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엑스에서 열리는 어느 전시회에 참가자가 목표 미달이었는지
평소 안면이 있던 주최측에서 참가를 권유하는 바람에
어제부터 갑작스레 전시회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전시회라는 것이 짧은 기간 동안에 많은 사람들에게
뭔가를 확실하게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랫동안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한 법인데
바로 행사 일주일 전에 참가하기로 결정하다보니
준비라는 게 시험보는 날 당일치기하듯 되어 버렸습니다
어쨌거나 어제 코엑스에서 예정대로 전시회는 시작되었고
저도 전시장에 나가게 되었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자리 차지하는 것밖에 없는지라
없는 게 도와주는 거라는 주제파악을 재빨리 하고
여기저기 남의 부스 구경 다니기 바빴습니다
신발 깔창을 전시하는 부스를 기웃거리니까 들어오라고 합니다
한쪽씩 신발을 벗고 판 위에 올라서라고 하더니
양쪽 발 모양을 도장 찍듯이 종이에 찍어내는데
종이에 찍힌 섬섬옥족 모양을 보더니 대뜸 짝발이라고 합니다
그 위에 자를 대고 줄을 그어가면서 설명을 하는데
이러이러하게 됐기 때문에 골반이 뒤틀려 있고
그래서 허리가 아프고
신장의 기능에 문제가 있고...
그렇다고 합니다
‘그래, 맞아, 그러니까 허리가 아파서 좋아하던 마라톤도 못 하고
신장에 문제가 있어서 복분자 술을 마셔도 효과가 없나보다‘
그러더니 잠시 제 어깨와 허리를 잡고 비틀고 나서는
간단한 실험으로 이제 골반이 바로 잡혔다고 합니다
그런데 몇발자국 걸으면 또다시 뒤틀릴 수밖에 없고
제대로 고치려면 주문제작한 깔창을 사용해야 한다고 합니다
신발깔창이라는 게 발 뒤축부터 10센치정도 되는 건데
사용자의 발 모양에 따라 전부 다르게 만들어지는
주문제작이라 1주일 정도 걸리고 가격은 35만원인데
전시중에는 특별할인가격 24만원이라고 합니다
‘저걸 맞춰 신고 다니면 마라톤도 다시 할 수 있고
북한산 열두대문을 9시간이 아닌 7시간쯤에 다 돌고
복분자술 안 마셔도 그 단지를 뒤집어엎을 수 있겠지‘
그 다음에 ‘음이온 에너지 팔찌’를 전시하는 부스에 가보니
손가락 끝에 약을 한방울 떨어뜨리고 현미경 밑으로 들이대니
화면에 꼬불꼬불 지렁이 지나가는 것 같은 모습이 보이는데
그게 이러저런 이유로 퇴화된 실핏줄이고
더 나빠져서 막히면 마비증세가 나타난다고 합니다
바로 앞에 붙어있는 설명서를 보니 정상인 실핏줄과
비정상인 실핏줄을 그림으로 비교해 놓았는데
화면에 보이는 모습이 비정상 샘플 바로 그대로입니다
‘그래, 맞아, 실핏줄이 저 모양이니 잠을 많이 자도 피곤하고
점심만 먹고 나면 잠이 쏟아지나 보다‘
예쁘게 디자인해서 전시한 음이온 팔찌를 착용하면
에너지가 발생해서 피를 빨리 돌게 하고
구부러진 실핏줄을 정상으로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저걸 착용하고 다니면 잠을 서너시간만 자도 되고
눈밭에 맨손으로 다녀도 손에서 땀이 나겠지‘
바로 옆 헬스기구를 전시한 부스에 가보니
하루 10분씩 기구 위에 올라가 있기만 하면
살도 빠지고 근력 강화... 효과가 죽인답니다
판 위에 올라가 기구를 작동시키고 그림에 있는대로
자세를 바꿔보니 판의 진동이 부위별로 느껴집니다
‘진작 이런 거 사용했으면 힘들게 뛰거나 걸을 필요도 없이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는 건데 나도 참 멍청하게...‘
간단한 런닝머신처럼 생긴 그 운동기구가 정상가격 195만원,
전시중 특별할인가격 165만원이라고 합니다
‘저 기구 위에 10분씩만 올라가 있으면 한달 이내에
허리 주위에 있는 불법체류살을 다 철거시킬 수 있겠지’
전시장에서 꼭 사야할 신기한 물건들이 너무 많아서
전시회 마치고 나면 짐차를 한대 더 불러야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