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전화를 받다가 문득 창밖으로 내다보니
거리에는 봄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습니다
오전내내 무슨 생각에 빠져 있었는지
아니면 뭐가 바뻤었는지
날씨가 그렇게 화창한지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불현듯 북한산을 만난지 너무 오래되었다는 생각에
등산복을 챙겨입고 서둘러 나섰습니다
광화문에서 날아갈 듯 보이는 보현봉은
여전히 그 자리에 보석처럼 빛나고 있었습니다
자하문 터널을 지나자 비봉 능선이 눈앞에 다가섰습니다
그래, 저렇게 가까이 있었는데 왜 못 만났을까?
여름이면 능소화가 피어있던 평창동 부잣집들을 지나
형제봉 매표소로 들어서니 바로 뒷편, 계단 중간에
조금 널찍한 경사진 바위가 있습니다
늦은 시간에 단독 산행, 잘못든 하산길, 바윗길,
바로 매표소 불빛이 코앞에 보이던 순간
어둠 속에서 나뒹굴게 했던 바로 그 현장입니다
낮에 보니 아무 것도 아닌 곳에서 허망하게도
그런 사고를 당하고 올 한해를 시작했었습니다
그날 내려오던 길을 반대로 올라갑니다
봄빛 속에 보이는 풍광이 황홀하게 아름답지만
그래도 슬프지는 않습니다
뭔가 느낌이 다른 날인 것 같습니다
북한산 품안에 들어서니 고향에 온듯 합니다
복잡하던 머리가 단순해지고
서늘하던 가슴이 따스해집니다
답을 찾지 못하던 문제도 산이 풀어줍니다
산이 주는 답,
아니라고 부정하려 해도 그 답이 맞습니다
항상 그랬습니다
산이 알려주는대로 그대로 가려고 합니다
그래야 맞습니다
당장 힘들고 어렵더라도
그게 맞는 답이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산을,
특히 북한산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제도 그랬습니다
이제 다시 북한산을 자주 만나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