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림, 독수리, 챔피온, 약속, 꽃, 타임, 애플, 돌체, 코러스...
70년대 서울에 살았던 청춘들이 기억할만한 다방들이다
다방(茶房)이라고 하지만 찻잎을 우려 마시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요즘과는 많이 다른 맛’의 커피나 홍차를 마셨다
메뉴에는 계란 노른자를 넣은 모닝커피나 쌍화차는 물론,
계란 반숙까지 있었으니 계란이 많이 소비되는 곳이었다
휴대폰은 당연히 없었고 집 전화도 귀했던 그때 그 시절
다방은 친구나 연인과의 약속 장소이었고, 때로는 죽치고
앉아 있다가 약속도 없이 누군가를 만나는 곳이기도 했다
만나기로 또는 만나려고 했던 사람을 만나지 못 했을 경우
전할 말을 종이에 적어서 꽂아 놓는 메모 게시판이 있었다
듣고 싶은 음악을 쪽지에 적어서 신청하면 들여다보이는
유리상자 안에서 DJ가 레코드판을 틀어주는 곳이 많았다
최백호 노래 가사에 등장하는 마담과 도라지 위스키가 있는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이나 퇴폐적 서비스를 목적으로 하는
‘티켓 다방’도 있었지만 당시 청춘들과는 관계없는 곳이다
다방과 비슷하지만 ‘찻집’은 조금 고급스런 이미지가 담긴
단어였는데 요즘은 주로 전통차를 파는 곳을 의미한다
인사동 같은 문화와 관련된 지역이나 절 부근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그 안의 실제 모습은 집마다 많이 다른 것 같다
복고풍의 유행으로 요즘에도 다방 간판이 간혹 보이지만
대부분 콩다방이나 별다방처럼 대형화, 고급화, 체인화된
커피숍 또는 카페로 바뀌어 자리잡은지 이미 오래되었다
때로는 점심값보다 비싼 커피값을 기꺼이 지불하기도 하고
텀블러나 종이컵을 들고 다니는 것이 젊은이들의 일상이다
다방과 찻집에서 커피숍과 카페로, 공간의 이름과 디자인은
세월 따라 바뀌었지만 그 안에서 웃고 떠들고 꿈을 나누는
청춘들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별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그들이 카페에서 나누는 꿈이 반드시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나훈아 <찻집의 고독> 노래 듣기!
https://www.youtube.com/watch?v=NthLmH-u26s