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4 16:10 연길 공항에 랜딩
지난 95년 방문했을 때 연길공항의 모습은
작고 낡은 건물에 아주 작은 시골역 같았다
짐을 잔뜩 실은 트럭이 공항 앞 공터로 나오면
승객들이 그 주위에 몰려들어 앞다투어 자기 짐을 받아 갔었는데
신축한 공항은 제법 모양을 갖추어서 그런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주요간선도로는 6차선으로 확장되고
도로변 건물들은 대부분 5층이상으로 개발되어
옛날 보았던 시골스러운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다른 지방에 가 있던 사람이 몇 달만에 오면
길을 찾지 못할 정도라고 한다
연길은 연변조선족자치주의 주도로서
인구 43만 중 조선족이 40%를 차지한다고 한다
몇 년전까지만 해도 조선족이 60%였는데
이곳이 중국에서 잘 사는 곳으로 알려지면서
남쪽에서 한족들이 대거 이주해 와서
조선족의 인구비율이 낮아졌다고 한다
연변자치주는 중국내 자치주 중에서도
제일 잘 살고, 차가 많고, 술을 많이 마시고
자녀가 중국인과 결혼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할 정도로
민족성이 강해서 대부분 자녀를 조선학교에 보내며
우리말과 문화를 잘 지키고 있다고 한다
남쪽에 사는 중국인들 중에는
연변과 한국을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고
월드컵 이후에 남쪽을 가면
느네 나라 축구 잘 한다는 인사를 많이 받는다고 한다
학생시절 길에서 조선족과 중국인이 싸움이 벌어지면
무조건 조선족 편에서 싸우곤 했다는
현지 여행사 최사장 얘기에 가슴이 찡해왔다
여기 살고 있는 조선족 동포들은
독립운동을 위해서든 먹고 살기 위해서든
한반도에서 만주로 넘어온 분들의 후손으로
국적이야 어쩔 수 없이 중국이지만
모두 우리와 멀지 않은 한 핏줄이다
그 분들에게 크게 도움을 주지는 못하더라도
한국에 나와 있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잘 해야 할 것 같다
연길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도문에서는
두만강에 걸친 다리 하나만 건너면 북한 땅이다
옛날에는 강가에서 연변 애들과 북한 애들이
같이 멱감으며 놀고 별 제한없이 건너 다녔다고 한다
9월초에는 연변 조선족자치주 50주년 기념행사가
열릴 예정이라 그 준비로 떠들썩했다
기념행사 내용을 보니
민속춤,콩쿠르,운동회,복장연기,미스장백 선발,
민속음식전시 등이 있었다
도로변에 아직 남아있는 허름한 낡은 건물도
기념행사 이전까지는 헐고 새로 짓는다고 하는데
보름 정도면 다 된다고 하니
여기도 날림건축이 아닌가 걱정되었다
17:00 연길호텔 도착, 중국에서 첫 저녁 식사를 했다
푸짐하고 다양한 메뉴인데 그중에는
누룽지탕,검버섯,마파두부,새우,탕수육,옥수수와 잣,
무우순,계란노른자 찐빵 등이 있었고
老知靑이라는 상표의 38도짜리 백주와
BC 氷川이라는 맥주도 있었다
음식이 푸짐하고 입맛에 맞기는 했는데
테이블에 준비된 빈그릇을 다 사용하고 나서
더 달라고 하면 없다고 하는등
종업원의 서비스 개념은 아직 부족해 보였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다 보니 로비에서
현악기를 스틱 2개로 두들기듯이 연주하는데
소리가 하프 비슷하게 들렸다
처음 보는 악기라서 가이드에게 물어보았더니
거문고라고 하기도 하고 금이라고 하기도 했다
18:30 저녁을 먹고 나오니
어슴프레 해가 지고 초승달이 보이는데
단체 여행이라 피시방 간판을 보면서도 못갔고
백두산을 다녀오는 길에 다시 연길에 갔을 때에야
겨우 피시방에 들려 사랑방에 인사글을 남길 수 있었다
옛 고구려 때에는 물론이고
조선 말기에도, 일제 때에도
우리 조상들이 살던 곳이고
그 후손들이 우리 말과 문화를 지키면서 살고 있지만
지금은 중국 땅인 연길에서
남북한과 연변이 느슨한 연방이라도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꿈을 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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