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면 빠지지 않고 산에 다니고,
국내든 해외든 가끔씩 여행도 다니면서
그때마다 사진을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고
여러 게시판에 영화에 관한 글이나 쓰고
노는 자리에 가면 어김없이 노래나 하고...
그러니 먹고 살 걱정이라고는 하나도 없이
잘 놀기만 하면 될만큼 팔자가 편한 줄 아는지
나를 부러워하는 사람들을 종종 만나게 됩니다
그들에게는 내가 그렇게 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정작 그들은 내가 어떤 일을 겪었고
지금 어떤 상황에 있는지를 알지 못합니다
아이엠에프 때 빚이 아직도 엄청 남아 있어서
평생 집 한칸 마련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해도
그들은 쉽사리 믿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집 가재도구에 빨간 딱지가 붙었었다든지
살던 집이 경매로 날아갔다든지 이야기를 해도
마치 내가 지어낸 것처럼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뭐 그런 험한 일을 겪은 표시가 안 난다나요?
답답하기는 하지만 그것도 그리 나쁜 일은 아닌 듯 합니다
내가 겪었던 어려운 일들이 전부 얼굴에 나타나면
동정표를 받을지는 모르지만 너무 궁상맞아 보이겠지요
어느날 거울 속에서 잔뜩 찌푸린 내 얼굴을 보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서 표정관리를 하기 시작했고
그래서 그나마 그런 보기 싫은 흔적이 숨겨졌는가 봅니다
‘찌푸린 내 얼굴은 나도 보기 싫은데 누가 보기 좋아하겠나?,
아무리 힘들어도 얼굴은 펴고 다니자!‘
그리고
‘안 될 일은 아무리 걱정해도 안 되고 될 일은 덜 걱정해도 된다’
‘좌.불.안.석, 노.심.초.사. 이런 단어를 아예 지워버리자’
‘내일 종말이 와도 놀 수 있으면 놀자‘
‘내일 걱정은 내일 해도 늦지 않다’
이런 믿음을 키워 왔는데 이건 내가 도통해서가 아니고
어쩔 수 없다는 체념에서 온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나를 부러워하는 사람들에게 가끔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당신도 할 수 있을 텐데...
내가 하는데 당신은 왜 못하지?“
내가 알기로는 나보다 훨씬 더 형편이 좋은데도 불구하고
그들이 나처럼 하지 못하는 주된 이유는,
‘돈이 없어서...’이거나 아니면 ‘일이 있어서...’입니다
일이 있으면 시간이 없어서 못 가고
일이 없으면 돈이 없어서 못 가고... 뭐 이런 식입니다
물론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경우도 있겠지만
나라면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건 각자 자기 생각대로 할 수밖에 없는 일이고...
아직 여행 다닐 만한 건강이 허용되는 것,
어쨌거나 최소 여행 경비를 감당할 수 있는 것,
벌어진 일들에 대한 걱정은 무조건 버리고 떠나도
결국은 잘 해결되리라는 근거없이 무모한 믿음 역시도
내가 받은 축복이고 감사할 일입니다
올 여름의 끝자락에 또 버리고 떠나려고 합니다
<쉰들러 리스트>의 촬영지인 유태인 수용소 (폴란드)
동유럽의 알프스라 불리우는 타트라 국립공원 (슬로바키아)
<글루미 선데이>에 나오는 고딕식 국회의사당 (헝가리)
<사운드 오브 뮤직>의 촬영지인 미라벨정원 (오스트리아)
<프라하의 봄>의 촬영지인 프라하 바츨라프 광장 (체코)
등등 여러 영화의 촬영지들을 둘러보기 위해서
내일 출국, 다음주 일요일 귀국 예정입니다
새로 장만한 것까지 디카 두개를 들고가서 사진 천장쯤 찍어오면
사진 넣은 여행기를 한 50편쯤은 쓸 수 있겠지요
돌아올 때쯤이면 마지막 더위도 물러가고 가을이 시작되겠지요
버리고 떠나기...
또 하나의 인생 연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