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 사진
몇년동안 벼르고 벼르던 끝에 마침내 지난 주말 한라산에 올랐습니다
해군복무시 사관학교 3학년 생도들과 함께 등산이 아닌 행군 중
훈련의 일환으로 한라산에 올랐던 게 79년이었으니 무려 27년만입니다
당시에는 등산을 몰랐었으니 어느 코스로 올랐는지 기억조차 없지만
커다란 호수라고 기대했던 백록담이 사실은 올챙이가 있는 조그만
웅덩이(?)인 것을 보고 실망했던 기억만이 또렷하게 남아 있습니다
토요일 제주에 도착, 점심에는 갈치구이와 고등어조림으로 시작해서
저녁에는 바닷가 작은 횟집에서 싱싱한 회에 한라산 소주를 먹고마시고
인근 카페에서 폭탄주를 거절하지 못하고 몇잔 마시고 나니
새벽부터 일어나서 한라산 오를 일이 꿈만 같았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어렵게 잡은 기회를 날릴 수는 없고 알람이 울리자
힘들어하는 몸을 억지로 깨워 일으켜 세워 한라산으로 향합니다
관음사 주차장에 도착해서 우유와 시리얼로 아침을 때우고
김밥 한줄과 물 한통을 배낭에 넣고 산을 오르려니 (06:55)
시작부터 뒷골은 땡기고 다리는 휘청거립니다
그놈의 폭탄주~~
‘내 등산 사전에 포기는 없다’고 다짐하면서 등산로로 들어서니
작은 돌이나 철도 침목 같은 긴 나무가 깔린 길이 이어지고
보이는 거라고는 산죽이나 고만고만한 나무들뿐이라서 힘겹습니다
세 걸음 올라가고 한 번 쉬는 三步一休를 거듭하다보니
한시간이 지났는데도 겨우 여기입니다 (07:59)
탁 트인 전망도 없고 계곡을 흐르는 시원한 물도 없지만
가슴속까지 씻어내는 바람과 우거진 숲이 기를 느끼게 해 줍니다
3.2키로 지점인 탐라계곡에도 여느 산이라면 넘쳐흐르는
물이라고는 보이지 않고 그저 바위들뿐입니다 (08:01)
남은 거리보다 온 거리가 많은 표지판을 처음으로 만납니다 (08:56)
개미목을 지나 해발 1300미터에 오르니 곳곳에 눈이 쌓여 있습니다
해발 1400미터를 지나니 시야가 트이면서 삼각봉이 보입니다 (09:28)
시야가 트이고 시원한 약수를 마시고 나니 다시 기운이 납니다 (09:52)
용진각 대피소에서 주위를 둘러보니 산세가 웅장합니다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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