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축구를 아주 좋아했다
오래전이긴 하지만 한때는
잠실운동장이나 동대문운동장에 가서
축구 경기를 즐겨 보기도 했고
MBC TV에서 1주일에 한번씩 방영한
분데스리그 녹화방송을 거의 놓치지 않고 봤다
그때 독일에서 활약한 차범근 선수의 모습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우리가 지난 월드컵때 잘 보았듯이
관중까지 한곳에 몰입하게 만드는 축구는
넓은 그라운드에서 거칠게 부딪치면서 뛰어야 하고
팀웍이 중요하면서도 스타가 필요하기도 하고
여하튼 남성적이고 매력적인 스포츠임에 틀림없다
몇년전 차범근 당시 국가대표팀 감독이
상을 받은 자리에 참석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축구공을 들고 가서
차감독을 비롯해서 조영증 감독, 김평석 코치와
유명 선수 여러명의 사인을 받기도 했다
직장생활을 할 때에는 회사 축구동아리 회장으로
직접 축구 경기를 하기도 했었는데
그렇다고 축구를 잘 하는 것은 아니었고
그저 그라운드를 땀흘리며 달리는 것이 좋았다
직접 축구를 하는 것은 오래전에 이미 은퇴했지만
아직도 축구에 대한 매력을 잊지 못하고
가끔씩 그라운드를 달리는 꿈을 꾸곤 한다
그날 밤도 축구장에 있었다
정식 축구 경기를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사람들이 모여서 그냥 축구공을 차고 있었다
어떤 어린 학생이 공을 나에게 패스했다
날아오는 공을 왼발로 멈추면서
오른발로 논스톱 킥을 했다
발에 오는 느낌이 아주 좋았던 바로 그 순간
우당탕! 소리에 놀라서 잠이 깨었는데
이게 어인 일인가?
침대 옆에 있던 가습기가 엎어져서
방안이 물바다가 되어 있는 게 아닌가
차라리 헛발질을 했더라면 괜찮았을 걸
축구공을 정확히 차는 바람에
가습기를 둘러 엎어버리고...
한밤중에 자다말고 일어나서
엎지러진 물을 닦아 내면서
이렇게 위안을 삼았다
<정확하게 차기를 아주 잘한거지...
난 아직 가능성이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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