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글모음

온라인에서의 의사소통

해군52 2002. 12. 6. 20:49

히말라야 정도 높은 산을 올라가려면
음식, 침구, 장비 등등
엄청난 짐을 지고 가야 하는데
이런 걸 모두 직접 지고 올라갈 수는 없고
현지인 셀퍼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7천미터급 무슨 봉을 정복했다고 하는 전문산악인이든
아니면 베이스캠프까지 트레킹을 하는 아마츄어든
고산에 오르려면 모두 마찬가지이다

셀퍼는 고산지대의 환경에 익숙한 사람들이라서
그들이 정상 정복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기도 하고
짐을 옮겨 주고 받는 돈이 주요 수입이 된다고 한다

전문 산악인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하나 요약해서 소개한다

우리 산악인들이 세계적인 기록을 많이 세우고 있지만
스폰서가 잘 없어서 언제나 경비 조달이 어렵다
그러다 보니 현지에서 셀퍼에게 주는 노임이
큰 금액은 아니지만 흥정에 신경을 쓰게 된다

현지에 도착해서 셀퍼들과 노임 흥정을 하는데
얼마(쉽게 일당 만원이라 가정하자)를 주겠다고 했더니
상대방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만천원 주겠다고 했더니
그래도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러기를 몇 번 반복하다보니
예산지급이 가능한 최고액 만오천원까지 갔는데도
상대방은 계속 고개를 가로 저었다

셀퍼들의 도움이 없이는 등반이 불가능하고
어쩔 수 없이 예산을 초과한 금액을 제시했는데도
역시 상대방은 고개를 더욱 세게 저었다

그런데 사실인즉,
현지인들이 고개를 가로 젓는 것은
우리가 이해하는 것과는 정반대로
승낙의 표시라고 한다

처음 제시한 금액을 승낙한 것을 모르고
계속해서 금액을 올려서 제시했으니...
그래서 실제로 얼마를 지급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상대방과 서로의 코드를 이해하지 못하면
이런 웃기는 일도 생기게 된다

비단 문화가 다른 사람들과의 사이에서뿐만 아니라
누구와도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면
비슷한 일이 생길 수가 있다

특히나 얼굴을 대하지 못하고 글로 만나는
온라인에서의 의사소통은 그만큼 어렵게 마련이다
서로의 감정 코드나 습관을 알지 못하는 만큼
오해가 발생하기 쉬운 곳이 온라인이다 

'내글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출소녀의 생일  (0) 2002.12.08
그날 밤 축구장에서  (0) 2002.12.08
정리정돈 노이로제  (0) 2002.11.24
천재는 살기 어려워?  (0) 2002.11.15
네덜란드 댄스 공연  (0) 2002.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