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세상

아름다운 시절 (38)

해군52 2005. 7. 24. 23:50

 

제작년도 1998

제작국가 한국

상영시간 120

감독 이광모

출연 안성기, 송옥숙, 이인, 유오성, 명지연, 배유정

 

한국전쟁 당시 어려운 시절을 살았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어린 소년의 시선을 통해서 잔잔하면서 진솔하게 그린 작품으로

영화사 백두대간 대표이자 교수인 이광모 감독의 데뷔작입니다

 

이감독은 아픈 과거를 아름답다는 역설적 표현으로 감싸안으며

산수화처럼 사실적이고 아름다운 영상이 돋보이는 화면을 통해서

전쟁으로 인한 아픔과 용서, 화해까지 이르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이감독은 6년이나 걸린 시나리오 집필을 포함, 무려 11년에 걸쳐

철저하게 사전 준비를 하고 장면마다 수십 번씩 촬영을 거듭하는

장인정신을 발휘하여 영화를 만들었는데 1년간 공들인 로케 헌팅,

50여 곳의 사계절을 담은 촬영, 시나리오 수정 25, 장면당 평균

촬영 20, 후반 작업 9개월 등 많은 제작 뒷이야기를 남겼습니다

 

비굴한 모습의 소시민으로 출연한 안성기의 맥빠진듯한 명연기와

대금과 피아노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영화 음악도 돋보입니다

그 결과 '20세기 한국 10대 영화'에 꼽히는 작품으로 평가받았고

예술영화로는 드물게 20만 관객이라는 흥행 실적도 올렸습니다

 

1995년 하틀리-메릴 시나리오 콘테스트의 그랑프리를 시작으로

1998년 동경영화제 금상, 기린상, 데살로니키영화제 예술공헌상,

하와이영화제와 벨포르영화제 그랑프리 등 당시 해외영화제에서

많은 수상기록을 세웠고 칸영화제 감독주간에도 진출하였습니다

 

 

한국전 당시 산으로 둘러싸인 복사골이라는 어느 작은 산골 마을,

 

미군 장교와 사귀는 성민(이인 분)의 큰누나 영숙(명순미 분)

주선으로 성민의 아버지 최씨(안성기 분)가 미군부대에 취직을

하고부터 어려웠던 성민이네 집안 형편은 몰라보게 좋아진다

 

반면, 성민이네 아래채 방을 얻어 사는 창희(김정우 분)의 어머니

안성댁(배유정 분)은 의용군으로 끌려간 채 소식조차 없는 남편을

2년째 기다리면서 어린 두 자녀와 함께 어렵게 살림을 꾸려간다

 

안성댁은 최씨의 주선으로 미군의 속옷을 세탁하는 일을 맡지만

강변에 널어놓았던 세탁물을 모두 잃어버리고 변상할 길이 없자

미군 하사에게 몸을 허락하고서야 겨우 어려운 상황을 무마한다

 

동네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놀거리를 찾아다니던 성민과 창희는

동구밖 방앗간이 미군과 동네 처녀들의 정사 장소라는 것을 알고

미군의 망원경을 훔치기 위해서 방앗간에 몰래 숨어들어갔다가

창희의 어머니와 미군의 정사 장면을 목격하고 큰 충격을 받는다

 

다음날, 여느 때처럼 미군과 동네 처녀가 정사를 벌이던 방앗간에

화재가 발생하여 미군 병사가 사망하고 창희는 갑자기 사라진다

 

다음 해 여름 모두의 기억에서 방앗간 화재 사건이 희미해질 무렵

방앗간 근처 늪에서 밧줄에 묶인 채 부패한 아이 시신이 발견되자

동네 아이들은 창희의 장례를 치루고 언덕에 작은 무덤을 만든다

 

휴전 협정 후 불구가 되어 돌아온 창희 아버지 송씨(고동업 분)

실종된 아들의 가출 이유와 방앗간 화재 원인을 알고 괴로워한다

 

미군 장교와 사귀던 성민의 누나 영숙은 임신한 채 버림을 받고,

미군부대에서 물건을 빼돌리다가 붙잡힌 성민의 아버지 최씨는

붉은 페인트칠을 당한 채 비참한 몰골로 미군부대에서 쫓겨난다

 

성민이네가 새 삶의 터전을 찾아 마을을 떠나기로 결정한 날 밤,

말없이 사라졌던 창희가 성민의 꿈결을 타고 성민 앞에 나타나자

성민은 창희가 아직도 살아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다시 갖게 된다

 

 

완벽주의자로 꼽히는 이감독은 아름다운 옛 시절을 회상하듯이

롱테이크로 찍은 느린 화면과 멀리서 아련하게 들리는 목소리로

아픈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살아온 주인공들의 삶을 그려냅니다

 

돈벌이를 위해서 미군과 사귀는 딸을 모른척하는 성민의 아버지,

미군의 세탁물을 잃어버리고 몸을 내주어야 하는 창희의 어머니,

미군의 정사 장소인 방앗간에 불을 지르고 갑자기 사라진 창희,

의용군으로 끌려갔다가 불구자가 되어 돌아온 창희의 아버지,

미군이 차에서 던져 주는 껌을 줍기 위해 뛰어다니는 아이들...

 

영화는 직접적인 전쟁 장면 없이 이런 아픈 것들을 이야기하지만

전쟁의 아픔 속에서도 많은 아름다운 것들을 찾아내기도 합니다

 

배가 고픈 창희를 위해서 자신의 도시락을 나누어주는 성민이,

창희의 어머니를 구박하면서도 돕고 살아가는 성민의 어머니,

마을에서 따돌림 당하는 부역자 가족에게 쌀을 건네주는 삼촌,

좋아하는 소녀에게 할머니의 유품인 손거울을 주는 성민이,

비석치기, 말타기, 쥐불놀이, 딱지치기를 하며 노는 아이들,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서 치르는 잔칫날 같은 학교 운동회,

가엽게 죽은 친구 창희를 위해 아이들이 준비한 장례식...

 

전쟁으로 인해 마을 사람들의 삶은 적지 않게 파괴되기도 하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그들은 희망을 놓지 않고 삶은 계속 이어집니다

마치 소달구지에 몸을 싣고 떠나는 마지막 장면의 그 길처럼...

 

그래서 이감독은 영화에서처럼 아름다운 시절을 겪은 분들에게

존경과 위로의 뜻을 전하기 위해 이런 말로 영화를 마무리합니다

 

고난과 절망의 시대에도

늘 희망의 불씨를 간직하고 사셨던

할아버님과 아버님께 이 영화를 바칩니다"

 

이 영화는 한국전쟁이라는 시대적 배경에도 불구하고 이념적

측면은 크게 드러나 보이지 않는 대신 어린 소년의 시선으로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아픈 상처를 어루만지듯 살펴나갑니다

 

상업주의와 폭력이 난무하는 당시 영화계 환경에서 품격 있는

영화를 만든 이광모 감독과 투자자에게 큰 박수를 보냅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영상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xln0C0UKnrI

 

백두대간(대표 이광모)의 수입 작품들

 

 

천국보다 낯선 (1984)

희생 (1986)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1987)

포르노그래픽 어페어 (1999)

타인의 취향 (1999)

콰르텟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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