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리어답터는 얼리(early-일찍)와 어답터(adopter-적응한 사람)의 합성어로
남들보다 먼저 제품에 대한 정보를 접하고 제품을 먼저 구입해보면서
제품에 대한 평가를 먼저 내려 주변사람들에게 전파해주는 성향을 가진
사람을 일컫는 말이라고 합니다
얼마전 차량용 네비게이션(DMB 겸용)을 구입해서 집에 가져오니까
딸애가 저에게 ‘아빠가 우리 집에서 제일 얼리어답터’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졸지에 얼리어답터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운전이든 아니면 걸어서든 낯선 곳으로 여행할 때 필요할 것 같아서
차량 거치와 휴대를 겸한 네비게이션을 구입하기 했지만
네비게이션이 시장에 나온지 이미 오래인지라
이제 와서 '얼리'라고 할 수도 없는데다가
사용법도 제대로 모르고,
길을 찾는 용도로는 아직 사용해보지 못 했고
어디선가 기다려야 할때 DMB 보면서 시간 때우기로만 사용했으니
제대로 된 '어답터'가 되지도 못했는데 말입니다
지난 주말 외출하면서 DMB를 보겠다고 그 기계를 들고 나갔습니다
자주 갖고 다니는 디카와 작은 손가방까지 함께,
그러니까 세가지를 들고 나가서
이어폰까지 끼고 지하철에서 잠시 본 것까지는 좋았는데
잠깐 방심한 사이에 그만 바닥에 떨어뜨렸더니
네비게이션은 작동되는데 DMB 화면이 나가버렸습니다
한 손에 한 개씩만 들어야 관리가 되는데
한꺼번에 무려 세 개를 들고 다녔으니 무리한 셈이었지요
혹시나 해서 켰다껐다를 반복해봐도 한번 간 화면은 돌아올 줄 모르고
어제 서비스센타를 찾아갔더니 본사로 보내서 수리해야 한다고
1주일쯤 기다려 보라고 합니다
그리고 디카,
동유럽여행을 시작으로 수천장의 사진을 찍어온 이녀석도
너무 많이 써서 그런지 렌즈 작동에 조금 문제가 있어서
서비스센타를 찾아갔더니 역시 맡겨놓고 가라고 합니다
어제 오후 잠깐동안 두 가지 물건을 서비스센타에 맡겨놓고 나오니
아주 값비싼 귀중품도 아니지만 자주 사용하는 물건이라서 그런지
너무 허전하기도 하고 과연 잘 고쳐져서 돌아올지 걱정도 됩니다
디지털 카메라, 네비게이션...
이런 물건을 내가 가진 게 도대체 얼마나 됐길래...
이것도 집착일까?
이런 생각이 저녁내내 머리 속에서 뱅뱅 돕니다
돈에 대한 집착,
물건에 대한 집착,
일에 대한 집착,
성공이나 출세에 대한 집착,
사람에 대한 집착,
사랑이나 미움에 대한 집착,
그리고 삶에 대한 집착...
세상에 하고 싶은 일 다 해보고
보고 싶은 것 다 볼 수는 없겠지만
언젠가 눈을 감는 순간에
갖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이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러자면 이 세상 모든 것에 대한 집착은 전부 버려야 하는데
집착을 버려야 한다는 것조차도 범부에게는 집착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