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세상

올리브 나무 사이로 (97)

해군52 2008. 7. 20. 01:14

 

원제 Zire Darakhatan Zeyton (Through The Olive Trees)

제작국가 이란

제작년도 1994

상영시간 103

감독 Abbas Kiarostami

출연 Mohamad Ali Keshavarz, Hossein Rezai, Tahereh Ladanian

 

길의 철학자로 추앙받는 이란의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이

이란 북부의 코케를 배경으로 찍은 코케 3부작의 완결편으로

영화 속 영화에 주연으로 발탁된 남녀 배우의 안타까운 사랑을

독특한 구성과 담백한 영상 속에 담아놓은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에서 아이들이 바라보는 삶을 그렸고,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에서는 어른이 바라보는 인생을 그렸던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이 영화에서 극영화와 기록영화를 넘나들며

피폐한 이란의 현실과 함께 희망의 메시지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허름한 흙벽의 집과 거칠어 보이는 화분의 꽃들 그리고 베일을

두르고 긴 옷을 입은 여인들이 있는 이란 농촌의 투박하면서도

아름다운 무공해 풍경이 가득하고 소박한 정서를 느끼게 하는

장면들이 주를 이루어 푸르른 포스터처럼 청량한 작품입니다

 

아마추어 배우들의 실수로 계속 반복되는 같은 장면과 대사들이

박진감 넘치는 헐리우드 영화에 익숙한 관객에게는 지루하지만

사랑 이야기를 통해 감독이 주는 희망에는 공감하게 됩니다

 

이란에서 대단히 유명한 원로배우 케샤바르즈가 산타와 같은

이미지의 영화감독으로 출연하는데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그의

고정된 이미지 때문에 이 배역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여겼지만

그에게 자신의 촬영이 없는 날에도 촬영장에 나와서 전 과정을

지켜보도록 요구한 결과 훌륭한 연기를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올리브숲을 배경으로 주인공들이 움직이는 점처럼 보일만큼

롱테이크로 찍은 마지막 신은 영화사에 남을만한 명장면이고,

많은 평론가들이 이 영화를 1990년대 최고 걸작으로 손꼽았지만

1994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후보에 오르고 시카고영화제에서

은상을 받았을 뿐 주요 영화제에서 큰 상을 받지는 못 했습니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의 무대였던 코케 마을에 엄청난

지진이 발생해 많은 사람들이 죽자 영화에 출연했던 사람들의

안부를 확인하기 위해 마을을 찾은 모하메드 케샤바르즈 감독

(모하메드 알리 케샤바르즈 분)은 지진의 재앙을 딛고 일어나는

사람들을 그린 영화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를 촬영하게 된다

 

감독은 신혼부부 배역의 주인공을 선발하고 촬영을 시작하지만

남편 배역의 청년이 여자 앞에서 말을 더듬어 촬영이 중단되자

촬영 심부름을 하던 호세인(호세인 레자이 분)을 대신 발탁한다

 

다시 촬영이 시작되지만 이번에는 여배우가 말을 하지 않는다

감독은 주연 배우들 사이에 무언가 사연이 있음을 눈치채지만

그간의 사정만 확인하고는 여배우 교체 없이 촬영을 재개한다

 

지진으로 고아가 되어 학교 문턱에도 가지 못했지만 순박하고

착한 호세인은 동네에 몇 안 되는 여학생이자 외동딸 타헤레

(타헤레 라다니안 분)를 오랫동안 짝사랑한 끝에 청혼했지만

그녀의 부모와 할머니는 집 없는 호세인의 청혼을 거절했었다

 

두 사람의 이런 실제 사연이 영화에 개입해 들어오기 때문에

타헤레는 극중 남편인 호세인에게 경칭을 쓰지도 않고, 물건을

던지기도 하는 등 그를 상대로 하는 연기에 몰입하지 않는다

 

호세인 역시 연기에 충실하지 못하고, 영화 속에서처럼 그녀의

남편이 되고 싶어 하며 촬영하는 동안에도 그녀에게 끊임없이

구애하지만 촬영이 막바지에 이르렀는데도 그녀는 반응이 없다

 

마침내 힘든 촬영이 끝나고 모두들 차를 타고 돌아가려 하는데

일행 중 누군가가 소란을 피워서 차가 바로 출발하지 못 하자

테헤레는 걸어가겠노라며 혼자서 시골길을 걸어가기 시작하고

그녀를 놓칠 수 없는 호세인은 차에서 내려 그녀를 따라간다

 

얼음처럼 차가운 테헤레는 그에게 눈길 한 번도 주지 않지만

호세인은 그녀를 따라가면서 계속 끈질기게 결혼을 설득한다

 

노감독의 시선은 그 뒤를 쫓아가면서 두 남녀의 모습을 지켜보고,

두 사람은 올리브 숲이 펼쳐지는 언덕을 구불구불 올라가는데...

 

 

그는 아무 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1990년대 들어 이란 영화를 전 세계의 주목 대상으로 만들면서

세계의 관심을 넘어 추앙의 대상으로까지 떠오른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경이로운 성취를 서구 평론가들은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그는 이런 이야기도 영화가 될수 있을까?’할만큼 평범한 소재를

이란 사람의 시각으로 영화화해서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었는데

1970년대 어린이들의 교육과 환경에 관심을 기울이며 만들었던

어린이들의 일상을 그린 작품들이 그 바탕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의 코케 3부작은 단순한 연작이 아니라 절묘하게 얽혀있는데

그에게 처음 세계적 명성을 안겨준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1987)를 촬영한 코케에 큰 지진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

친구의 집은......>에 출연했던 아이들을 찾으러가는 감독을 그린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1992)를 만들었고, <그래도 삶은......>

주연 배우들의 사랑을 다룬 <올리브 나무 사이로>가 이어집니다

 

이 영화는 집안도 나쁘고 글도 못 읽는 가난한 한 남자가 집안이

훌륭하고 글도 읽을 줄 아는 한 여자에게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구혼하는 평범한 이야기이지만 감독은 그들의 사랑을 가로막는

이란 사회의 계급과 빈부 격차 그리고 제도의 모순을 비판하면서

그들의 사랑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희망의 메세지를 전합니다

 

카메라는 언덕 위에서 아래를 비추고 있다

저 멀리로 두 남녀가 걸어간다

남자가 여자의 뒤를 쫓고 있다

멀리 어느 시점엔가 두 사람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만난 듯하다

이내 여자는 같은 방향으로 가고, 남자는 되돌아 뛰어온다

이때 음악이 매우 밝고 경쾌한 곡으로 바뀐다

카메라는 아주 넓은 시점으로 그 장면을 고정된 듯이 비추고 있다

아주 오랫동안......‘

 

노을이 젖어드는 저녁,

봄날 새로 돋은 연두빛 나뭇잎이 아름다운 올리브 나무 숲길을

두 연인이 천천히 걸어가는 모습을 롱샷과 롱테이크로 잡아낸

마지막 장면은 ‘20세기 최고의 라스트신으로 자주 회자됩니다

 

 

예고편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T4Ue-t2XKnU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작품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1987)

클로즈 업 (1990)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1992)

올리브 나무 사이로 (1994) 칸 황금종려상 후보

체리향기 (1997) 칸 황금종려상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 (1999) 베니스 심사위원대상

(2002) 칸 황금종려상 후보

쉬린 (2008)

사랑을 카피하다 (2010) 칸 황금종려상 후보

사랑에 빠진 것처럼 (2012) 칸 황금종려상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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