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 - 유치환
내 죽으면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에 물들지 않고
희로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대로
억년 비정의 함묵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
흐르는 구름
먼 원뢰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시인이 강렬한 어조로 노래한 것처럼 수억년을 견디며
비와 바람에 깎이는대로 깎인 바위는 자연이 만들어낸
지금의 모습이 되어 흔들리지 않고 그 자리에 서 있다
산이나 바다에 가면 언제나 한결같은 모습으로 말없이
같은 자리에 있는 바위 중에는 눈에 익은 모습도 많다
아기 예수를 안은 성모상, 두 손 모아 기도하는 불자,
모자와 망토 차림의 수도사, 짝짓기하고 있는 거북이,
곰, 사자, 용, 독수리, 상어, 주먹, 해골, 촛대...
이런 바위들을 보면 중학교 교과서에 실렸던 너대니얼
호손의 소설 <큰 바위 얼굴> 이야기가 생각나기도 한다
잦아들지 않는 코로나 때문에 세상이 더 어지러운데
부, 권력, 명예가 아니라 사랑과 지혜로 두텁게 무장한
우리 시대의 ‘큰 바위 얼굴’은 과연 언제나 나타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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