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두시면 어김없이 구기동 칡냉면집 옆 골목에 모여
보현봉-대남문으로 이어지는 북한산 사자능선 정기산행을 다니던 시절
지금도 그렇지만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는 구기동 골목길에는
빈대떡, 막걸리 등등 요깃거리를 파는 가게들이 많이 있었고
그 중 한집에서 토막난 흰떡 구운 것을 팔고 있었습니다
그 집에서 한 친구가 집어주는 구운 흰떡을 맛있게 먹다가
갑자기 잇몸에 짧은 통증이 느껴졌지만 무심코 지내다가
시간이 꽤나 오래 지나도 나아지지 않길래 치과에 가보니
어금니 하나가 세로로 정확하게 반으로 깨졌다고 했지만
먹고 살기도 어려운 판에 새로 장가갈 것도 아니고 해서
깨진 조각만 떼어내고 후속조치는 하지 않은채 버려 두었습니다
그후 여러해 세월이 지나면서 입안 여기저기에 이상증세를 느겼고
이러다가 잇몸도 망가지면 꼼짝없이 틀니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지난 여름 미루고 미루던 치과를 찾아갔더니
어금니 두개가 상해서 일부씩 잘라내고 금속으로 메꿔야 하고
오래 전에 깨진 어금니는 너무 오래동안 방치해서
빼내고 인플란트를 해야겠다고 하기에
걱정했던 것보다는 훨씬 경상이라 흔쾌히 공사에 들어갔습니다
지난 8월 오른쪽 어금니 일부를 잘라내고 그 자리에 금조각을 붙이니
고개가 오른쪽으로 기운 듯 했습니다---右傾!
미국 출장 다녀온 후 왼쪽 다른 어금니에도 똑같이 금조각을 붙이니
이번에는 다시 왼쪽으로 기울어졌습니다---左傾!
右傾 후에 다시 左傾이라 겨우 좌우균형을 잡은 것 같았는데
문제의 오래전 깨진 오른쪽 어금니를 빼고 나니 다시 左傾!
어금니 뺀 자리에 임시로 뭔가를 붙여서 막자고 했지만
이제 선 볼 일도 없는데 그냥 두겠다고 하고 보니
좀 크게 웃을 일이 있으면 그 자리가 들여다 보이는게
우리집 작은 여자 표현에 의하면 영락없는 영구 모습입니다
12월이면 인플란트 공사를 한다는데 그게 만만한 일이 아니라지만
그래도 틀니하는 거 보다는 낫겠지요
어쨌거나 그 인플란트를 마치고 나면
원래 어금니보다 무거울 것 같으니 다시 右傾이 될 것 같습니다
하기야 참여정부 하는 일이 못마땅한 게 많을 걸 보면
제가 右傾은 틀림없는 右傾이기는 합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