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경로석에 앉을 수 있는 나이가 되었지만
경로석에 앉으면 젊은 것이 앉았다고 눈총받을 것 같고
일반석에 앉으면 바삐 출퇴근하는 청춘들에게 미안해서
아직 튼실한 두 다리로 서서 가는 게 오히려 편하다^^
간혹 멀쩡해 보이는 중년남자가 임산부 보호석에 앉은
모습을 보면 ‘마음도 몸만큼 편안할까?’ 의문이 든다
혹시 꼭 그래야 할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누구든지 작은 자리보다는 큰 자리, 낮은 자리보다는
높은 자리, 나쁜 자리보다는 좋은 자리를 원하겠지만
크고, 높고,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면 그만큼 자리값을
해야 마땅할텐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은가 보다
중국 한(漢)나라에서는 조상의 제사를 지낼 때 조상의
후손인 어린 아이를 조상의 신위에 앉혀 놓았다는데
조상의 영혼이 후손인 어린 아이에게 접신하여 아이를
통해 먹고 싶은 것을 먹게 한다는 발상이었다고 한다
어린 아이가 신위에 앉아서 조상 대접을 받듯이 남이
만들어 놓은 높은 자리에 앉는 것을 시위(尸位)라 하고,
별 재능도 없이 녹을 타먹는 것을 소찬(素餐)이라 해서
‘시위소찬(尸位素餐)’이라는 고사성어가 쓰이기 시작했다
크고 높은 자리일수록 분수에 넘치면 앉지 말아야 하고
일단 앉았다가도 아니다 싶으면 빨리 일어서야 하는데
욕심 때문인지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분수에 맞지 않게 높은 자리에 앉아서 하는 일 없이
녹봉만 축내는 사람이 옛 한(漢)나라에만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