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전 어느날 밤 그녀가 처음으로 고백을 합니다
"저 임신 17주이거든요"
'뭐라고?
아니 그기 무신 소리인고?'
그래도 어쩝니까?
"축하!!! 잘 묵고 건강 조심하고..."
1주 전에 다른 얘기를 하다가 그냥 궁금해서 한번 물어보았습니다
"아들일까? 딸일까?"
그랬더니 병원에서 아직 알려주지 않는다는군요
그러더니 드디어 오늘밤 그녀의 고백이 다시 이어집니다
"저 임신 20주이거든요
애가 많이 큰 것 같아요"
'17주라고 한지 3주가 지났으니 20주가 맞고
그 사이 애가 큰 거야 당연한 일 아닌가?'
그러더니 세상에!
병원에서 스캔한 사진까지 떠~억하니 보여주는데
머리, 몸체, 그리고 다리가 또렷이 보입니다
이상, 전부 저와 관련된 완.벽.한. 실.화.임을 확인합니다
스코트랜드에 있는 그녀와 카운터파트로 일한지 이제 5년째,
그동안 주고받은 편지와 사연이 꽤나 많이 쌓였고
스코트랜드로 가서 직접 만나기도 세 번 했고...
서로간에 어느 정도 이해도 잘 되고 신뢰도 쌓이고 해서
함께 일하기 아주 편한 상대방이 됐는데
얼마전 회사 내에서 다른 자리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최근에 마침 문제가 하나 생겼는데
(경리에서 물건 대금을 안 보내니 저로서는 심각하겠죠?)
새로 온 담당자가 문제 해결에 고전을 하고 있길래
잘 통하는 그녀에게 SOS를 쳤더니
전임자로서 업무에 개입, 역시나 마무리를 잘 지어줍니다
그런데 얼마전 메일에서 '첫 아이 임신 17주'라는 얘기를 하길래
좀 놀랬지만 축하하면서 건강 잘 챙기라고 했더니
제가 아들딸 다 키웠으니까 조언을 해 달라고 하더군요
너무 오래돼서 잊어버렸지만 도와줄 일 있으면 도와주겠다고 했지요
(사실 제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 뭐 있겠습니까?)
그리고 이틀전 업무 얘기에 덧붙여 공군 아들 얘기를 하면서
자랑삼아^^ 임관식에서 찍은 가족 사진을 보냈더니
그녀는 답장에다가 병원에서 스캔한 뱃속 아기 사진을 보냈더군요
제가 오늘밤 메일을 보내면서 또 자랑삼아
나도 2차대전때^^ 해군 장교로 복무했었다고 했더니
즉시 온 답장에서 그러면 그때 몇 살이었냐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다시 보낸 회신에는 이렇게 썼습니다
"그건 당연히 극비사항이다
이런 경우 한국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너무 많이 알려고 하면 다친다'
알겠니?"
이렇게 메일을 주고받느니 아예 채팅을 하면 좋겠는데
메일 몇 줄 쓰려면 영한사전, 한영사전, 영영사전 그리고
이메일 영어책까지 갖다 놓아야 하는 신세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