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세상

패왕별희 (73)

해군52 2007. 9. 13. 00:41

 

원제 覇王別姬/Farewell My Concubine

제작년도 1993

제작국가 중국, 홍콩

상영시간 170

감독 첸 카이거

출연 장국영, 공리, 장풍의

 

1924년 군벌시대부터 문화혁명을 거쳐 1977년에 이르기까지

두 경극배우의 파란만장한 삶과 사랑, 배신을 통해서 예술과

인간 그리고 중국의 근현대사를 되돌아보는 대하 서사극으로

중국 영화 제5세대의 선두 주자인 첸 카이거의 연출작입니다

 

홍콩 여성작가 이벽화가 경극의 대표적 레퍼토리로 사랑받는

패왕별희에서 초패왕과 우희의 사랑 이야기로 소설을 썼고,

첸 감독은 화려한 경극 장면과 역사에 내재한 잔인한 폭력성,

인간에 내재한 악마적 군중 심리, --녀의 삼각관계 등을

밀도 있게 구성하여 멋진 영상에 담긴 대작을 만들었습니다

 

문화혁명 당시 홍위병으로 인민 앞에서 아버지를 고발해야만

했던 첸 감독은 이 영화에서 문화혁명이 인간에 대한 신뢰를

철저하게 무너뜨렸음을 지적하며 거대한 힘 앞에서 인간들이

너무나 나약했다는 사실을 아프게 이야기하였고 이런 이유로

중국에서 원작소설과 함께 이 영화의 상영도 금지되었습니다

 

<영웅본색>(1986)의 장국영, <붉은 수수밭>(1988)의 공리가

공연했고, 이 영화로 세계적인 스타가 된 장국영이 자살하자

실제 삶과 영화에서의 동성애와 자살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중국영화 100주년을 기념해서 시행한 홍콩의 한 설문조사에서

이 영화가 홍콩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중국영화 중에서 1,

장국영이 가장 사랑하는 남자 배우 중 1위에 올랐다고 합니다

 

1993년 칸영화제에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1993)와 나란히

출품되자 양국의 전통예술을 소재로 하는 점에서 비교되었고,

<피아노>(1993)와 함께 공동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습니다

 

 

1925년 군벌시대의 북경,

엄마 손에 이끌려 경극학교에 맡겨진 소년 데이는 경극배우가

되기 위한 혹독한 훈련을 받으며 샬루라는 소년과 가까워진다

섬세한 데이에게 여자 역할이, 건장한 샬루에게 남자 역할이

주어지는데 이들은 힘든 수련과정 끝에 초패왕과 애첩 우희의

이야기를 다룬 패왕별희에서 각각 남녀 주인공을 맡게 된다

 

1937년 중일전쟁 전야,

데이(장국영 분)와 샬루(장풍의 분)는 유명 경극배우가 되는데

경극과 현실을 구별 못 하는 데이는 실제 샬루를 사랑하지만

샬루가 이를 개의치 않고 홍등가의 쥬산(공리 분)과 결혼하자

배신감을 느낀 데이는 자신에게 호의를 보이던 부유한 후원자

원대인(갈우 분)에게 의지하면서 아편에 손을 대기 시작한다

 

1945년 일본 항복과 장개석 정부 북경 수복,

일본군과 시비 끝에 잡혀간 샬루를 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일본군 앞에서 노래했던 데이는 그 사실이 드러나 기소되지만

그의 연기를 보려는 국민당군의 유력한 장교 덕분에 풀려난다

 

1949년 공산군 북경 입성,

중국대륙을 지배하게 된 공산당군이 새 혁명이념을 채택하자

경극도 큰 변화를 겪으면서 두 사람은 경극 공연을 중단한다

 

1966년 문화혁명 시작,

홍위병들에게 구사회의 악으로 몰려 군중 앞에서 자아비판을

하는 두 사람은 이성을 잃은 채 서로 악의적인 비판을 해대고,

샬루는 아내 쥬산을 한 번도 사랑한 적이 없다는 거짓 증언을

하자 샬루에 대한 믿음을 상실한 쥬산은 목을 매어 자살한다

 

그로부터 11년 후인 1977,

데이와 샬루는 22년 만에 관객도 없는 무대에 올라 오래 전

수도 없이 연습하던 패왕별희의 마지막 장면을 연기하다가

데이는 극중 우희처럼 샬루의 검을 실제로 사용하는데...

 

 

극중극 형식에 이중의 이야기를 담아 과거를 회상하는 영화는

데이와 샬루가 22년 만에 경극을 공연하는 1977년에 시작해서

군벌시대, 일본치하, 국민당 정부, 공산화, 문화혁명을 거치며

소용돌이 속에 상처받는 중국인 모습과 경극의 성쇠를 통해

중국의 역사를 돌아보고 다시 1977년으로 돌아와서 끝납니다

 

두 소년은 수없이 매타작을 당하며 혹독한 훈련을 거친 뒤에

경극배우가 되어 경극의 순수한 명성을 이어가려고 애쓰지만

군벌시대와 국민당 정부에서 세력가들의 후원으로 융성하던

경극은 공산혁명 이후에는 대중도 접할 수 있게 확산되더니

문화혁명 이후에는 타도되어야 할 구시대의 악으로 간주되어

경극배우들은 공개 처형되고 경극은 설 자리를 잃게 됩니다

 

16세 나이로 문화혁명을 겪은 첸 감독은 스스로 홍위병에 가입,

문화혁명의 선봉에 서기까지 했으나, 하방운동 시절을 보내며

문화혁명에 대한 이상과 다른 비참한 현실을 인식하게 되었고,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이 영화에서 혁명의 불길에 의해 왜곡된

예술인의 모습을 그리면서 혁명에 대한 환멸을 일깨워 줍니다

 

역사로부터 배신당하고, 예술로부터 배신당하고,

삶으로부터 배신당하고, 제자로부터 배신당하고,

평생 사랑해왔던 샬루로부터 배신당한 데이는 울부짖습니다

경극은 종말이라고, 모든 것은 업이라고...

 

경극에 지나치게 몰입한 나머지 경극과 현실을 구별하지 못해

남자이면서 자신이 여자라는 착각에 빠져 남자를 사랑하다가

모두에게 배신당하고 자살로 생을 마감한 영화의 주인공 데이

 

홍콩의 부유한 재단사 아들로 태어나 영국 대학을 졸업하고

가수와 배우로 가장 인기 있는 중국어권 스타가 된 장국영은

이 영화에서 섬세하고 아름다운 연기로 데이라는 캐릭터를

완성하면서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하지만 자신 역시 영화의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비극적인 방법으로 인생을 마감합니다

 

사십대 중반의 나이에도 여전히 수많은 관객들의 연인이었던

장국영은 지금쯤 어느 세상에서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요?

 

 

영화 예고편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cC-_SLiRnJE

 

첸 카이거 감독이 연출한 작품들

 

 

현 위의 인생 (1991) 칸 황금종려상 후보

패왕별희 (1993) 칸 황금종려상

풍월 (1996) 칸 황금종려상 후보

시황제 암살 (1998) 칸 황금종려상 후보

투게더 (2002)

매란방 (2008) 베를린 금곰상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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