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포함한 우리 가족의 공통된 취미생활이 놀랍게도
‘잠’이라는 건 이미 오래 전부터 널리 알려진 공지의 사실입니다
평생 잠을 가장 적게 잤던 고3때 평균 수면시간은 6시간이었습니다
3당4락이니 어쩌니 하는 난무하는 속설을 따라서 시도해 본다고
눈에 성냥개비를 고이거나 안티프라민을 바르는 필사의 노력으로
4시간만 자고 버텨보면 그 다음날은 영락없이 학교 수업은 물론
하루 온종일 완전 공치는 결과가 되고 보니, 어쩔 수 없이
금쪽같이 귀한 6시간을 잠으로 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녁에 커피 한잔 마시면 밤에 잠이 안 와서 눈이 말똥말똥 한다는데
커피 여러잔을 마신 날에도 잠은 여전하니 커피 값이 아깝기도 하고,
출장이나 여행이라도 가면 잠자리가 바뀌어서 잠이 안 온다는데
굳이 자리를 깔지 않아도 뒤통수가 어디에 닿기만 하면 잠이 들고,
나이들면 잠이 없어져서 새벽이면 일찍 깨서 고민이라고 하는데
아직 나이 젊은 탓인지^^ 아침 7시에 일어나려면 얼람을 해야 하고...
나는 잠이 너무 많아서 불편하기 짝이 없는데,
잠 잘 자는 게 축복이라고 하는 분도 있더군요
그런데
기는 놈 위에 걷는 놈 있고,
걷는 놈 위에 뛰는 놈 있고,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듯이
잠에 관해서 저보다 고수들이 즐비하더군요
어느 유명 정치인,
민주화 투쟁을 하다가 어느 사건에 연루되어 재판을 받는데
그분이 사형선고를 받을지도 모르는 살벌한 재판정에서
그분의 어머님은 과감하게도(?) 자리에서 졸고 계셨다고 합니다
그분 역시 어떤 자리에서도 잘 졸지만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답니다
어머님의 피를 이어받았으니까...
어느 경제신문 사장님,
이분은 식사 중에도 깜빡 졸다가 수저를 떨어뜨리기 일쑤랍니다
절대로 졸면 안될 상황이면 담배를 핀다는데
담배를 들고 있다가 담뱃불에 손을 데기도 한답니다
어느 고위공직자,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의 실무 책임자로서 맨 앞자리에 앉게 되었는데
천근만근인 내려앉는 눈꺼풀을 버티느라고 행사내내 고군분투했더니
행사를 마치고나서 앞줄의 참석자들과 악수를 하던 대통령으로부터
‘앞자리에 앉아서 수고가 많았다’고 격려를 받았답니다
어느 부처 장관,
오후 국회에 불려가서 앉아 있자니 점심 후의 식곤증에다가
회의 내용도 본인의 업무와는 별 관계가 없는지라 졸고 있는데
어느 국회의원이 갑자기 자기를 상대로 질문을 하더랍니다
깜짝 놀라 깨기는 했는데 당연히 질문 내용을 듣지 못 했고
바로 뒷자리에 앉은 간부에게 무슨 질문이냐고 물어보았지만
그 간부 역시 졸고 있었으니 이 노릇을 어찌할까?
그래도 답변석으로 보무당당하게 걸어간 그 장관, 이렇게 발언했답니다
“존경하는 김** 의원님,
대단히 좋은 점을 지적해 주셨습니다
제가 혹시 질문의 요지를 잘못 이해했을지도 모르니까
의원님께서 질문 내용을 다시 한번 상세하게 설명해주시면
성의있는 답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 국회의원, 씩 웃으면서 질문을 다시 했고,
그 장관은 훌륭한 답변을 성의있게 했다고 합니다
또 다른 고위공직자,
유럽 어느 나라에서 열린 국제회의에 대표로 참석했는데
시차도 큰데다가 바쁜 일정으로 오죽이나 피곤했겠습니까?
각국 대표들 수십명이 모인 국제회의장에서
다른 참석자들의 발언을 꿈속에서 열심히 듣고 있는데
갑자기 너무 조용해져서 꿈에서 깨어나 눈을 뜨고보니
참석자들이 전부 자기를 쳐다보고 있더랍니다
잠시 상황파악을 하고 있는데
사회자가 “Please go on!"이라고 하기에
재빨리 "I am not ready to go."라고 대답했답니다
그 다음 상황은, 본인을 제외한 참석자 전원의 한동안 폭소!
“계속하시지요!”라는 질문에
“아직 갈 준비가 안 됐는데요”라는 답변이니 대단한 조크 아닙니까?
우리가 살아가면서 잠을 자고 있는 동안은
살아 있는 시간일까?
죽어 있는 시간일까?
우리가 죽는다는 것은
짧은 삶을 끝내고 영원한 잠을 자게 되는 것일까?
아니면
짧은 잠을 끝내고 영원한 삶을 살게 되는 것일까?
잠과 삶에 관한 이런 고차원적인 고찰은
아무래도 잠을 자면서 하는 것이 어울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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