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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돌린 새들

해군52 2007. 1. 16. 22:42

최근 몇 달동안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이 자주 생깁니다

 

급하게 나가다 보니 주머니마다 뒤져봐도 차 열쇠가 없습니다
다시 들어와서 책상 위며 식탁 위에서부터 화장실까지
여기저기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습니다
약속시간은 이미 늦었고 열쇠는 눈에 아른거리기만 합니다

 

'어떡하나~'

 

늦는다고 양해를 구하고 택시라도 타고 가면 될 일인데도
이런 일이 있으면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허둥대곤 합니다

 

그러다 보면 열쇠는 가방에 들어있거나 세면대 위에 있습니다
어떤 때는 바지 주머니 속에서 나오기도 합니다
아까 찾을 때는 틀림없이 없었는데...

 

밥을 먹다가 목 뒷덜미에서 땀이 흘러내려서 웃옷을 벗습니다
같이 있던 딸아이가 이상한 눈초리로 바라보면서 저는 추운데
아빠는 덥냐고 물어보더니 아빠 갱년기인가 보다고 한마디 합니다
그런가보다고 대답은 하지만 그 말에 은근히 화가 납니다

 

누군가가 관심을 가져주면 간섭하는 것 같아서 짜증이 나고
관심을 안 가져주면 무시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나쁘기도 합니다
회사에서도 뭔가 잘 안 되는 일을 보고받으면 골치 아파서 싫고
아무런 보고가 없으면 즈네들 멋대로 하는 것 같아서 불안합니다

 

그러고 보니 이상증세 투성이입니다

 

근육이 반쯤은 물렁살이 된 것 같다거나
술병의 제일 작은 글씨가 흔들려 보인다거나
잠을 제대로 못자면 다음날 저녁까지 피곤하거나...

 

몸도 그렇거니와,
 
기억하지 못하는 게 많아지고 자주 잊어버리거나
이유없이 허전하거나 불안해 하거나
작은 일에도 화를 잘 내거나...

 

마음도 그런 걸 보니
정말로 벌써 갱년기가 된 건지...???

 

그러다 보니 기분 전환 목적으로 (이끌려서가 아니라 스스로)
술 마시러 가는 횟수도 늘어나기는 하지만
술집보다는 산을 더 자주 찾아가려고 노력을 합니다
산의 품에 들어가면 몸도 마음도 조금씩 치료가 되니까요

 

그런 결과인지 지난해 산행 기록을 보니 총52회,
그러니까 평균 일주일에 한번꼴로 산에 간 셈입니다
물론 그 중에는 2시간도 채 안되는 짧은 산행도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일주일에 한번이면 제법 자주 다닌 편입니다

 

올해에는 그 기록을 깨려는지 지난 일요일에 올해 네 번째 산행이자
고등학교 동문산악회 시산제를 겸한 북한산 등산을 마치고나서
내친 김에 덤으로^^ 인왕산까지 마저 다녀왔습니다

 

 

이건 지난해 5월에 인왕산 엉덩이라고 찍은 사진입니다
사진으로는 은밀한 부분이라는 느낌이 잘 안 듭니다만...

 


 
지난 일요일 바로 그 엉덩이 바위를 지나다 보니
양쪽 엉덩이 위에 까치 두 마리가 앉아 있는데
서로 삐친 건지 등을 지고 있습니다^^

 

유치원 수준의 산수 퀴즈 중에 5-3=?이 있는데 답은 물론 2죠
오(5)해가 있어도 상대방의 입장에서 세(3)번만 생각해보면
다 이(2)해할 수 있어서 그렇답니다

 

또 다른 문제 2+2=?도 있는데 답은 물론 4죠
이(2)해 하고 또 이(2)해하면 사(4)랑한다는 겁니다

 

아마도 까치들은 鳥頭(=새 대*리)이기 때문에
이렇게 쉬운 문제도 못 풀어서 등을 돌리게 됐는지도 모르지만
등을 돌린 이유가 뭐든지간에 다시 마.주. 보.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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