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세상

취화선 (50)

해군52 2005. 12. 26. 00:04

 

제작년도 2002

제작국가 한국

상영시간 120

감독 임권택

출연 최민식, 유호정, 안성기, 김여진, 손예진, 정태우

 

안견, 김홍도와 함께 조선 3대 화가로 꼽히는 천재 화가 오원

장승업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그가 살았던 격동의 조선 말기를

배경으로 그려낸 거장 임권택 감독의 98번째 연출작품입니다

 

임감독은 자기만의 예술세계를 찾아 헤매는 장승업의 치열한

예술혼을 구한말 개화기부터 일제 침략으로 이어지는 역사의

흐름에 접목시키며 예술을 소재로 하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무겁거나 딱딱하지 않도록 이야기를 풀어 놓습니다

 

우리 영화계에서 거장이라는 칭호가 자연스럽게 따라다니는

연출의 임권택, 제작 기획의 이태원, 촬영의 정일성 등 원로

트리오 외에 도올 김용옥이 각본과 영어 자막에 참여하였고,

국내 미술계의 여러 전문가들이 자문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물이 오를대로 오른 최민식과 관록의 국민 배우 안성기 외에

유호정, 김여진, 손예진, 정태우 등 쟁쟁한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하면서 안정감 있는 연기로 작품을 빛나게 만들었습니다

 

경주 양동마을, 제천 갈대숲, 석모도, 영종도, 선암사, 뱀사골,

동강 등 여러 곳에서 우리나라의 빼어난 풍광들을 담아 왔고,

양수리 서울종합촬영소에 만든 19세기말 종로 거리를 재현한

국내 최대 규모 세트장에서 많은 부분이 촬영되었다고 합니다

 

주인공의 고뇌가 너무 많아서 오히려 잘 전달되지 않는다든가,

임감독이 너무 지나치게 한국적인 것에 얽매인다든가, 자료가

충분하지 않아서인지 이야기 흐름이 거칠다는 비판도 있지만

2002년 칸에서 한국 영화로는 처음으로 감독상을 받았습니다

 

 

조선말 김옥균 등 개화파와 가깝게 지내며 새 세상을 꿈꾸던

선비 김병문(안성기 분)은 청계천 거지 소굴 근처를 지나다가

거지들에게 죽도록 맞고 있던 어린 승업을 구해낸 다음 맞은

내력을 듣고, 거칠지만 비범한 그림 실력을 눈여겨보게 된다

 

김병문은 승업이 진정한 예술가의 길을 걸어가도록 격려하고

선대의 화가들처럼 훌륭한 화가가 되라는 뜻에서 오원이라는

호를 지어주며 평생 동안 장승업(최민식 분)의 조언자가 된다

 

김병문의 소개로 엘리트 역관 이응헌의 집에 머슴으로 들어간

승업은 귀한 중국화첩을 훔쳐보며 그림에 대한 안목을 키우고

이응헌의 여동생 소운(손예진 분)과 사랑에 빠지기도 하지만

그의 가슴 설레는 첫사랑은 소운의 결혼으로 끝나버리고 만다

 

화가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할 무렵 독실한 천주교 신자이자

몰락한 양반집안의 딸인 기생 매향(유호정 분)의 생황 연주에

매료된 승업은 매향에게 그림을 그려주며 인연을 맺어나간다

 

곁눈질로라도 진품을 한번 보면 진품보다 더 훌륭한 모사품을

그려내는 놀라운 솜씨로 승업은 장안 최고 화가로 떠오르지만

명성이 높아질수록 자신의 예술세계를 향한 열망도 커가면서

변환점을 찾고자 하는 강박관념으로 그의 기행은 극에 달한다

 

마침내 궁으로 불려 들어가서 벼슬을 받고 궁정화가가 되지만

오직 술과 여자에 취해 신명이 나야만 그림을 그리던 승업은

때로는 임금의 어명조차 어기고 궁궐에서 도망을 치기도 한다

 

매향을 다시 만나 그녀가 소중하게 여기는 찌그덩한 그릇에서

자신이 그토록 도달하고자 하던 경지를 보게 된 승업은 마치

기울고 스러져가는 조선이나 자신의 운명인 듯 활활 타오르는

도자기 가마의 불길 속으로 홀연히 사라져 가는데...

 

 

어깨 너머로 그림을 배웠으면서도 독창적인 예술세계에 대한

갈증을 채우기 위해서 표표히 떠도는 자유로운 영혼의 화가,

술과 그림에 취한 신선, 불꽃같은 천재 화가, 오원 장승업...

 

지배층의 수탈과 열강의 침탈이 극심하던 구한말을 배경으로

언제 어디서 태어나 어떻게 사라졌는지 거의 알려지지 않은

천재 예술가의 삶은 예술혼의 비극성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임권택 감독은 <춘향뎐>(2000)으로 한국 영화로는 처음으로

칸영화제 공식 경쟁부문 본선에 오른데 이어 한국의 아름다운

풍광과 이를 닮은 한국화 그리고 예술혼을 담아낸 이 영화로

마침내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어냈습니다

 

구한말이라는 격변의 시대답게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 사건들,

사계절을 보여주는 빼어난 영상과 적절히 등장하는 에로틱한

장면들 덕분에 전기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할 틈이 없고,

한국의 풍광과 한국화의 아름다움에 깊숙이 빠져들게 됩니다

 

영화에는 장승업의 그림은 물론이고 김홍도를 비롯한 조선의

대표적 화가들의 그림과 민화, 고사도, 중국화 등 수백 점의

동양화, 화첩, 실제 당시에 사용했던 문방사우도 등장합니다

 

임권택 감독과 30년 넘게 함께 작업해온 정일성 촬영감독은

기울어가는 국운을 드러내는 처연한 아름다움이란 컨셉으로

8개월 동안 10만자가 넘는 필름을 사용하면서 총 109회라는

긴 여정을 거친 결과로 아름다운 영상을 완성했다고 합니다

 

젊은 시절 인연을 맺은 매향의 치마에 매화를 그려주는 장면,

술에 만취한 채 붓 대신 손으로 원숭이 그림을 그리는 장면,

두 번째 만난 매향과 벌이는 아름다운 강변에서의 정사 장면,

매향이 늙은 승업을 다시 만나 발을 정성스레 씻어주는 장면,

도자기 가마의 타는 불길 속으로 사라지는 마지막 장면에서

치열하게 살다간 천재 화가의 일생을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영화 예고편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Zmb0KT4y2KY

 

임권택 감독의 다른 작품들

 

 

만다라 (1981)

길소뜸 (1985) 베를린 금곰상 후보

씨받이 (1986) 베니스 금사자상 후보

아제아제 바라아제 (1989)

장군의 아들 (1990)

 

서편제 (1993)

태백산맥 (1994) 베를린 금곰상 후보

춘향전 (2000) 칸 황금종려상 후보

취화선 (2002) 칸 감독상

하류인생 (2004) 베니스 금사장상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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