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파리‘라고 불리우던 야자수 늘어진 남국 항구 도시,
옛 남부 베트남의 수도로 우리 귀에 익은 사이공은
통일 이후 그들의 지도자 이름을 딴 호치민시로 개칭되었습니다
자료에 의하면 호치민은 면적 1845㎢, 인구 589만인 베트남 최대의 도시로
메콩강 삼각주 북쪽에 이어지는 사이공강 연안에 위치합니다
인도차이나 반도는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3국이 오랫동안 지배권을 다투었는데
원래 캄보디아왕국의 일부이던 사이공은 17세기 후반 베트남 세력권에 들어갔고
18세기 프랑스 보호령의 수도로서, 정치,문화,교통의 중심이 되었으며
베트남 분단 이후 남부 베트남의 수도가 되었다가 1975년에 함락되었습니다
프랑스의 식민도시로 발달하였기 때문에 역사적 유적은 거의 없지만
식민지시대 건물과 공원, 푸른 가로수 등 풍치가 아름답습니다
제가 호치민시를 처음 방문한 것이 1996년이었는데
8년만에 다시 본 그 도시는 훨씬 밝고 활기차 보이고
정치적으로는 사회주의 체제임에 틀림없기는 하지만
옛 사이공의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받아서 자유롭고
경제 중심도시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거리를 가득 메운 오토바이 행렬,
시장통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겉모습만으로는 사회주의 국가라는 것을 느끼지 못했지만
그곳에서 살고 있는 교민의 이야기에 의하면,
비밀스럽게 정보를 수집하고 통제하는 큰 조직이 있다고 합니다
전쟁기념관 입구 마당에는 탱크와 비행기가 전시되어 있고
실내에는 월남전 당시를 보여주는 자료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는데
전쟁에 대하여 그들의 관점에서 홍보를 하고 있는 곳이라
한국인인 제 시각으로는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습니다
이곳을 찾는 많은 외국인들 특히 미국인들에게는
미국이 부끄러운 전쟁을 했다는 느낌을 갖게 할 것 같습니다
한국군 주월사령부가 있었던 건물은 국영기업체 소유가 되어 있는데
건물 한쪽은 일본 도요다 자동차의 전시장이 된다고 합니다
화장실 벽에는 아직도 한글 낙서가 남아 있다고 하는데
이런 건물은 우리 정부에서 사들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실현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곳을 통치하는 정부 입장에서 보면
한국은 이념을 달리하기도 하고 전쟁 상대방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경제 문제에서는 별다른 제약이 없기 때문에
외국투자순위에서 한국이 4위이고,
이곳에 진출한 한국기업체가 650개나 된다고 합니다
(시청앞 광장에 있는 호치민 동상)
이 도시의 이름이 되기도 하는 베트남의 민족지도자 호치민(胡志明)의 본명은
구엔 타트 탄(Nguyen That Thanh)으로 베트남민주공화국 초대 대통령입니다
프랑스 식민지배시절 하급관리 출신 유학자의 아들로 태어나
프랑스에서 식민지 해방운동에 참가, 혁명지도자로 성장하였고
이후 프랑스공산당 창설에 참가, 프랑스 식민지인민연맹 결성,
베트남 청년혁명동맹, 베트남공산당, 베트남 독립동맹(베트민) 결성,
하노이에 베트남민주공화국을 선포하고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프랑스 및 미국과의 항전을 지휘하다가 심장병으로 사망하였습니다
어린 시절 반공교육을 받은 저에게 호치민(호지명)은
모택동이나 김일성과 함께 흉악한 인물로 기억되고 있지만
그는 30여년 동안 베트남 민족운동의 최고 지도자였으며
제2차세계대전 후 아시아의 반식민지운동을 이끈
가장 영향력 있는 공산주의 지도자로 꼽힙니다
시내 중심가에 있는 그의 동상이나 사진에서 보이는 그는
샌들을 신은 검소하고 꼬장꼬장한 노인어른의 모습입니다
전쟁기념관 한쪽 건물에는 지난 시절 감옥을 재현한 곳이 있는데
호치민이 갇혀 있었던 작은 감옥의 벽에는
사진에서처럼 그가 썼다는 한시까지 옮겨져 있습니다
몸은 감옥 안에 있으나
정신은 감옥 밖에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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