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세상

위선의 태양 (76)

해군52 2007. 10. 18. 00:45

 

원제 Utomlyonnye Solntsem (Burnt By The Sun)

제작년도 1994

제작국가 프랑스, 러시아

상영시간 146

감독 Nikita Mikhalkov

출연 Oleg Menshikov, Ingeborga Dapkunaite,

        Nikita Mikhalkov, Nadezhda Mikhalkova

 

모스크바 근교 외딴 전원별장 마을을 배경으로 러시아혁명과

스탈린 치하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상처받는

두 남자와 한 여자의 인생을 애절하게 그린 러시아 작품으로

1970년대 러시아 영화의 기수로 손꼽히는 감독이자 배우인

니키타 미할코프 감독이 열 번 째로 연출한 장편영화입니다

 

미할코프 감독은 이 작품의 연출은 물론 제작,각본,주연까지

14역을 했는데 이해심 많고 자상하며 항상 활기가 넘치는

혁명 영웅이자 이제 한 가장으로 살아가는 주인공 역을 맡고,

미할코프 감독의 실제 딸 나데즈다가 천진난만한 미소를 가진

어린 딸 역을 맡아서 두 사람 모두 인상적인 연기를 펼칩니다

 

영화 원제는 '태양에 지쳐 시들어버린 모든 것들'이란 뜻인데

영화에서 붉게 빛나는 태양은 스탈린과 그의 노선을 상징하고,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무리하게 행해진 많은 극단적 정책들이

사람들을 너무 힘들게 만들어 결국 지쳐버린다는 내용입니다

 

미할코프 감독은 정치적으로 아주 민감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격렬한 집회 장면 대신에 화면을 압도하는 아름다운 영상과

애절하고 섬세한 음악과 함께 가벼운 분위기의 짧은 대사로

정치상황의 변화와 주인공들의 불안한 심리를 잘 표현합니다

 

미할코프 감독의 증조부는 제정 러시아 시절의 위대한 화가,

조부도 저명한 화가, 아버지는 시인이자 희곡작가, 어머니는

시인이었으며 미국으로 망명한 후 <폭주기관차>(1985) 등을

연출한 감독이자 작가인 안드레이 콘찰로프스키가 형입니다

 

이 영화는 1994년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고,

1995년 아카데미에서는 최우수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습니다

 

 

1936년 러시아의 특권층 예술가들의 별장이 모여 있는 어느

조용한 마을에 혁명의 영웅 세르게이(니키타 미할코프 분)

젊은 아내인 마루샤(잉게보르가 답코나이떼 분)와 귀여운 딸

나디아(나데즈다 미할코프 분)와 함께 단란하게 지내고 있다

 

어느 날 마을을 떠나 10년 동안이나 소식도 없었던 드미트리

(올렉 멘치코프 분)라는 청년이 마루샤의 집에 불쑥 나타난다

 

자신의 음악선생 집에서 성장기를 보내던 드미트리는 선생의

딸인 마루샤와 사랑에 빠지지만 세르게이의 강요에 의해 군에

입대하자 외로움에 빠진 마루샤는 세르게이의 아내가 되었다

 

한때 애인이었지만 타의에 의해 헤어졌다가 10년 만에 만난

두 사람은 과거의 감정이 되살아나지만 마루샤는 이미 딸까지

있는 유부녀가 되었으니 이런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못 한다

 

드미트리는 혁명 전 좋았던 시절의 추억을 다시 떠올리는 듯

피아노를 연주하며 노래 부르고 나디아에게 동화를 들려주고,

사람들은 이를 통해 혁명 이전 시절에 대한 공상에 빠져든다

 

아내를 사랑하는 세르게이는 이런 광경을 말없이 바라보면서

드미트리가 옛사랑의 한을 풀기 위해 찾아왔다고 생각하지만

그가 밝힌 행적은 신분을 위장한 것이고, 사실은 비밀경찰이

되어 세르게이를 체포하려고 이 마을을 찾아왔음이 밝혀진다

 

세르게이는 자신에 대한 복수심이 가득한 드미트리가 자신을

체포할 임무를 띠고 온 비밀경찰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현실을 받아들이며 가족들에게 알리지 말아주기를 부탁한다

 

마을 사람들의 배웅과 아내와 딸의 작별 키스를 받고, 자신을

시베리아로 압송하려는 자동차에 오른 세르게이는 곧 누명이

벗겨질 것이라 믿지만 마을을 벗어나자 조금 전까지 자신에게

경의를 표하던 비밀경찰에게 차 안에서 무참히 두들겨 맞는다

 

세르게이가 압송되어 가는 들판 너머로 스탈린의 초상을 매단

대형 열기구가 떠오르자 드미트리는 그 앞에 거수경례를 하고,

천진한 딸 나디아는 황금빛 들판 사이로 노래부르며 뛰어간다

 

 

영화는 겨울의 야외무대에서 실내악단처럼 보이는 연주자들이

연주하는 지친 듯 하면서도 아름다운 주제 선율로 시작하는데

무대 앞에서 남녀 한 쌍이 음악에 맞추어 우아하게 춤을 추고

벤치에 홀로 앉아 노래에 맞추어 흥얼거리는 소녀가 보입니다

 

영화는 이렇게 시작한 아름답기는 하지만 어딘가 좀 어색한

분위기를 이후에도 계속 이어가며 묘한 긴장감을 유지하다가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과 엇갈린 인연을 하나하나 설명합니다

 

러시아혁명으로 왕정이 무너지고 레닌의 뒤를 이어 스탈린이

정권을 잡은 이후 1930년대에는 과거 혁명 동지들마저 완전

제거하는 엄청난 숙청의 바람이 휘몰아쳤는데 이런 회오리가

황금빛 밀밭과 숲이 아름다운 전원마을까지 찾아오게 됩니다

 

이 마을에 조용히 살고 있는 볼셰비키 혁명의 영웅 세르게이,

어느 날 10년 만에 갑자기 그 집에 나타난 옛 연적 드미트리,

옛 애인의 갑작스런 출현에 심하게 동요하는 아내 마루샤 등

팽팽한 삼각관계의 심리적 긴장이 영화의 전반부를 채웁니다

 

혁명의 영웅은 한 남자를 간첩 혐의로 내쫓고는 그의 여자를

차지하지만 이제 정치적 상황이 바뀌자 숙청 대상이 된 혁명

영웅은 비밀경찰이 되어 나타난 그에게 체포되어 끌려갑니다

 

하지만 자신의 첫사랑을 빼앗아간 혁명의 영웅을 호송하다가

스탈린의 초상 앞에서 몸이 굳어 거수경례를 하는 그 남자도

이데올로기와 미친 권력에 의해 조종되는 하나의 부품일 뿐,

그 남자 역시 당당한 승리자의 모습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딸과 가족 앞에서 애써 태연함을 가장하는 세르게이의 모습,

황금빛 벌판 위로 떠오르는 스탈린의 초상을 단 거대한 기구,

옛 지명인 자고리앙카를 찾아다니다가 죽는 남자의 모습이

러시아혁명 이후 스탈린 시대 공포 분위기를 잘 설명합니다

 

1961년부터 출연한 여러 편의 영화에서 연기력을 인정받고,

모스크바 국립영화학교를 졸업한 후 감독 데뷔한 미할코프

감독은 <우르가>(1991)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고,

다음 작품 <러브 오브 시베리아>(1998) 역시 칸영화제에서

대성공을 거두자 대통령 후보로까지 거명되기도 하였습니다

 

 

영화 예고편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ssJbC2pNaCA

 

 

니키타 미할코프 감독이 연출한 작품들

 

 

오브로모프의 생애 (1980)

검은 눈동자 (1987) 칸 황금종려상 후보

우르가 (1991) 베니스 금사자상

위선의 태양 (1994) 칸 심사위원대상,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러브 오브 시베리아 (1998)

12명의 배심원 (2007) 베니스 금사자상 후보

위선의 태양 2 (2010) 칸 황금종려상 후보

선스트로크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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