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세상

내 마음의 풍금 (100)

해군52 2008. 8. 17. 01:19

 

 

제작년도 1998

제작국가 한국

상영시간 90

감독 이영재

출연 전도연, 이병헌, 이미연, 전무송, 최주봉

 

1960년대 강원도 산골을 배경으로 학교에 부임한 스물한 살

총각 선생님을 짝사랑하는 열일곱 살 초등학생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와 산골 사람들의 모습을 아름답게 담아낸 작품입니다

 

이영재 감독은 영화 데뷔작인 이 작품에서 세심한 연출력으로

동화처럼 아름다운 산골 마을 풍경과 단순하고 아름다운 음악,

어눌한 총각 선생님 이병헌과 풋풋한 산골 초등학생 전도연,

세련된 미모의 여선생님 이미연과 개성 강한 조연배우들까지

잘 어우러지는 수수하면서도 맛깔스러운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낡은 곰인형, 첫사랑 일기장, 바늘 튀는 LP판 등 세월의 손때

묻은 소품들이 옛 사진첩을 보는 것처럼 따뜻하면서 편안하고,

조개탄을 때는 교실 난로와 그 위에 쌓여진 양은 도시락처럼

가난하지만 따스했던 지난 시절 아련한 모습들이 정겹습니다

 

촬영은 전남 장성과 경북 양동 두 곳을 오가며 이루어졌는데

장성 축령산 기슭 금곡리 영화마을<태백산맥>을 연출한

이곳 출신인 임권택 감독이 해가 떠서 해가 질 때까지 가장

아름다운 마을이라고 하여 여러 영화의 배경이 된 곳입니다

 

이 작품은 자극적 대사, 현란한 액션이나 노골적 정사장면이

없어도 영화가 얼마든 재미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고,

2000년 북한을 방문한 언론사 사장단이 <비천무><춘향뎐>

<8월의 크리스마스>와 함께 북측 최고위층에 선물했습니다

 

1999년 청룡상에서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과 신인감독상을,

2000년 대종상에서 여우주연상과 각색상을 수상하였습니다

 

 

강원도 산골 마을에 사는 홍연(전도연 분)은 어린 소녀에서

성숙한 여인으로 성장해가는 열일곱 살 늦깎이 초등학생이다

 

어느 날 마을 어귀에서 사범학교를 갓 졸업하고 마을 학교로

부임하는 스물한 살 총각 선생님 강수하(이병헌 분)와 마주친

홍연은 선생님에게로 향하는 짝사랑에 깊이 빠져들게 된다

 

홍연의 담임을 맡은 수하는 서툴지만 교육에 정성을 다하고,

자잘한 사고들이 끊이지 않는 교실에서 늘 애정어린 배려를

잃지 않는 수하의 모습에 홍연의 사랑은 점점 더 깊어간다

 

홍연은 수하를 보려고 수업 후 교실 주위를 맴도는가 하면,

일기장에 수줍은 고백들을 가득 채워서 제출하기도 하지만

수하는 홍연의 이런 마음을 모른 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수하의 마음은 동료 교사 양은희(이미연 분)선생에게 쏠리고,

지적이며 세련된 모습에 청순한 아름다움과 단호한 의지를

가진 범접하지 못 할 은희의 존재로 홍연의 슬픔은 깊어진다

 

홍연의 바램과는 관계없이 수하와 은희는 점점 가까워지고,

두 사람이 함께 풍금을 연주하는 모습을 본 악동들에 의해

아이들 사이에 소문이 나고 화장실 벽에 낙서로 등장한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두 사람의 곁을 맴도는 홍연은 다정하게

걸어가는 두 사람을 보던 날, 밤새 비를 맞으면서 슬퍼한다

 

그러던 어느 날 수하가 은희에게 빌려준 LP판이 아이들 손에

산산조각 나버리고 얼마 뒤 은희가 약혼자를 따라 유학길에

오르려고 학교를 떠나자 수하는 실연의 아픔에 괴로워하지만

홍연의 가슴은 사랑을 찾을 수 있다는 기대로 기쁨 가득하다

 

마침내 일년이 지나고 학예회 연습을 하던 아이들의 장난으로

강당에 화재가 발생하자 수하는 강당에 갇힌 아이들을 구하러

불속으로 뛰어들고, 홍연도 그의 뒤를 따라 뛰어드는데...

 

 

짧고 화려한 사랑이 난무하는 시대와 어울리지 않게 신선하고

풋풋한 하근찬의 자전적 원작 소설 <여제자>에 매료된 이영재

감독이 이 소설을 직접 각색하고 연출한 무공해 영화입니다

 

영화는 언뜻 멜로드라마 같은 삼각관계를 기본 축으로 하지만

눈물을 짜내는 신파조와는 다르게 수줍고 서툰 표현 속에서

순수함을 드러내는 소녀의 풋풋한 첫사랑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전 영화에서 농염한 연기를 보여주던 20대 후반의 전도연은

열일곱 살 늦깎이 초등학생 역으로 고무줄놀이를 하기도 하고,

동생을 들쳐업은 채 학교에 가거나 동생들에게 심통을 부리고,

학예회에서 토끼로 분장하는 놀라운 연기 변신을 보여줍니다

 

또한 이병헌도 어설프면서 순진하고 어눌한 스물한 살의 초보

교사로 출연, 천연덕스럽게 ‘~느냐'’~거라'라는 고전적 말투의

다소 코믹한 연기로 이전 영화에서와 다른 모습을 선보입니다

 

영화에 필요한 사계절 장면들을 10월부터 2월까지 5개월 동안

찍어내느라 촬영팀이 아주 크게 고생했다고 하며, 강당 화재

장면을 촬영할 때 천장에 바른 인화성 페인트 때문에 불길이

크게 번지면서 실제 화재가 발생하는 상황도 있었다고 합니다

 

선생님을 골탕 먹이는 교실 문 위의 칠판 지우개,

청소시간에 구구단을 외우며 마룻바닥을 닦는 모습,

창문틀을 하나씩 닦으며 선생님께 검사 받는 모습,

일기장에 빨갛게 쓰여진 선생님의 글씨 등등

오래된 기억을 더듬으며 웃음짓게 하는 장면들이 많아서 밝고

친근하며, 마치 서랍 속의 일기장을 꺼내보는 것처럼 잠시나마

기억 저 편에서 추억을 되살리게 만드는 동화같은 영화입니다

 

영화 후반부 편집이 많이 늘어지면서 다소 지루한 편이지만

열일곱 살 초등학생 홍연이와 함께 하는 추억 속 여행으로

세속 먼지에 오염된 눈을 깨끗이 닦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 예고편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gB5ea6IsQj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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