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크로스가 정말 있나요?>
우리 아이들이 유치원 다닐때니까 다섯 살쯤 됐었겠지요
밤에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들고 집으로 찾아 오셨습니다
아이들은 산타할아버지에게서 선물을 받아서 신이 났고
잠시후 엄마는 산타할아버지 배웅을 나갔지요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에 일어났습니다
큰놈(아들)이 동생(딸)에게
산타할아버지가 썰매를 타고 가는지 보자고 해서
두 아이들이 살며시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는데...
세상에,
산타할아버지가 타고 가는 건
사슴이 끄는 썰매가 아니라
바로 빨간 유치원 봉고차였다는 거 아닙니까?
아름다웠던 환상이 깨어지는 아픔이 얼마나 컸겠습니까?
오늘도 딸애는 그때를 이야기하면서
괜히 오빠 말을 들어서 그렇게 됐다고 후회하더군요
그건 그렇구요,
오늘 우리 집에 산타크로스가 왔을까요?
네, 오기는 왔는데 산타 할아버지가 아니라
동그란 얼굴의 산타 아가씨였습니다
기숙사에 있던 딸애가 선물 한보따리를 가지고 왔습니다
그러면 저도 선물을 받았을까요?
저만 못 받았다는 거 아닙니까?
왜일까요?
딸애가 식구들 선물을 예쁘게 포장하고 리본까지 붙여서
쇼핑백에 담아 놓았다가 들고 왔는데
저한테 줄 선물이 행방불명됐다는 겁니다
선물에 붙였던 리본만 남아 있구요...
어디다 흘렸을리도 없고 가져가려면 전부 다 집어가지
어떻게 그 중에서 제 선물 한 개만
그것도 리본을 떼어놓고 가져갔단 말입니까?
집어간 놈도 쪼잔하지...
참 이상한 일입니다
산타의 선물을 받으려면
동생하고 싸우지 않고,
미술학원에 지각하지 말고,
양치 잘해야 되는데
싸울 동생이 없고 양치는 잘 하지만
회사에 지각을 자주 해서 그런가 봅니다
그래서 어쨌냐구요?
선물 대신 안마를 받았지요
그 조그만 손으로 어깨나 종아리를 주무르면
얼마나 시원한지 온몸이 녹는 듯합니다
딸애가 안마를 해 주면서 그러네요
<다음주에 올 때 아빠 선물 다시 드릴테니까 울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