듀오)가 연출과 제작을 담당한 작품입니다

 

20대 초반부터 10년간 동거하면서 두 아이를 낳은 피카소의

다섯 번 째 여인 프랑소와즈 질로가 그와의 삶을 회고하는데

피카소를 미화도 폄하도 하지 않고 있던 그대로 보여줍니다

 

이 영화의 원제인 ‘Surviving Picasso’를 문자대로 해석하면

'피카소보다 오래 살기' 또는 '피카소 극복하기'라는 의미인데

질로가 그랬듯이 피카소라는 인물을 견뎌내는 것을 뜻합니다

 

설명이 필요 없는 전설 중의 전설 앤소니 홉킨스가 스페인식

억양과 구부정한 어깨에 이르기까지 피카소를 다시 살려내고,

영국 연극 무대에 서다가 이 영화로 데뷔한 나타샤 맥켈혼이

대선배의 상대역으로 신인답지 않게 놀라운 연기를 펼칩니다

 

촬영은 파리와 프랑스 남부 그리고 런던 근교의 스튜디오에서

진행되었다는데 아름다운 풍광과 유럽풍 분위기가 돋보입니다

 

상영시간이 길고 클라이맥스가 없어서 지루한 느낌이 들지만

거인이자 기인이기도 한 피카소의 알려지지 않은 모습과 함께

그의 유명 작품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습니다

 

영화제 수상기록은 없고, 국내에서는 흥행이 불확실한 탓인지

극장에서 개봉하지 못 하고 바로 비디오로만 출시되었습니다

 

  

60대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거칠고 열정적인 젊음을 유지하는

20세기 현대미술의 거장 파블로 피카소(안소니 홉킨스 분)

파리에서 만난 23세의 촉망받는 신인 화가 프랑소와즈 질로

(나타샤 맥켈혼 분)와 또 한 번의 열정적인 사랑을 시작한다

 

딸 같은 어린 나이의 그녀와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가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의 어린 딸을 키우고 있는 화가 마리 테레즈

(수잔나 하커 분)와의 주기적인 만남도 쉬지 않고 계속한다

 

그밖에도 불타는 열정으로 정신분열에 가까운 증세를 보이며

그에게 집착하는 또 다른 화가 도라 마알(줄리안 무어 분)

첫 연인이자 스무살이 넘은 아들 파블로(도미닉 웨스트 분)

키우고 있는 러시아 댄서 출신 올가(제인 라포타이어 분)까지,

여러 여성들로부터 애증과 집착과 시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어린 나이의 질로는 피카소의 복잡한 여성편력에 절망한데다

구두쇠처럼 돈을 아끼고 아동학대를 일삼으며 예측 불가능한

괴팍한 성격에 경악하면서도 늘 열정적이며 예술혼에 불타는

피카소의 모든 것을 있는대로 받아들이며 순응하려고 애쓴다

 

피카소는 질로를 미술 시장의 딜러나 당대 최고 화가 마티스

(조스 애클랜드 분)에게 소개시키는 등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이런 도움을 빌미로 그녀에게 무리한 복종을 요구하려고 한다

 

질로는 피카소의 연인인 동시에 함께 일을 한다는 연대감으로

자신의 예술 활동을 살찌우는 한편 그의 두 아이를 낳으면서

연결고리를 단단히 하려고 노력하지만 그에게 재클린(다이앤

베노라 분)이라는 또 다른 여인이 생기는데...

 

 

영화는 피카소의 예술과 인생 그리고 여성편력을 다루었는데

1943년부터 10년간 동거한 이후 자서전 <피카소와의 생활>

집필한 프랑소와즈 질로를 중심으로 다섯 여인이 등장합니다

 

영화에서는 질로가 화자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질로와 그녀의

아들이 이 영화의 제작에 부정적이어서 질로의 자서전 활용은

물론이고 소장하고 있는 피카소 작품의 촬영에도 반대하였고,

애리애너의 전기와 이 영화에도 비판적 입장이었다고 합니다

 

영화 속 질로의 시선으로 본 피카소는 미신에 빠진 폭군처럼

수많은 여인들을 전전하며 창작의 영감을 훔쳐내기만 하고는

아무런 가책도 없이 배반하는 비열한 행동을 반복하곤 합니다

 

피카소 주변에는 언제나 여러 명의 여인들이 넘쳐나고 있지만

사랑을 나누기보다는 사랑을 훔치는방식으로 철저히 자기

중심적이고 비열한 마초와 같은 그에게 여인들이 의미가 있는

것은 단지 그의 욕정과 고독을 채워주는 존재로서일 뿐입니다

 

여자들이 나를 차지하려 다툴 때마다 이사 가야 한다면 평생

이삿짐만 싸고 있어야 할 것이라고 공공연히 불평하는가 하면

심지어 함께 살고 있는 질로에게 누구를 만나든 누구와 잠을

자든 모두 내 마음대로라고 당당히 말하기도 하고, 게르티카

그림을 그리는 장면에서는 바로 등 뒤에서 두 여자가 자신을

차지하려고 벌이는 몸싸움을 은근히 방조하고 즐기기도 합니다

 

또한 여자들에게 경제권을 맡기기는커녕 생활비조차 주지 않고

은행의 파산을 염려해서 거액을 상자 안에 보관하기도 합니다

 

언제든 매력적인 여자만 보면 아주 천박한 방식으로 접근해서

대책 없이 사랑에 빠져버리고 결국 불행하게 만들곤 하는데도

버림받은 여인들조차 그를 증오하기는커녕 그의 주변을 맴돌고

심지어 그가 죽은 후에 두 여자는 스스로 목숨까지 끊었다니

피카소라는 사람은 과연 그녀들에게 어떤 의미이었을까요?

 

 

 

영화 예고편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7B9aHR7vWRk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의 다른 작품들

 

 

세익스피어 같은 사람 (1965) 베를린 금곰상 후보

유럽인들 (1979) 칸 황금종려상 후보

4중주 (1981) 칸 황금종려상 후보

인도에서 생긴 일 (1983) 칸 황금종려상 후보

모리스 (1987) 베니스 은사자상

 

브릿지 부부 (1990) 베니스 금사자상 후보

하워즈 엔드 (1992)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 칸 황금종려상 후보

남아있는 나날 (1993)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

대통령의 연인들 (1995) 칸 황금종려상 후보

러브 템테이션 (2000) 칸 황금종려상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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