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따라

십자가

해군52 2020. 4. 12. 12:29

십자가 - 윤동주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尖塔)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 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일제 강점기 중국 길림성 연변에서 태어난 윤동주는

언어로 일제에 저항했던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였다

평양 숭실중학교와 연세대학교를 졸업한 후에

일본 유학을 떠났지만 항일운동을 하다가 투옥되어

27세라는 젊은 나이에 감옥에서 생을 마감했다

 

짧은 생을 살다가면서도 100여 편의 시를 남겼고,

사후에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출간되었다

 

교회 장로였던 조부와 부친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사랑과 봉사와 헌신 등 기독교 정신에 충실했던 그는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우리 민족을 구원하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위 짧은 시에 담은 것으로 보인다

 

비록 비종교인이지만 주변에서 흔히 보이는 십자가마다

사랑과 봉사와 헌신의 정신이 넘쳐흘러서, 바이러스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로해 주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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