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들녀석이 가끔씩 양복을 입고 넥타이를 맵니다
선배 결혼식에 간다고
무슨 모임에 간다고...
며칠 전에는 양복, 와이셔츠, 넥타이 한 세트를 사 왔습니다
입혀 보니까 넥타이가 좀 어색해 보이길래
제 넥타이 중에서 한 개를 골라 주었습니다
훨씬 나아 보입니다
<내가 처음 양복 입고 넥타이를 매던 게 언제였었나?>
대학 시절 동네 싸구려 양복점에서 양복을 맞추고
학교 근처에서 와이셔츠를 맞춰 입던 기억이 납니다
앨범에서 오래된 사진을 찾아보니 한 앳된 소년이
촌스럽게 양복을 입고 어색한 모습으로 서 있습니다
이제 제 아들 녀석이 그 나이가 되었는데
그 녀석은 아직도 넥타이를 매지 못합니다
여러번 가르쳐 줬는데도 말입니다
넥타이를 매야 하는 날이면 그 전날 제게 부탁을 합니다
제가 매어 주면 그걸 살며시 풀어서 빼 놓았다가
다음날 다시 조여서 맵니다
<옛날에 나는 혼자서도 잘 했었는데...>
넥타이를 매어 주면서 여기저기 슬쩍슬쩍 만져 봅니다
얼굴이며, 어깨며, 허리며, 엉덩이며...
아들 녀석의 몸은 젊음으로 꽉 차 있어 탄탄합니다
<나도 옛날에는 이랬었겠지?>
녀석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싱글거립니다
저는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언젠가는 이 녀석 등에 업혀 다닐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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