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세상

접속 (77)

해군52 2007. 11. 3. 00:46

 

제작년도 1997

제작국가 한국

상영시간 106

감독 장윤현

출연 한석규, 전도연, 박용수, 추상미, 김태우, 강민영

 

과거에 대한 집착으로 현재와 벽을 쌓은 채 살아가는 남자와

짝사랑에 가슴 아파하면서 혼자만의 감정에 숨어있는 여자가

PC통신을 통해 아픈 과거를 치유하는 사연을 다룬 멜로물로

약관 30세인 운동권 출신 장윤현 감독의 장편 데뷔작입니다

 

반체제 독립영화를 지향하는 동아리 장산곶매에서 활동했던

장 감독이 엇갈린 사랑의 아픔을 그린 멜로드라마를 만든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는데 컴퓨터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고

이미지와 사운드를 중시하는 젊은 영상세대의 감성에 어울린

깔끔한 멜로드라마를 만들어내어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주연을 맡은 한석규는 국내 최초로 2억원대 출연료를 받았고,

이후 다양한 장르에 걸쳐 한국영화의 확실한 스타가 되었으며

전도연, 추상미 두 여배우도 영화에 성공적으로 데뷔했습니다

 

개봉 당시 150만 관객을 동원, 1997년 방화 최고 흥행작으로

한국영화의 흐름을 코메디와 액션에서 멜로드라마로 돌려놓는

전환점이 되었고, 삽입곡 ‘Lover's Concerto’도 크게 히트해서

OST 앨범이 70만장이나 팔리는 폭발적 인기를 기록했습니다

 

한편 일본 영화 <하루(はる)>의 제작자가 표절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했고, 독일에서는 <여인 2와 해피엔드>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 개봉했지만 흥행 실적은 저조했다 합니다

 

1997년도 부천판타스틱 영화제 네티즌 초이스상을 시작으로

대종상영화제 작품상을 비롯한 6개 부문에서 상을 휩쓸었고,

청룡영화제 최다관객상, 신인여우상 등 많은 상을 받았습니다

 

 

갑자기 떠나버린 사랑했던 여인에 대한 그리움만을 지닌 채

폐쇄적인 삶을 살고 있는 라디오 프로듀서 동현(한석규 분)

함께 근무하는 방송작가 은희(추상미 분)의 맹목적 집착으로

선배인 태호(박용수 분)와 원하지 않는 삼각관계에 얽혀진다

 

어느 날 잊지 못할 옛사랑 여인이 보낸 음반을 받은 동현은

그 음반에서 음악 한 곡을 골라서 라디오 방송에 실어보낸다

 

친구의 애인을 짝사랑하는 케이블방송 홈쇼핑 가이드인 수현

(전도연 분)은 어느 늦은 밤에 드라이브하다가 자동차 사고를

목격하고, 바로 그 순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어느 음악에

매료되어 PC통신을 통해서 그 음악을 틀어달라고 신청한다

 

동현은 음악을 신청한 사람이 바로 옛사랑 여인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PC통신을 통해 그녀와의 접속을 시도하지만

결국 그 여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고 실망한다

 

반응 없는 사랑 때문에 열병을 앓고 있는 외로운 두 사람은

PC통신 공간에서 해피엔드여인2’라는 ID로 대화를 시작,

속마음을 털어놓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상대방에게 공감하고,

가슴 아픈 사연을 공유하며 어느덧 서로에게 빠져들게 된다

 

친구의 애인에게로 향하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 하던 수현은

갈등 끝에 혼자만의 마음을 정리하고, 원하지 않게 얽혀버린

삼각관계에서 벗어나려던 동현은 방송국에 사표를 내버린다

 

이렇게 기존의 모든 관계로부터 자유로워진 두 사람은 결국

사이버 공간에서의 만남을 벗어나 영화를 보기로 약속한다

수현이 극장 앞에 도착해서 애타게 기다리던 바로 그 시간

동현은 옛사랑 여인의 사망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달려간다

 

이렇게 두 사람의 만남이 어긋난 후에도 수현은 계속 동현을

만나려 하고 그가 호주 이민을 준비하고 있음을 알게 되는데

두 사람의 인연은 사이버 공간 밖에서도 이어질 수 있을까?

 

 

'운동권 영화'의 고전 <인재를 위하여>(1987)와 장산곶매가

제작한 상영금지작 <파업전야>(1990)를 연출했던 장 감독은

이 영화로 운동권이 아닌 제도권에서 화려하게 성공했습니다

 

이 신감각의 멜로드라마가 네티즌들의 민감한 반응을 불러와

PC통신 가입자가 폭증하고 극중 주인공의 ID'해피엔드'

'여인2'를 흉내 낸 '해피엔드2''여인3' 같은 ID가 유행하는

접속 특수를 넘어 접속 문화증후군까지 생겨났습니다

 

장 감독은 영화가 이렇게 히트할 줄 전혀 몰랐다고 했지만

PC통신, 삐삐, 폴라로이드 카메라 등에 친한 신세대 감각과

생활 패턴을 예리하게 관찰하고 이를 영화에 잘 반영한 것이

신세대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하며 큰 성공으로 이어졌습니다

 

‘Lover's Concerto’ 등 오래된 팝음악을 새로 발굴해낸 음악

담당 조영우 프로듀서는 옛 노래이면서 젊은이들에게 새롭게

와닿을 수 있는 노래를 주로 선택했다고 했는데 그 음악들이

젊은 관객들의 감성과 맞아떨어지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관객 동원은 물론 OST 앨범 판매에서도 기록을 세웠습니다

 

PC통신으로만 대화를 했기에 서로 얼굴을 모르는 주인공들은

따로 영화를 보고 나와 극장 출구에 잠시 나란히 서기도 하고,

레코드가게 좁은 계단에서 몸을 스치며 비껴 지나가기도 하고,

전철에서 서로 맞은편 자리에 앉아서 마주 바라보기도 합니다

 

이 세 장면만을 연결해 보면 처음에 나란히 서있던 두 사람이

두 번째에는 계단 아래 위에, 세 번째에는 마주보고 있습니다

이 장면들을 통해 관객들은 두 사람이 가까워진다고 느끼지만

정작 두 사람은 함께 했던 순간들을 전혀 알아채지 못 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별 생각 없이 부딪치기도 하고 짜증내면서

지나치기도 하는 주위 사람들 중에 우리 운명을 결정지을만큼

소중한 인연들이 숨어 있음을 모르고 지내는 것은 아닐까요?

 

 

영화 OST 듣기!

https://www.youtube.com/watch?v=hOLVzFm-nPk

 

장윤현 감독이 연출한 작품들

 

 

파업전야 (1990)

접속 (1997)

텔 미 썸딩 (1999)

황진이 (2007)

가비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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