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일찍 집에 들어와 있는데
오랫동안 못 만났던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소줏잔을 기울이며 지난 얘기를 했는데
반가운 마음에 적정주량수위를 넘어선데다가
다시 카페에 가서 위스키를 또 마셨더니
후반전 필름은 까맣게 지워지고
오늘 하루는 침대와 씨름을 하고 말았다
어제 대화의 1순위는 그 친구 큰 아들녀석 얘기였다
들어가기 힘든 외국어고등학교를 들어갔다가
공부에만 매달려 사는 친구들이 싫다고 해서
일반고등학교로 전학을 시켰더니
분위기 나쁘다고 안 다니겠다고 하더란다
대학 진학은 나중 일이고 어떻게 해서든지
고등학교는 졸업하게 하려고 별 방법을 다 동원했고
심지어는 1년에 70일까지는 결석해도 좋다는
결석 쿼터(?)도 인정해 주었다고 한다
대학은 가서 뭐하냐면서 수능시험도 안 보겠다는 걸
꼬시고 꼬셔서 시험장에 들여보내면서
시험 잘 보기를 바란게 아니라
제발 그냥 나오지만 말라고 신신당부했는데
그래도 서울에 있는 대학에 입학은 했지만
역시 적응을 잘 못 한단다
부모가 고민 끝에 해병대에 보내기로 하고
본인을 설득했는데 설득이 안 되자
해병대에 지원하지 않으려면 집에 들어오지 말라고
엄청 협박을 해서 내 보냈는데
저녁에 집에 돌아온 녀석이
해병대 지원을 안 했다고 하니까
엄마가 문을 열어주지 않았단다
그 녀석은 새벽까지 문을 두드리면서
문앞에 있다가 할수없이 그냥 갔는데
(대치상황을 상상해 보니 그 엄마도 대단하다)
정말 집에 못 들어오게 하리라고는 생각 못하고
돈도 없이 나갔으니 하루 종일 쫄쫄 굶고 다녔다고 한다
그렇게 강제로 지원을 하게 했지만 불합격되었고
카츄사에 합격을 해서 내년 봄이면 군대에 간다고 한다
그렇다고 그 녀석이 사고를 치거나
술담배나 유흥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엄마가 힘들어 하면 설거지도 하고
알바를 해서 힘들게 용돈도 벌어쓰는데
그저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과 세상 모습이
너무 달라서 고민이 많다고 하니
남들 하는대로 틀에 맞추어 살기가 싫은가 보다
그 녀석 머리는 상당히 좋고
통도 큰 것이 천재끼가 있는 것 같다
내 친구는 아들녀석 세상살이가 힘들 거라고 걱정이 많던데
그렇더라도 자기가 살고 싶은대로 사는 게 행복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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