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 들어서 전에 없던 일들이 몇가지 일어납니다
감기가 자꾸 찾아옵니다
그것도 화끈한 게 아니라 그저 머리가 띵하다든가,
목이 조금 아프다든가, 재채기가 난다든가,
뭐 그렇고그래서 짜증날 정도로 아주 희미하게 말입니다
계단 내려갈 때 왼쪽 무릎이 아픕니다
10년전쯤 미친듯이 산에 다닐 때 한동안 그런 적이 있었는데
10년만에 그 증상이 다시 나타나서 신경쓰이게 합니다
약병라벨에 있는 작은 글씨들이 뭉개져 보입니다
무슨 인쇄물이든 전부 사이즈를 줄여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줄이지는 말고 그대로 두라고 해야겠습니다
“그것 봐라, 너도 별수 없지” 하면서
고소해 하는 분들 눈초리가 훤히 다 보입니다
뭐 그런다고 박수까지 치시나요?^^
겨울이 시작되면서 지난 겨울에 입던 동복들을 꺼내 입어보니
여기서도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건 좀더 심각한 일입니다
틀림없이 헐렁했던 바지는 좀 끼고,
좀 낀다 싶던 바지는 꽉 끼고,
꽉 끼던 바지는 자크가 끝까지 올라가지 않습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여름내 세탁도 하지 않고 처박아뒀더니
바지가 좀 줄었나 싶었는데 (그럴 수도 있나?),
하나둘도 아니고 전부 그러니 뭔가 다른 이유가 있나 봅니다
어느날 딸애가 내 몸매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한다는 말이,
“아빠 배가 만화 캐릭터 같은데요...”
그리고는 한마디 덧붙이기를,
“애기 빨리 낳아야겠는데요..."
“야, 그래도 밖에 나가면 날씬하다고 그런다“고 대응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되면 자존심은 여지없이 망가지고 마는 겁니다
내 몸매를 보면 그 옛날 ‘떡 벌어진 어깨와 잘룩한 허리’에서
‘떡 벌어진 허리와 잘룩한 어깨’로 바뀐지 이미 오래입니다
가슴 쪽 근육이 허리로 흘러내리는 거야 지구 중력 때문이라지만
허벅지 이하의 근육이 올라가는 건 과학적으로 설명이 잘 안됩니다
꼭 재봐야 아는 것도 아니긴 하지만 저울에 한번 올라가보니
한계 체중 마지노선에서 무려 6키로나 넘어서 있습니다
6키로라면 1근=600그램으로 ‘고기 10근’인데
엄마 심부름으로 사오던 돼지고기 반근의 무게를 떠올려 보면
그 20배의 무게라니 엄청나게 무겁습니다
문제의 원인이 되는 배와 허리 주변의 엄청난 불법체류살들을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고 공권력을 발동해서라도 추방해서
망가진 몸매도 청계천처럼 복원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천사의 탈을 쓴’ 악마의 목소리도 계속 들립니다
“아무리 불법체류라고 해도 그렇지 겨울에 추방하면 어떡하나?
이 추위라도 지나고 나서 시작하는 게 좋지 않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