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8박9일짜리 동유럽여행 다녀온 이후 여행기를 쓴답시고
100일 이상 울궈먹다 보니 부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2,500장 넘는 사진을 정리한다고 매일 들여다보면서 지내다 보니
눈을 감아도 동유럽이, 특히 여인들이^^, 눈에 어른거립니다
누가 하라고 등떠밀며 시킨 일도 아니었지만 여행기에 매달리다 보니
그리도 좋아하던 영화를 몇 달동안이나 거의 보지 못 했습니다
게다가 사진으로 승부를 걸다 보니 가뜩이나 모자라던 글력이
치명적인 수준까지 내려왔는지 글 몇줄 쓰기가 두렵습니다
사진 창고를 들여다보면 아직도 혼자 보기 아까운 사진들이 있어서
아무도 요청하지 않았지만 혼자라도 앵콜 공연을 할까 싶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당분간은 사진 올리기/사진 따라가기는 가급적 자제하면서
팔뚝 근력과 함께 글력 만들기를 위한 특별훈련을 해야 할까 봅니다
며칠전 어느 모임에서의 일이 생각납니다
한 직장에서의 인연으로 여러해동안 부부동반으로 만나는 모임인데
제 또래가 반쯤 되고 나머지는 몇 년 아래, 그리고 딱 한분이 몇 년 위
그런 연령 구성비로, 최연장자인 분이 모임의 좌장 역할을 합니다
그 중에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늦둥이를 둔 분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그 아이의 교육문제가 화제에 오릅니다
누군가가 그 아이가 어느 중학교에 가느냐고 묻자,
그 아이의 엄마가 * * 중학교에 입학한다고 대답합니다
그런가 보다 했는데 좌장께서 이리 묻습니다
"아니 그 학교에 그냥 보낼 겁니까?"
"그럼 어떻게...해요?"
좌장의 설명이 이어지는데 그 내용인즉 이렇습니다
요즘 될성싶은 아이들은 초등학교 때 1년간 미국유학을 보내고,
다시 중학교 때 1년간, 또 고등학교 때 1년간 유학을 보낸답니다
그래도 학교 졸업은 미국에서가 아니라 한국에서 해야 하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좋은 성적을 받으려면 한국 교과과정도 공부해야 하는데
미국에서 한국 교과과정에 대한 과외수업을 따로 시키거나
아니면 아예 한국 교과과정을 가르칠 선생을 딸려 보낸답니다
정 어려우면 여러 명이 팀을 짜서 공용 선생을 보낸다나요?
그러자면 1년간 비용이 6천만원쯤 든답니다
설명을 듣고 있자니 머리가 복잡해지는데
생각나는대로 제가 불쑥 질문을 합니다
"그렇게 하면 애가 뭐가 되는데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이렇습니다
"국내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해도 미국의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
제 머리 속에서는 설명의 내용이 맴~맴~ 맴을 돕니다
초등학생 때 미국유학, 과외 선생 동반, 연간 비용 6천만원...
이어지는 내용 중에는 이런 것도 있습니다
국내에 최근 어느 종교단체가 세운 특수 중학교가 있는데
전원 기숙사 생활, 전과목 영어수업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는 화장실 청소하는 아줌마도 영어만 쓴답니다
종교는 불문하고 그 학교에 들어가려고 머리터지게 경쟁이 벌어지는데
영어 등 아이들 실력에, 부모의 실력(?)까지 고려해서 선발한답니다
미국유학 보내기가 정 어려우면 이런 학교에라도 보내야 된다나요?
정말 의지의 한국인 아닙니까?
이렇게 부모들이 지극정성으로 키우는 대한민국의 아들딸들이 많으니
요즘은 힘들어도 대한민국의 앞날은 걱정할 필요가 없겠지요?
제게 교육 대상이 되는 아이들이 없으니 관심 가질 일도 아니지만
아이들이 있어도 저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프로그램입니다
연간 6천만원이면 내 연봉 총액보다 많으니 애초부터 불가능인지라...
우리 공교육은 무엇을 위한 것인지?
공교육만 열심히 받으면 무엇이 되는 것인지?
답은 안 나오고 머리만 흔들려서 또 동유럽 사진이나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