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잠든 국군묘지 다녀온 날 밤 6·25참전용사 진혼곡으로 만들어
⑩ 전오승의 ‘전우가 남긴 한마디’
6월은 ‘호국 보훈의 달’, 그리고 내일은 현충일이다.
‘생사를 같이 했던 전우야/정말 그립구나 그리워/총알이 빗발치던 전쟁터/조직을 위해 목숨을 바친/정의의 사나이가/마지막 남긴 그 한마디가/가슴을 찌릅니다/이 몸은 죽어서도 정말/조국을 지키겠노라고.’
이 노래 ‘전우가 남긴 한마디’가 말하듯 6·25전쟁 참전용사들은 ‘전쟁에 핀 꽃’이었다. 그리고 ‘평화의 나팔수’였다. 작곡가 전오승 씨의 동생 전기승 씨도 그랬다. 공산주의가 싫어 평안북도 진남포에서 월남한 전오승 씨 가족들은 서울로 와서 살았다. 하지만 6·25전쟁이 일어나자 동생은 전쟁터에 참전한다. 의로운 자기희생 없이 조국을 지킬 수 없었기에.
그러나 북진하던 우리 국군과 유엔군은 중공군 개입으로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펼친다. 유엔군의 전차포가 북쪽을 향해 작렬했지만 갈까마귀 떼처럼 새까맣게 몰려오는 저들 중공군들의 인해전술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던 것. 죽여도 죽여도 밀려오는 갈까마귀떼 군단….
하늘에서는 네이팜탄이 떨어지고 참호 속에서 적을 향해 갈겨대는 총탄이 빗발친다. 뿐이겠는가. 실탄이 떨어지면 육박전. 서로 엉켜서 나뒹굴었다. 그야말로 피가 튀는 목숨을 건 싸움터였다. 아군 적군 할 것 없이 전사자가 속출했다. 낮에는 태극기, 밤에는 인공기. 뺏고 뺏기는 불바다 격전지에서는 주인이 따로 없었다. 하루에도 몇 차례나 이런 일이 벌어지곤 했다. 전기승 병사는 이 전투에서 머리와 다리에 부상을 입는다. 병원에 실려온 그는 곧바로 수술에 들어갔다. 그러나 마냥 병원에 있을 수 없었다. 전우애로 뭉친 전우들이 그를 부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전쟁터로 나갔다.
하지만 이 전쟁터에서 그는 산화한다. 전우를 구출하려다 일어난 일이었다. 동생의 전사 통지를 받은 전오승 씨는 울 수도 없었다. 동생이 선택한 장렬한 죽음 앞에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던 것.
전쟁터에 나갔을 때부터 동생은 비장한 각오를 하지 않았던가.
1978년. 전오승 씨 가족들은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된다. 그러나 조국 땅 국군묘지에 잠들고 있는 동생을 두고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민을 가기 전에 전오승 씨는 국군묘지를 찾았다. 동생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날 밤 집으로 돌아온 전오승 씨는 그동안 가슴에 맺혀있던 응어리진 한(恨)을 비로소 쏟아 낼 수 있었다. 그건 바로 동생에 대한 그리고 참전용사들에 대한 진혼곡이었다.
‘전우가 못다했던 그 소망/내가 이루고야 말겠소/전우가 뿌려놓은 밑거름/지금 싹이 트고 있다네/우리도 같이 전우를 따라 그 뜻을 이룩하리/마지막 남긴 그 한마디가/아직도 귀에 쟁쟁한데/이 몸은 흙이 되어도 조국을 정말/사랑하겠노라고―’
전오승 씨는 이 진혼가를 만들면서 울었다. 아무리 과묵한 성격이지만 이 때만은 눈물이 쏟아졌다. 노래를 부른 허성희 씨는 전오승 씨의 애제자. 스승이 이민을 가자 그녀 또한 해외로 떠난다. 전우가 남긴 한마디는 그녀가 부른 첫 노래이자 마지막 노래일지도 모른다.
‘과거는 흘러갔다’ ‘과거를 묻지마세요’ ‘방랑시인 김삿갓’ ‘효녀 심청’ ‘장희빈’ ‘경상도 청년’ ‘백마야 울지마라’ ‘휘파람 불며’ ‘사랑의 송가’ ‘푸른 날개’ ‘해피세레나데’ ‘인도의 향불’ ‘미사의 종’ ‘아리죠나 카우보이’ 등 많은 명가요를 남긴 전오승.
‘즐거웠던 그날이 올 수 있다면/아련히 떠오르는 과거로 돌아가서/지금 내 심정을 전해 보련만/아무리 뉘우쳐도 과거는 흘러갔다. 잃어버린 그 님을 찾을 수 있다면/까맣게 멀어져간 옛날로 돌아가서/못다한 사연들을 전해 보련만/아쉬워 뉘우쳐도 과거는 흘러갔다.’
1967년에 발표한 정두수 작사, 전오승 작곡. 여운이 부른 ‘과거는 흘러갔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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