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에는 원효대사를 만났으니
이번 토요일에는 의상대사를 만나기로 합니다
북쪽 북한산, 그러니까 북한산성 유원지가 있는 쪽으로 가면
언제나 마주하고 있는 원효봉과 의상봉을 만나게 됩니다
의상봉으로 가는 길 중에서 오랜만에 삼천사로 들어가 봅니다
몇년전 어부인이 119 구급대에 실려내려왔던 바로 그곳입니다
불상의 두 발 사이에 놓인 금색 동자승이 귀엽습니다
등산로를 따라가는 이끼 낀 돌담이 편안해 보입니다
능선까지 발길을 재촉해서 의상봉으로 가는 부왕동암문에 도착해 보니
산성은 허물어지고
산 위에서부터 가을이 내려오고
성벽 사이로 어둠이 깔리고 있습니다
마침 지난주 원효봉에서와 비슷한 시각이라
멀리 서쪽 하늘에 저녁노을이 지고 있는데도
이번에는 가슴 허전함이 아니라 오히려 어떤 기쁨입니다
갈증에 시달리던 원효스님이 잠결에 달게 마신 물이
아침에 보니 해골에 고인 물이었다는 유명한 일화에서처럼
일주일 전의 마음과 일주일 후의 마음이
둘다 내 마음이기는 하되 서로 전혀 달라서인가 봅니다
시간이 늦어 의상봉으로 가지 못하고 올라온 길을 다시 내려가니
이미 어둠이 내린 산사에서 풍경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산행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북한산 가을 스케치 (2005.1030) (0) | 2005.10.30 |
---|---|
국망봉의 가을 (2005. 1029) (0) | 2005.10.25 |
칭따오 라오산-2 (2005.0731) (0) | 2005.07.31 |
칭따오 라오산-1 (2005.0731) (0) | 2005.07.31 |
검봉산 사진 스케치-2 (2005.0717) (0) | 2005.07.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